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다이어리
 

저는 24살 여대생으로 곧 솔로 2주년을 맞습니다. 연애는 저에게 귀찮은 존재입니다. 지난 연애의 상처가 너무 큰걸까요. 감정의 소모 같기도 하고, 헤어짐과 잦은 다툼을 통과의례처럼 겪어야 하는 이성교제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남자와 스킨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말하자면 스킨십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이런 제가 남자와의 성적 교류만 하고 싶어 하는 여자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스킨십이라는 것이 사랑이 없어도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가 밝히는 여자 인가요? -예술대 K양


사랑, 연애 그리고 섹스가 삼위일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전 그 모든 것이 개별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연애라는 과정 안에서만 섹스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혼전순결의식이 희박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결혼이라는 제도는 섹스허가증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타인에 대한 책임이 훨씬 미약한 연애가 나와 상대의 신체를 구속할 권리를 가질 리 없지요. 각자의 도덕과 연애 가치관 수준에서 사랑과 연애와 섹스가 이뤄지는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연애를 하지 않는 상태라 하더라도 스킨십이나 섹스를 하는 것이 문제될 건 없습니다. 성에 대해서 밝히면 뭐 어떤가요? 즐겁고 재미있는 것에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식으로 자신을 자책하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스킨십을 바란다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니잖아요. 사랑이나 연애 관계가 아니더라도 스킨십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내 가치관에 동의하는 상대만 만나면 해결되는 문제인 걸요. 본인의 연애 가치관이 그러하다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다지 상관 없는 것 같아요. 본인이 선택한 것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면 뭘 하든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쓸 필요는 없어요. 자신이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틀렸다고 규정짓는 사람들이 문제일 뿐인 걸요. 다만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구조상 이런 생각을 하는 여성에 대한 평가가 부당하기에 드러내놓고 밝힐 필요가 없을 뿐인거죠.
도리어 걱정이 되는 것은 지나치게 빨리 연애에 지친 것 같다는 겁니다. 자신의 감정에 도취되어 소모적인 연애를 할 가능성이 높은 10대 말 20대 초의 연애 경험만으로 연애를 단정짓는 건 성급한 것 같아요. 물론 연애는 소모적입니다. 뻔한 통과의례, 결국 헤어짐으로 결론이 나는 일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연애의 방식도 경험이 쌓여 성숙하기 마련이지요. 연애가 귀찮다고 생각하는 순간, 연애 감각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주변의 호감 신호에 둔감해지기 마련이지요. 나중에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대체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절규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현재 본인이 연애에 별 생각이 없다면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일테지요. 그럼에도 타인의 손길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 포옹이 주는 위로를 잊기 힘들 테지요. 그걸 바라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요. 연애 안에서만 그런 행동을 해야 한다는 타인의 성의식과 본인의 성행동을 일치시켜야 할 필요는 없어요. 애정 없는 섹스라 하더라도 그 속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자책이나 후회를 하지 않는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연애, 사랑, 성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듣습니다. 중앙인 누구든지 상담할 수 있습니다. Sdiary@cauon.net
-김현정 칼럼니스트: 현재 <일간스포츠>에 고정 칼럼을 기고 중이다. 자신의 블로그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
http://desirable-h.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트위터@f_cking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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