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부중 교생실습 학생 동행취재
  • 정미연 기자
  • 승인 2012.05.14 0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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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빛보면 다 가르쳐 주고파

멋진하루

○○(중대부중 교생실습 학생) 동행취재

08:20
아찔한 순간
“제발…” 4층 교생실. 태○○씨(교육학과 4)는 아까부터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노트북이 말을 듣지 않아서다. 노트북엔 오늘 수업 자료가 모두 저장되어 있다. 한참을 모니터만 바라보다 “아, 맞다. 조회!”하고 뛰어 나간다.

  그녀가 뒤어간 곳은 1학년 4반 교실. 한 달 동안 그녀가 생활지도를 맡은 반이다. 조용하기로 소문난 학급답게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 차분히 조회를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지만 얼굴엔 걱정이 가득이다. 결국 담임선생님께 허락을 구하고 교생실로 가 노트북 앞에 앉는다. 20분 동안 씨름한 끝에 노트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영상이나 PPT자료가 없으면 아이들이 집중을 잘 못하거든요. 오늘 수업 다 날릴 뻔 했네요.”

09:10
학생과 선생님 사이
  태○○씨는 지난 달 30일부터 국어 교생 선생님으로 중대부중에 출근하고 있다. 1학년 국어 지도안을 검사 받기 위해 류주형 교과지도 선생님을 찾는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낸다. “아이들 이름을 지명해서 발표를 시켜야 할까요?”, “이 부분은 퀴즈를 내려고 하는데 시간을 얼마 정도 할애해야 할까요?” 등 세세한 부분까지 궁금한 것이 많다.

  류주형 선생님은 “지명을 하는 것이 좋고 퀴즈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아이들이 금방 시끄러워 질 거에요. 2~3분 정도 할애하세요.” 선생님의 답변을 적어두기 위해 그녀의 손이 바빠진다.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란 호칭으로 불리지만 아직 그녀는 학생에 가깝다. 이제 막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선 그녀에게 선생님이란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09:40
남학생을 대하는 법
  2교시 수업을 위해 수업 5분전에 교생실을 나선다. 문을 열자마자 여섯명의 남학생들이 태○○씨 앞을 뛰어간다. 복도는 이미 운동장 트랙으로 변해버렸다. 달리기 경주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요리조리 피해 1학년 8반 교실로 들어간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너희들 종소리 안 들려?”하는 그녀의 고함이 들린다. 조용한 성격의 그녀에게선 평소에 들을 수 없는 목소리다. 그녀는 “남자애들 앞에서는 일부러 강한 태도를 보여줘요. 약한 모습을 보이면 다른 짓하거나 자도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에요. 초반에 기를 확 잡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말한다. 

10:15
애교에 녹다
  두더지 게임 같다. 한 명을 앉히며 다른 학생이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천방지축 남학생 38명을 혼자 지도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겨우 조용히 하고 아이들에게 발문한다. “글을 실어 나를 수 있게 한 것이 뭘까요?”하는 질문에 10명의 학생들이 손을 든다. 그녀가 한 남학생을 지목한다. 아이는 “잉크언어!”라고 우렁차게 대답한다. 학생의 엉뚱한 답에 태○○씨는 웃음이 터진다. 시끄럽게 해 속을 썩이더니 애교로 귀엽게 무마하는 아이들을 정말 미워할 수가 없다.   

10:30
거리 좁히기
  2교시에는 산만함과의 대결이었다면 3교시는 침묵과의 사투다. 3교시는 그녀가 담임을 맡고 있는 1학년 4반. 수업 종이 치자 재잘거리던 아이들이 요조숙녀로 변한다. 아이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생활국어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었죠?”라고 대답을 유도한다. 돌아오는 건 침묵. 그녀는 뻘줌해 하며 재빨리 교과서를 보고 수업을 이어나간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 그녀가 농담을 던지자 아이들은 그저 눈만 껌벅인다. 수업이 끝나고 그녀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대답할 수 밖에 없을까만 생각했다.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이 정말 중요한데 반응을 이끌어 내는 건 참 힘들다”고 말한다. 

