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부록

독립 영화가 좋다
 

  보통 사람들에게 독립영화란 마냥 멀기만 한 존재다. 독립영화를 즐겨보는 사람들은 영화 평론가쯤 되거나 나와는 다른 지식인일 것 같다. 어디서 어떤 영화부터 봐야 하는지 모르겠고, 심지어는 독립영화가 정확히 뭔지도 모르겠다. 보러 가볼까 싶다가도 어쩐지 어렵고 지루할 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립영화는 어렵지 않다. 다만 조금 낯설 뿐이다. 독립영화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상업영화와는 달리 거대 자본으로부터 독립돼 있기 때문이다. 상업영화는 흥행을 목적으로 하지만 독립영화는 다르다. 투자자, 배급사로부터 받는 간섭도 없고 관객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관객이 좋아하는 소재, 장르, 스토리는 중요하지 않다. 연출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뿐이다. <파업전야>처럼 사회상을 알리는 영화도, <워낭소리> 같은 다큐멘터리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동성애에 대해 다루는 퀴어 영화도 마찬가지다.

  ‘보편적인 관객의 취향’은 고려하지 않은 독립영화의 어떤 매력에 팬들은 빠져든 것일까?

  독립영화는 자유로운 영화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까워질 수 있다. 지금은 마니아가 된 사람들도 처음에는 막연한 거리감을 갖고 있었다. 잔잔하고 지루한 전개, 어려운 내용을 예상하고 독립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단 보기 시작하면 편견은 조금씩 깨진다. 영화 소모임 ‘시노피 시나리’의 회장인 김보현씨(국어국문학과 2)도 그랬다. 김보현씨는 “생각보다 재밌는 작품도 많더라. 독립영화라고 다큐멘터리만 있는 게 아니라 멜로도 있고 스릴러도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한다.

  제약 없이 다양한 소재와 설정을 사용하는 것도 독립영화의 매력이다. 영화제작 동아리 ‘반영’의 회장 김민기씨(영어영문학과 3)는 “제일 처음 본 독립영화는 <도쿄>라는 작품이었는데 상업영화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상황이 흥미로웠다”고 말한다. 김혜수씨(서울여대 4) 역시 “내용이 뻔한 상업영화와는 달리 독립영화는 작품마다 감독의 개성이 잘 드러나 좋다”고 말한다.

  진지한 고민을 던져준다는 것도 독립영화의 매력이다. 사회에 대해 고발하는 내용도 있고, 동성애나 인권에 대해 다룬 영화도 있다. 물론 이런 작품들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는 여가를 즐기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흥미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혜원씨(영화학과 4)는 말한다. “영화에도 배울 게 많다. 독립영화를 보면 상업영화보다 재미는 덜할지 몰라도 무언가를 얻었다는 뿌듯함은 느낄 수 있다.”

  독립영화는 저예산으로 제작하다보니 상업영화에 비해 덜 다듬어지는 게 사실이다. 때로는 거칠게 느껴지기도 한다. 화려한 할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이라면 적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저예산이라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큐멘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양수영씨(연극학과 4)도 그 중 하나다. 양수영씨는 “예산이 없는 만큼 더 열의를 갖고 찍는 것 같다. 독립영화 다큐멘터리에는 한 사람을 몇 년 씩이나 쫓는 끈질김이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적은 예산이 오히려 무기가 된 셈이다.

  독립영화에는 상업영화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장면을 보여주는가 하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독립영화에 조금이라도 매력을 느낀다면 지금 당장 전용상영관으로 가보자. 당신은 생각보다 독립영화에 잘 맞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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