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부록>

오늘밤은 놀자!

  클럽. 언젠가 한번쯤 가보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막상 가려니 왠지 망설여진다. 춤에는 일가견이 전혀 없는 당신이라면 더 그렇다. 불타는 금요일 밤을 보내기는커녕, 불판 위 오징어가 꿈틀대듯 어설픈 나의 몸놀림이 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가본적도 없으면서 잘 노는 사람들만 가는 곳, 나와는 잘 맞지 않는 곳일 거라 지레짐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클럽은 그렇게 까다로운 곳이 아니다. 클럽을 즐기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그저 열정적인 밤을 보낼 수 있는 건강한 신체와 불타는 마음이면 된다. 저주받은 몸을 갖고 있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일 줄 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정말이다. 아직도 망설이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중대신문 기자들이 준비한 초보자를 위한 클럽이용 가이드를 꼼꼼히 살펴보시길. 다 읽었다면 다음단계는 실전이다. 겁내지 말고 클럽으로 출발해보자.

  

 

▲ 지난 4일 금요일 밤, 클럽 베라는 춤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김성호 기자
 

 

차원이 다른 사운드에 몸이 울린다

클럽은 문란하다? “마음가짐이 중요해”


  지난 3일 중대신문 기자 3명은 ‘홍대’를 찾았다. 셋 중 막내인 김혜원 기자(21)가 앞장서기로 했다. 일찍이 클럽문화를 접하지 못하고, 2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 본인(23)과 김민정 기자(24)가 그 뒤를 따랐다. 


  홍대로 향하는 지하철 안. 사전취재과정에서 글로 클럽을 배운 게 전부인 본인과 김민정 기자는 편견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클럽은 왠지 잘 노는 사람들만 가는 곳 같다.”(민정) “나의 어설픈 몸놀림이 웃음거리가 되는 건 아닐까.”(본인) “요즘 유행하는 춤이 뭔지도 모르는데.”(민정) “나한테 부비부비하면 곤란하다.”(본인)


  편견으로 가득한 언니들이 걱정하자 김혜원 기자가 다그친다. “클럽은 정말 그런 곳 아니에요. 그냥 즐겁게 춤추고 신나게 노는 곳이에요.”


  홍대입구역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밤 11시 23분. 늦은 시간인데도 문 닫은 가게는 보이지 않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홍대시계로는 아직 집에 가기 이른 초저녁이다. 새내기 시절부터 꾸준히 클럽을 다녔다는 김혜원 기자가 익숙한 듯 홍대 골목을 누비며 클럽 베라로 안내했다. 


  홍대입구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클럽 베라. 입장부터 신분증 확인이 철저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자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음에도 주민등록증 사진과 실제 얼굴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문대조’까지 요구받았다. 클럽 베라의 우한철 팀장은 “우리 클럽에 고등학생들이 많다는 얘기가 있는데 아니다.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한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어려보이는 친구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보기에 어려보이는 것뿐이다. 미성년자들이 출입하면 우리도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신분증을 검사한다”고 말했다. 
 

  계단을 내려가 입구로 들어가니 빠른 비트의 음악소리가 점점 커진다. 안내직원이 손목에 종이 띠를 채워주고 도장을 찍는다.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을 손목에 찼을 때의 설렘이 감돈다. 스테이지 안으로 들어가니 어둠 속 현란한 조명에 정신이 없는 것도 잠깐. 일렉트로닉 비트가 귀를 때리고 몸의 울림이 달라진다.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의 모습에 덩달아 흥이 난다.    
 

  스테이지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보며 김혜원 기자가 설명한다. “이른 시간 치고는 사람이 많은 편이에요. 베라는 목요일이 즐거워서 친구들끼리 ‘목베라’라고 부르기도 해요. 금요일처럼 사람이 너무 많은 것도 아니고 적당히 붐비면서 춤출 공간도 확보돼서 목요일이 재미있거든요.”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클럽의 매력은 뭘까. 클럽에서 좀 놀아봤다는 클럽마니아들은 ‘차원이 다른 사운드’를 매력으로 꼽는다. 클럽관련 영상을 제작하는 비디오아티스트 김아름씨(36)는 “집에선 음악을 크게 못 듣지만 클럽에선 평소엔 즐기지 못하는 사운드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박현아씨(22)도 “똑같은 노래를 틀어도 클럽에서는 DJ가 믹싱을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시끄러운 음악에 몸이 울리고 사람들과 어울려 같이 소리치고 춤추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음악도 중요하지만 춤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유행한다는 잉여춤, 라인댄스 등을 함께 추며 즐기는 것도 클럽의 매력이다. 현경하씨(21)는 “하나씩 춤을 배우는 맛에 클럽을 못 끊는다. 유행하는 춤을 배우다보면 빠지게 된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동영상 보면서 한번 춰보고 클럽에 가서 사람들이랑 같이 추면서 완성시키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행하는 춤을 알고 있으면 좋지만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춤을 잘 추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 클럽이라는 편견도 사실과 다르다. 유행하는 춤을 몰라도, 춤을 못 춰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 마음먹은 대로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당신에게도 클럽은 열려있다. 오히려 클럽을 즐기는 사람 대부분은 자신이 ‘춤을 못 춘다’고 말한다.
 

  박현아씨는 “나도 춤은 잘 못 추고 노래듣는 것만 좋아한다. 막상 클럽에 가니까 모두가 춤을 잘 추는 건 아니더라. 그냥 즐기면 끝이다”라고 말한다. 정재화씨(공공인재학부 2)도 “춤을 못 춘다고 해서 부담가질 필요 없다. 클럽에 가서 음악을 들으면 저절로 몸을 움직이게 된다. 남들이 추는 춤을 보면서 배우기도 하는 것이고, 또 바운스만 해도 즐거우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클럽 찾기를 망설이는 이유에는 ‘문란할 것 같다’는 편견도 한 몫 한다. 클럽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런 편견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클럽을 찾는 사람 중 이성과의 만남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도 상당수다. 최지현씨(국어국문학과 2)는 “젊은 혈기가 그렇게 몰리는데 불꽃이 안 튈 수야 없다. 하지만 그 신나는 곳에서 즐기지도 못하고 이성만을 주시하다니. 그런 목적으로만 클럽에 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한다. 프리랜서 DJ 조재만씨는 “모든 사람들이 이성을 만나러 오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즐기러 다니는 사람도 많다”고 말한다. 클럽마니아들은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한다. 다른 의도를 갖고 오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본인이 놀고 싶은 마음만 충만하다면 방해받지 않고 놀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과 춤, 그리고 사람과 술이 함께 하기에 클럽은 더 신나는 공간이다. 정재화씨는 “그냥 술집에서 술 마시며 노는 건 취하기만 하는데 클럽에서는 춤추며 놀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서 더 즐겁다”고 말했다.


  술만 마시다 속 쓰린 아침을 맞이하는 흑석동에서의 술자리가 지겹다면, 춤추고 놀며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클럽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중간고사도 끝나고 축제의 달이 다가왔다. 열심히 공부한 당신 기말고사가 다가오기 전에 홍대, 이태원, 강남으로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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