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남균, 시설팀 계장 동행취재
  • 정미연 기자
  • 승인 2012.04.14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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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고장난 모든 물건을 알고 있다

 

▲ 지난 12일, 임영균씨가 작업 중 미소를 짓고있다.

문 12개, 창문 2개, 계단 1개. 지난 12일, 건설사업단 시설팀 임남균 계장의 치료를 받은 중앙대의 ‘환자’들이다. 나사 빠짐, 부품 깨짐 등 병명도 다양하다. 캠퍼스를 누비며 왕진을 다니는 그를 따라다녔다.

8:30
수업 전 무슨 일이
임남균씨의 출근은 남다르다. 사무실에 도착해 다른 교직원들이 양복 겉옷을 벗을 때 그는 작업복을 입는다. 사람들이 서류를 정리할 때 그는 공구를 챙긴다. 무엇보다 그가 남다른 이유 중 하나는 출근시간이다. 교직원의 출근시간은 9시지만 그는 8시 30분에 일찌감치 작업 준비를 마친다.
첫 작업 장소는 대학원 첨단강의실이다. 그가 공구 가방을 펼친 후 고장이 난 도어락을 만진다. 몇 분이 지나자 학생들이 한 명씩 강의실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학생들을 보니 마음이 급해져 손이 빨라진다. 그가 남들보다 30분 일찍 출근하는 이유다. “수업할 때 작업하면 학생들이 불편하니까 조금이라도 일찍 출근해서 미리 고치는 거예요.”

▲ 임영균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한다.

10:30
여자 화장실도 작업 장소일 뿐
다시 작업 시작이다. 다음 행선지는 도서관 3층 여자화장실. “실례합니다~”라고 말한 후 뚜벅뚜벅 안으로 들어간다. 여학생들은 놀란 눈치다. 들어왔다 그를 보고 나갈까 머뭇거리는 학생도 보인다. 이에 반해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장이 난 문고리에 집중한다. 흔들기도 하고 망치로 쳐보기도 한다. 그가 집중해 고치는 사이 남아 있던 여학생들은 이미 나가고 없다. 그에게 여자화장실은 수리해야 할 장소일 뿐 금남의 공간이 아니다. 

▲ 화장실 문고리를 수리하고 있다.

11:30
요구르트에 녹는 순정남
교수연구동 6층. 이번엔 창문이 말썽이다. 학생이 불편을 토로한다. 가만히 창문을 보고 손으로 만져보더니 “부품이 닳았네”라고 말한다. 그의 손을 거치니 1분도 안돼 고쳐진다. 고장이 난 창문 때문에 몇 일 동안 고생하던 학생은 감동받은 표정이다. 학생이 “이거 드세요”하며 요구르트를 건넨다. “고마워”라고 짧게 말을 남기고 문을 나선다. 이제야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런 것 받으면 기분 따봉이지”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투박한 인상의 그이지만 막상 뒤에선 학생이 준 요구르트 하나에 감동받는 순정남이었다.

12:30
젓가락은 거들 뿐
남들보다 이른 출근을 한 만큼 임남균씨의 배꼽시계는 빠르다. 그는 동료와 함께 중국음식점 ‘홍혜’로 향한다. 앉자마자 “자장면 곱빼기요”를 외친다. 음식이 나오고 가위를 건네자 “나는 자장면 안 끊어 먹어”라며 후루룩 먹기 시작한다. 젓가락은 거들 뿐이었다. 곱빼기를 10분도 안돼 끝낸 그는 “우리는 매일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니까 먹는 게 다 힘으로 가. 많이 먹어야 해”라며 이제야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13:30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다시 찾아간 교수연구동 2층 201호 앞. 임남균씨가 몇 분째 문만 들여다 보고 있다. 낡아서 가라앉은 문을 어떻게 고칠까 고민 중이다. 애꿎은 나사만 계속 돌리던 그가 안되겠다 싶은지 동료에게 “뜯자”라고 말한다. 드라이버로 나사를 빼고 문을 좌우로 흔든다. 벽에 붙어 있던 철문이 맥없이 떨어진다. 그리고는 그가 공구 가방에서 그라인더를 꺼낸다. 그라인더는 가지고 있는 공구 중 가장 위험한 도구다. 철을 깎는 데 쓰이는 도구인데 각도를 잘못 잡았다간 날카로운 칼날에 크게 다칠 수 있다. 그가 스위치를 켜고 철문을 갈기 시작한다. 웅웅 대는 소리와 함께 쇠 냄새가 진동을 한다. 작업을 마친 그의 옷엔 철가루가 잔뜩 묻어있다. 마지막으로 문고리에 기름칠을 하고 “휴”하며 숨을 몰아쉰다. 그라인더를 사용하는 위험한 작업은 아무리 몇 십 년 베테랑인 그에게도 힘이 부치는 작업이다.