12:30
이래도 저래도 아이들 생각
  점심시간의 이야기 주제는 단연 아이들이다. 교생선생님들은 서로 경쟁하듯 오전에 있었던 일들을 말한다. 도덕 교생선생님은 “여자반에 가면 굉장히 이성적으로 변해요. ‘너희가 자유를 누리려면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니?’이런 식으로 말이 나와요. 그런데 남자반만 가면 제 안의 거친 면을 감출 수가 없더라구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음악 교생선생님은 “저는 아까 애들이 저한테 몇 살이냐고 묻는거에요. 그래서 ‘너희가 두 번 살아도 내 나이만큼 안될 걸’이라고 말했죠”라며 크게 웃었다.

  태○○씨도 깔깔 웃다가 말을 꺼낸다. “이렇게 애들하고 재밌게 지내다가 교생 실습 끝나면 어떡하죠. 정말 공허할 것 같아요”하며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을 표현한다.

14:50
짜놓은 각본대로
  수업이 없는 오후시간. 창가 옆에 앉은 그녀의 자리에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밀려오는 잠을 쫓기 위해 눈을 비빈다. 대부분의 교생들은 한 학년을 지도한다. 하지만 그녀는 1학년과 2학년을 맡아 해야할 수업 준비도 두배로 해야 한다. 교생들은 수업 전에 나갈 진도에 맞게 학습지도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여간 손이 가는 것이 아니다. 밤을 새 지도안을 짜지만 시간이 모자라 학교에서도 틈틈이 만든다.

  태○○씨는 수업자료를 만들기 위해 교과서를 보며 노트북을 두드린다. 교과서에는 포스트잇이 빼곡이 붙어져있다. 포스트 잇은 그녀의 와일드카드다. 수업 시간에 할 말, 예상되는 아이들의 반응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귀를 사로잡을 유머도 적혀있다. “지도안으로 도입, 전개, 정리, 평가로 수업 단계를 짜고 그 속에 어떤 내용을 가르칠 것인지, 수업시간에 나눌 대화까지 다 적혀있어요. 거의 각본인 셈이죠.” 

15:20
시범 수업 평가회의
  5교시에 있었던 연구 수업의 평가회의가 열렸다. 연구 수업에선 전 교생선생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대부중에 재직 중인 사회선생님이 수업 시범을 보였다. 사회 선생님은 “움직여야 할 동선과 시선처리 그리고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까지 고려를 해야 합니다. 교단에 서시면 접하게 될 겁니다. 수업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늘 발생하거든요. 아마 시간 조절하는 것이 가장 힘들겁니다. 유연하게 시간을 끄는 법, 자르는 법을 아셔야 할 겁니다” 선배의 조언에 태○○ 선생님은 끄덕거리며 눈을 반짝인다. “저도 저 선생님처럼 아이들과 소통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하며 동경의 눈빛을 보낸다.

16:30
내일을 위해
  그녀에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제가 한 발자국 다가가면 아이들은 열 발자국 다가와요. 그런 아이들한테서 힘을 얻어요”라고 말하며 교문을 나선다.
 


○○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몰랐다. 교육학과에 입학해 3년을 공부했지만 태○○씨는 자신이 선생님이 정말 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교육봉사를 하며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는 자신을 보고 선생님의 꿈을 결심했다.
3시간 자는 것은 기본, 아이들은 통제불능. 체력적으로 힘든 교생실습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한 결심을 후회하지 않는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반짝반짝한 눈망울만 보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반은 선생님의 꿈을 접고 반은 꿈을 키운다는 교생실습. 그녀는 교생실습을 통해 교단에 더욱 서고 싶어졌다. 1학년 4반 담임이자 국어선생님으로 살아가고 있는 요즘, 그녀는 종종 자신이 교단에 섰을 때의 모습을 상상한다. 아이들이 편하게 말을 걸어오고 책에 둘러싸여 수업을 연구하는 자신을 모습을 상상하니 하루라도 빨리 선생님이 되고 싶다.
  하루가 다르게 뉴스에선 교권침해, 학교 폭력 등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믿는 미래의 선생님이다.

 

글·사진 정미연 기자 MIYONI@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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