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를 돌아보다

2. 2008년 금융위기의 발생경로와 특이성

글 싣는 순서

1. 금융 산업의 발달과 금융 자본주의의 역사
2. 2008년 금융위기의 발생경로와 특이성
3. 한국의 금융시스템(금융산업) 개괄
4. 한국 금융시스템의 위험요소 - 가계부채
5. 향후 금융시장과 금융 경제 전망

 

 

▲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직후 리먼브라더스 뱅커스하우스 서울지점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제공 헤럴드경제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이제 4년여가 경과하고 있으나 2010년 유럽국가 재정위기가 가세하면서 세계경제는 아직 위기국면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전세계 주요국 당국자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현재에도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 경제상황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하여 본고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해 그 발생경로와 특이성을 중심으로 그간의 주요 논의내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금융위기의 간접적 발생원인은 오래전에 의도되지 않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투자은행의 주요 수입원 중의 하나인 주식거래 수수료가 1970년대 자유화되면서 경쟁을 통해 크게 낮아지게 되었다. 또한 투자은행과 상업은행 두 부문의 겸업을 금지하는 ‘글래스-스티걸’ 법이 대공황기를 겪으면서 제정되었으나 그 이후 오랜 금융안정기를 거치면서 당초의 입법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지다가 1999년에 폐기되었다. 이 법의 폐지로 인해 대형 상업은행들이 투자은행업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들은 투자은행들의 수익기반을 약화시켰으며, 이에 투자은행들은 새로운 금융혁신을 통해 보다 고위험-고수익의 영업행태를 취하려는 유인을 가지게 되었다.

 또 다른 간접원인으로는 저금리 정책과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을 꼽을 수 있다. 부시 행정부 시절 감세 및 재정지출 증가로 재정적자가 발생하였으며, 2001년도의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하여 미 연준(미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초저 수준으로 낮추었다. 이러한 저금리 정책이 주택부문에 낮은 금리로 신용을 공급할 수 있는 원인이 되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등 신흥국들은 높은 저축율을 보이며 미 국채 뿐만 아니라 Fannie Mae, Freddie Mac과 같은 주택부문 신용공급기관의 채권을 계속 매입한 덕분에 이들 기관은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이번 금융위기의 많은 특징들은 증권화(securitization)와 관련되어 있다. 금융기관이 취급한 장기 주택대출을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새로운 대출을 취급할 여력이 감소하지만, 대신에 그 대출채권을 근거로 하여 새로운 증권을 발행․매도(originate and distribute)하면 신규자금을 조달하여 새로운 대출을 취급할 수 있게 되어 자기자본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증권화 현상은 낮아진 수익성을 만회하려는 금융기관들의 욕구, 저금리 정책 아래에서 오랜 기간 호황이 가능하였던 주택부문의 자금수요 증가, 그리고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가 가능한 증권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 등으로 크게 확산되었다.

 그러면 이러한 증권화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으며 왜 금융위기의 규모를 키우는 원인이 되었는가? 증권화는 대출을 취급한 금융기관이 차입자의 신용위험을 전부 부담하지 않고 다른 투자자와 위험을 분담케 함으로써 다각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위험관리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그런데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드러난 증권화의 실상은 위험의 분산이 아니라 오히려 집중이었다. 높은 신용도를 가진 증권에만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선호에 맞추기 위해 증권의 신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으며, 이를 위해 주택대출의 상환을 통해 발생되는 현금흐름 중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은 투자자에게 매도하고 나머지 위험도가 큰 현금흐름은 발행자인 금융기관이 보유하였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증권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킨 것이 아니라 사실상 집중시킨 것이다.