▲ 그라인더를 사용할 때 안전장비는 필수다.

14:00
혼자서는 안돼요
다음 ‘환자’가 있는 곳은 본관이다. 본관 문이 너무 빨리 닫힌다는 민원이었다. 문이 빨리 닫히면 사람들의 몸이 끼일 수 있기 때문에 안전상 빨리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원인은 ‘휜지’에 있었다. 휜지는 바닥에 설치되어 있으면서 문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장치다. 본관의 문은 휜지가 노후되어 민원이 발생한 것이었다. 
원인을 파악한 임남균씨는 문을 뜯어내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본관 문은 보통이 아니다. 평균적인 문보다 무거워 혼자서는 들 수가 없다. 동료인 김철씨와 힘을 합쳐 문을 떼어내기 시작한다. 호흡도 척척이다. 함께 일한 지 올해로 22년째인 두 사람은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다. “건물이 엄청 많아졌어요. 우리 두 명이서 서울캠의 모든 건물을 관리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절대 못하죠”라며 김철씨를 보고 웃는다.

▲ 무거운 문은 동료와 함께 들어야 한다.

14:30
보는 눈이 달라
102관으로 향하던 임남균씨는 갑자기 청룡연못 앞에서 오토바이를 멈춘다. 공구 가방을 들고 해방광장으로 향한다. 그가 계단 모서리에 걸음을 멈춘다. 알고보니 계단 모서리에 덮어져 있던 플라스틱이 떨어져있다. 언제 민원 신고가 들어왔었냐는 질문에 그는 “아까 밥 먹으러 갈 때 봤지”라고 말한다. 그는 “최고로 중요한 것이 안전이야. 우리가 하는 일이 다 사람들 다치지 말라고 하는 일인데. 이런 건 민원 들어오기 전에 우리가 해야지”라고 말한다.
남들에게 무심코 지나가는 하나의 건물이지만 그의 눈엔 애정을 가지고 살펴봐야할 대상인 것이다.

17:00
긴급상황
예정된 일을 모두 끝내고 드디어 꿀같은 휴식 시간. 전화벨소리가 사무실의 정적을 깬다. 전화를 끊고 다급하게 일자 드라이버를 찾는다. 한 여학생이 화장실 칸에 쓰려져 있다는 제보다. 문이 잠겨 학생을 구조할 수없으니 문을 열어달라는 요청이다. 도착한 곳은 서라벌홀 5층 여자화장실. 전력질주를 했으나 이미 상황은 해결되어 있다. 알고 보니 여학생이 술에 취해 안에서 잠들어버린 것이었다. 걱정이 된 여학생의 친구가 화장실 칸막이를 넘어 구조했다. 사건이 마무리되자 그는 “천만다행이네”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다.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일이 끝났다고 맘편히 있을 수가 없어. 이런 긴급 상황은 어느 때건 발생할 수도 있거든”이라며 숨을 돌린다.

18:00
시작과 끝은 공구 가방에서
콧노래가 나온다. 퇴근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소리다. 근무일지 작성도 완료했고 내일 할 작업 목록도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공구 가방을 정리한다. 내일이면 다시 어지럽혀질 가방이지만 임남균씨는 정성스레 다시 내일을 준비한다.

▲ 퇴근 시간 전, 근무 일지를 작성 중이다.

 

임남균 계장

어제 부러진 문고리가 오늘 감쪽같이 고쳐져 있다면 바로 임남균 계장이 왔다갔다는 증거다. 고장이 난 물건을 귀신같이 찾아내 고쳐두는 그는 우렁각시 같은 존재다. 전문 분야는 철공이지만 천장, 바닥, 문, 창문, 계단 등 건축에 관련된 모든 수리는 임남균 계장이 도맡아 한다. 그는 하루에만 10개가 넘는 물건을 고치고 수시로 들어오는 민원을 처리한다.
임남균 계장은 85년부터 학교 건물을 관리해왔다. 그에게 학교는 집과 같다. 그는 “내 집 고칠 때 누가 시켜서 하나요. 학교도 마찬가지죠. 고장난 것 있으면 알아서 고치게 되요”라고 말한다.
얼마 전 학생문화관 2층을 지나가던 임남균 계장은 중대신문사 출입문을 고치고 갔다. 신청을 한 것도 아닌데 당황스러웠다. 학교의 주인의식을 가지고 문제점을 살핀 후 해결하는 모습에 본지 기자들은 ‘멋진 하루’ 섭외를 시작했다.


글· 사진 정미연 기자 MIYONI@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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