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규 철학과 4

5월 중순이 되니 학교 곳곳에 축제 플래카드와 포스터가 붙기 시작한다. 청룡가요제 예선전이 진행되고 야외 부스도 하나둘씩 신청을 받고 있다. 루카우스 축제가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 주는 풍경들이다. 그것들은 5월의 봄날 캠퍼스에 잘 어울리는 풍경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5월의 캠퍼스는 그렇게 설레고 두근거리는 풍경일 따름일까? 같은 5월에 졸업 사진을 찍고 있는 4학년 학생들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졸업 사진을 찍는 그들이 저마다 얼마나 복잡미묘하고 시원섭섭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만약 캠퍼스가 하나의 연극 무대라면 축제를 준비하고 즐기는 재학생들은 무대 위의 배우일 것이고, 축제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캠퍼스 곳곳에서 졸업 사진을 찍고 있는 4학년 학생들은 무대 뒤로 조용히 퇴장하는 배우들일 것이다.


이번 축제는 아마도 그들이 대학교에서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축제일 것이다. 그들은 대학생활의 마지막 축제를 보며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될까? 그들은 4년 동안의 대학생활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났고, 어떤 공부를 했고, 어떤 것들이 기뻤고, 어떤 것들이 슬펐을까? 새터에서 동기들과 낯가리던 1학년 시절부터 졸업 사진을 찍고 졸업식을 하는 4학년 마지막 날까지,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대학생활을 상상해 보면 참으로 애틋한 기분이 든다. 비록 나는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나를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그런 마음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같은 캠퍼스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는 사실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중앙대로 들어와 중앙대에서 나간다. 그것이 바로 중앙대학교의 역사이고, 그 역사 속에는 중앙대 학생 한 명 한 명의 4년간의 모든 추억이 녹아들어 있다. 그리고 그 추억들 중에는 언제나 축제가 공통분모로 자리 잡고 있다. 나와 당신은 캠퍼스 안에서 몇 번이나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기억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이지만, 그래도 루카우스 축제라는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닌가. 그리고 그것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졸업하는 저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학교를 떠나 다음 무대로 향하는 그들의 앞날에 행운이 따르기를 함께 기원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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