 또한, 통상적인 경우에는 대출의 사전심사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게 되나 증권화와 같이 대출자산이 다시 제3의 투자자에게 매도되는 상황에서는 대출의 취급 및 관리에서 사전심사나 사후관리가 소홀하게 되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된다. 실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부적격자에 대한 대출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으로 증권화는 여러 건의 대출에서 나오는 상환자금을 담보로 서로 다른 현금흐름을 가지는 다수의 증권을 발행하고, 때로는 이렇게 발행된 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또 다른 증권을 중층적으로 발행하면서 증권의 가치를 투명하게 가늠하기 어려운 문제가 나타났다. 이러한 투명성의 문제는 금융위기가 확대되는 혼란기에 증권화 상품 전반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증권화는 기관투자가의 투자가 가능하도록 고안되었으며 실제로 해외 투자가를 포함하는 다양한 기관투자가들이 큰 금액을 투자하였다. 따라서 금융위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해외로까지 전이되는 원인이 되었다. 또한 보험회사인 AIG의 경우는 발행된 증권의 신용수준을 보강해 주는 보험기능을 수행하다가 금융위기시에 큰 타격을 입기도 하였으며, 당초 구조화증권에 매우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하였던 유수한 신용평가기관들의 부적절한 신용평가시스템도 크게 이슈화되었다. 이렇듯 증권화를 위해 위험의 측정, 보강, 관리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금융위기 과정에서 드러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금융감독기관들은 왜 사전에 이러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방지하지 못하였을까? 정책적 판단 오류와 관료적 보수성(bureaucratic inertia)을 우선적으로 지적할 수 있다. 다음으로 수신기반이 없는 투자은행들은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이 경색될 때 자금조달 애로가 발생하는 유동성 위험(liquidity risk)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다. 그리고 상업은행에는 상대적으로 강한 건전성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반면, 투자은행에는 규제가 느슨하였다는 점도 위기가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발생한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마지막으로 금융의 글로벌화가 크게 진전되면서 일국에서 규제가 강화되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타국으로 금융기관이 이전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자, 금융감독당국은 규제감독 수준을 충분히 강화시키기 어려웠다.

 2008년 금융위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경제위기로 기록되고 있으며 대공황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감을 자아내고 있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처음 1년간은 실물경제 후퇴, 주가 하락, 세계교역감소 현상이 나타나며 대공황의 전철을 밟는 듯 보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및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노력 등 정책노력은 대공황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으며,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그 이후에는 세계경제가 점차 대공황기와는 다른 경로를 밟는 것이 아닌가 전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드러난 많은 문제점과 교훈을 제도와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유럽국가의 재정위기가 진행중에 있으며 금융위기로 체력을 소진한 주요 국가들이 다시 유럽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이영준 기자의 참고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뭐길래

 2008년 금융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대표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위기다. 수많은 금융기관들의 파산을 불러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은 우리나라로 말하면 제2금융권 대출이라 할 수 있는데, 이주노동자, 저소득층 등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에 대해 제공되는 주택 융자를 말한다.

 미국은 2000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가 연방 금리를 1%대로 내렸는데, 이때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저소득층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을 통해 주택구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저금리, 높은 주택구입수요는 부동산 경기 붐을 불러일으켰다. 주택금융회사들은 대출 자금을 늘리기 위해 주택담보융자를 묶어 주택담보채권(MBS)를 판매했다. 주택담보채권은 주택 매입자에게 빌려준 주택자금채권 자체를 다시 증권화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높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고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3년부터 주택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하자 연준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금리가 오르자 주택대출 금리도 동반 상승하였으며, 게다가 2006년부터 주택가격도 상승세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차입자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되어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연체율이 증가하여 2007에는 16.31%에 달했다.

 연체율이 급속도로 늘어나자 주택담보채권을 발행한 금융기관이나 여기에 투자한 기관투자가 모두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되었다. 영국의 HSBC는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해 총 107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차적으로는 이 채권의 부실화로 직접 피해를 본 금융기관들이 도산의 위험에 처하였으나, 이차적으로는 금융시장의 자금경색 현상이 심화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금융기관으로까지 위험이 전이되고 나아가 전 세계 금융경제에 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초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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