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의 필수템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은 공연장에서 연미복을 입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꿈꾼다. 상상 속 무대 위에는 언제나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업라이트. 업라이트 피아노는 피아노학원이나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보급용 피아노다. 그랜드 피아노는 공연 용도나 전공자들이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겐 그저 로망이다.
단지 외적인 모습 때문에 로망인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그랜드의 웅장함과 섬세함을 업라이트가 따라갈 수 없다. 그랜드 피아노가 피아노의 원조이며, 업라이트는 보급을 위한 후발 주자이기 때문이다. 소리의 비밀은 현에 있다. 그랜드는 업라이트보다 현의 길이가 길다. 보다 긴 현은 피아노의 음색을 맑게 하며 음량도 풍부하게 한다.
가격차이도 만만치 않다. 저가 업라이트는 600만원부터 시작하지만 그랜드 피아노는 1000만원 이상이다. 유명 피아니스트들이 쓰는 고급 그랜드 피아노의 가격은 억대가 넘어간다. 돈이 있다고 무조건 그랜드 피아노를 사라고 권유하는 것은 아니다. 그랜드 피아노를 두기에 적절한 공간인지 고려해야 한다. 업라이트는 소리를 작게 해주는 약음페달이 있지만 그랜드 피아노에는 없다. 나에게는 듣기 좋은 피아노 소리가 남에게는 소음이 되기도 한다. 무턱대고 누른 그랜드 피아노 건반이 이웃집의 항의 벨을 누르게 할지도 모른다.   


 송민정 기자 minksong@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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