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동안 계속된 입시경쟁에 지쳐서 공부할 에너지가 많지 않은 상태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의 대학생활을 다시 바쁘게 만드는 것은 부모, 선배들이나 언론을 통해 듣는 취업난에 대한 두려움이다. 대학생활 4년의 시간만으로는 그 바쁜 취업준비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하여, 학생들은 졸업 이전에 휴학 등을 통해 더 많은 시간을 취업준비를 위한 소위 스펙 쌓기에 시간을 쏟는다.

  교육과학기술부의 ‘2010년 교육기본통계조사’에 의하면 대학 이상 재적 학생 중 휴학생의 비율은 일반 4년제 대학의 경우 31.4%라고 한다. 물론 그 중에는 군입대 휴학이나 다른 이유로 인한 휴학도 있겠지만, 학생들 상당수가 어학연수나 각종 자격증 준비를 위해 휴학하는 것은 이제 놀랄 일이 아니다. 언젠가 휴학을 앞두고 상담을 청한 학생에게 그냥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1년을 지내보라는 충고를 한 일이 있다.  

  경쟁 사회에서 아무 것도 하지 말고 1년을 보내라니 무슨 얘기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토익점수 몇 십 점 올리는 데 기꺼이 1년을 투자하면서, 내 남은 인생 동안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생각하는데 1년을 투자하는 것은 그리 큰 시간낭비는 아닐 것이다. 졸업 후 처음 1~2년 동안 이직하는 많은 졸업생들을 생각해보면 졸업 전에 잠시라도 자기를 돌아보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론 멈춰서서 자기 안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대학생들이야말로 이해관계나 여러 편견으로부터 자유롭다. 반면 기성세대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사회와 관련된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기 쉽지 않다.

  아일랜드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하지만, 중고등학교 통합 6년 과정 중 처음 3년이 지나면 1년간 아무런 제약이나 페널티 없이 휴학을 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기간 동안 공부와 상관없는 다양한 활동으로 시간을 보낸다. 물론 아일랜드의 교육은 결코 망하지 않고 지금도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아일랜드가 강소대국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우수한 인적자원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흔히들 ‘꿈을 가지라’고 한다. 또한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꿈이 없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대학 4년 도합 16년 동안 단 한 달이라도 자신의 밑바닥까지 파헤쳐서 살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원래 방학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3년을 고생하면 30년이 편하다는 옛날 속담도 있지만, 우선 무엇을 위해 고생해야 할 것인지를 1년 아니 단 몇 달이라도 고민하면 30년 후의 자신이 보일 것이다. 꼭 휴학을 하지 않더라도 잠시 길을 돌아가겠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만을 들여다보자. 아무 성과도 없을 것만 같은 그 시간이야말로 학생들에게는 졸업 후에 정말로 갖기 힘든 자기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송정석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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