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인 학생(연극학과 2)


제 32회 중앙대학교 전국 남녀 초·중·고등학교 무용경연대회. 아트센터가 분주하다. 입구에서부터 사람들로 가득하다. 짙은 화장을 한 학생들이 로비와 복도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누구의 시선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한 여학생이 귀에 이어폰을 꼽고 몸을 움직인다. 발끝과 손끝이 가장 멀어질 때, 여학생의 몸짓은 허공을 가득 채운다. 예술을 한다는 것. 자본주의 사회의 바깥에 놓인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들의 몸짓은 세계와 맞서고 있다.


지난 호 ‘중대신문이 만난 사람’에서는 강형구 화백을 인터뷰했다. 현대 초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강 화백의 진솔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의 인생. 그는 사람의 키보다 훨씬 큰 캔버스 앞에서 붓을 놓지 않았다. 캔버스는 그에게 세계를 보는 하나의 창이었다. 그는 끝까지 예술의 끈을 붙잡고 있었다. 우리는 그를 ‘예술가’라고 부른다.


기자가 던진 마지막 질문의 답이 인상 깊었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는 말한다. “화가가 되고 싶다. 어렸을 적 꿈도 화가였지만 지금도 늘 화가를 꿈꾸고 있다.”


중대신문은 매주 예술대 학생들을 인터뷰 하고 있다. 이 학생들의 이야기는 어딘가 강 화백의 이야기와 닮아있다. 아트센터에서 맨발로 연습을 하던 여학생의 까만 발. 예술을 한다는 것은 늘 꿈꾸는 일인지도 모른다. 많은 학생들이 꿈꾸는 일을 그만 두고 있다. 부조리한 사회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 맨몸으로 세계와 마주한다는 것. 이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움직임이자 치열한 방식이다. 예술의 길은 결코 찬란하지 않다.


젊은 예술가들이 돌아간 아트센터는 조용하다. 이들은 앞으로 끊임없이 세계와 부딪혀야할 것이다. 누군가는 그 싸움을 그만둘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 중 끝까지 세계와 맞서 싸울 예술가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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