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감벤의 문제 제기는 정치철학에 전환을 꾀한다.                이영준 기자
 

  지난 4일 대학원(302관) 301호에서 인문사회계열 학술특강 ‘조르조 아감벤과 현대지성의 전유:신적 폭력과 예외상태에 관한 은밀한 논쟁’이 열렸다. 발제를 맡은 김항 HK교수(연세대 국학연구원)는 이탈리아 정치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Homo Saker)』와 주권(Sovereignty)을 중점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호모 사케르는 직역하면 ‘성스러운 인간’, ‘신의 보호로부터 배제된 인간’으로 고대 로마에서 시민으로서 법적인 모든 권리를 잃게 된 사람들을 말한다. 호모 사케르는 ‘사회로부터 법적 권리를 박탈당한 죄인’이며 아감벤에 의하면 모든 시민은 잠정적인 ‘호모 사케르’다.

  죄인은 ‘법’이라는 이름하에 수용소로 끌려가지만 정작 수용소 안에서는 어떠한 법적 권한도 가지지 못한다. 수용소 자체는 합법이지만 내부 수용자는 아무런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현대 정치의 패러다임에 적용할 수 있다. 김항 교수는 유신체제하의 계엄령을 예로 들며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법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방법이 존재하고 이것은 현대정치의 패러다임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호모 사케르라는 개념은 아감벤이 정의하는 ‘주권’과 연결된다. 아감벤은 주권을 ‘시민의 신체와 생명에 가해지는 합법적 폭력의 총체’라고 정의하면서 국가와 주권의 관계를 사유했다. 김항 교수는 “아감벤은 주권이 과연 국민에게 귀속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며 “그의 정치철학을 통해 주권의 의미를 곱씹어보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연를 들은 오주원씨(역사학과 2)는 “주류 지성사에 관심이 있어서 강연에 참석하게 되었다. 강연 내용이 관심 분야는 아니지만 기존 지성사에서 벗어난 철학을 배우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기획을 맡은 대학원 인문계열 학생회 대표 박민정씨(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는 “2010년 1학기에 열렸던 문화철학 수업이 당시 학생들에게 인기 있었다”며 “인문계열 학생들의 이론적 관심사를 고려해서 이번 강연의 주제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1일 강연은 ‘항구적 예외상태와 주권권력 : 아감벤과 슈미트’를 주제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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