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 가치가 무시되는 사회, 과연 소설에만 나오는 얘기일까요"
- 추천인 : 이은홍씨

 

   여기 ‘공유·균등·안정’이라는 국가 강령 아래 살아가는 국민들이 있다. 국민들은 지극히 위생적이고 안전한 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산다. 국가는 ‘소마’라는 환각제를 제공하는 덕분에 국민들은 언제나 유쾌한 마음으로 지낸다.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과학적으로 완벽한 이 세계를 통해 지나친 과학문명의 발달을 경계하고 생명윤리가 경시되는 사회를 풍자하고자 했다.

   『멋진 신세계』를 추천한 서양철학 소모임 회장 이은홍씨(철학과 2)는 “중립적인 의도로 연구된 핵 분야에서 인간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만들어내는 우리 현실이 보여주듯이 현대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멋진 신세계』는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문명사회를 그린 미래소설이다. 인간은 어머니의 자궁이 아니라 인공 수정실에서 태어난다. 과학자들은 수정과 동시에 태아의 외모와 직업, 계급을 결정한다. 다섯 계층으로 나눠진 계급은 그 고위에 따라 직업과 외모에서 철저히 차별을 둔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전체주의 사상을 진리로서 주입받기 때문에 누구도 반기를 들지 않는다. 오히려 모두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낀다. 

   이렇게 방향성을 잃은 과학문명 속에서 인간적 가치는 사라진다. 가족과 종교가 사라졌으며 모든 문학은 금기시 되었다. 작가는 문명국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야만인보호구역에서 나고 자란 ‘존’을 통해 과학문명을 비판한다. 존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어나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좋아하는 ‘야만인’이다. 하지만 존이 문명국가를 접하면서부터 그의 소망은 문명국가에 의해 좌절된다. 그리고 끝내 존은 자살한다.  

   지난해 게르마니아에서 『멋진 신세계』로 발제를 맡은 추재욱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작가는 인간이 스스로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 채로 과학을 무분별하게 발전시키는 것을 우려했다”며 “기술적으로 발달해도 생명윤리는 퇴락할 수 있음을 풍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생명윤리의 경시는 인물들이 인간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소설의 주된 배경인 문명국가는 오직 성희와 환각제에만 국한된 원초적 쾌락만을 허락한다. 이은홍씨는 “철학적·인문학적 사고가 부재한 이 사회가 안타깝게 느껴졌다”며 “사유와 성취의 즐거움을 막는 것은 생명윤리를 위협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끝부분에서 존이 문명국가의 총통에게 하는 말은 인상적이다. ‘저는 안락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신을 원합니다.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 ……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작가는 과학적 이성에 의해 재단된 합리적 행복은 자유로운 인간성을 억압한다고 지적한다. ‘신’과 ‘시’로 대변되는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영역이 소거되고 과학적 합리주의로 무장된 사회에서 인간은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은홍씨는 “인간적 가치가 무시되는 사회가 비단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며 “책을 통해 과학만능주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홍씨의 다른 도서 보기

『동물해방』(피터 싱어 저)
생명윤리학자인 저자가 직접 체험한 동물학대의 실태를 고발한다. 『동물 해방』에서 동물을 잔인하게 사육하는 인간의 모습이 『멋진 신세계』에서 인간이 인간을 비윤리적으로 지배하는 모습과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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