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만 되면 아련하게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시간을 되돌려 1990년대 중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박사학위 과정으로 유학하고 있었던 때였다. 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레이디 마아가레트 하우스(Lady Margaret House)라는 성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us)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도서관도 좋았고 수녀원의 평화로운 정원과 과수원을 지나면 있는 조그만 채플(chapel)에 가끔씩 갈 수 있어서 정신적으로 큰 위안이 되었다.

  대략 10여 명의 유학생들이 그곳에서 생활을 하였는데 대부분 천주교 신자들이었다. 할머니 수녀님들 중에 니콜라스 수녀님이 계셨는데 아침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부엌에 오셔서 손수 청소를 하셨고 늘 자상하게 학생들과 몇 마디를 나누곤 하셨다. 다양한 전공 분야의 학생들은 평소에는 서로의 어려움을 위로해 주면서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지만 월요일이 시작되면 대부분은 새롭게 시작되는 한 주의 스트레스로 아침에 잔뜩 찌푸린 얼굴이었고 수녀님은 그래서 더 자주 안부를 묻곤 했다.

  어느 월요일 아침 개인적으로 힘든 심정을 숨길 수 없어서 수녀님의 안부인사에 그냥 “월요일이니까 너무 힘들어요” 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말았다. 잠시 후 수녀님은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월요일은 단지 일주일에 한번밖에 없단다”하고 대답하셨다. 그날 하루 동안 학과, 도서관, 대학식당, 컬리지(College)에서 힘들어 하는 지인들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힘이 넘쳐나서 수녀님이 하신대로 웃으면서 “월요일은 일주일에 한 번 뿐이니 힘내세요”라고 말하면서 활기차게 월요일을 시작하였는데, 지금도 월요일이 되면 그때 가졌던 작은 감동의 순간이 떠오르곤 한다.
 

   몇 해 전에 영국에 잠시 연구차 갔을 때 이제는 고인(故人)이 되어 케임브리지 외곽의 조그만 묘지에 잠들어있는 니콜라스 수녀님을 뵈러 간적이 있었다. 묘지 앞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정리하고 꽃 한 송이를 바치면서 잠시 앉아서 지난 추억을 생각해보니 항상 검소하고 겸손하게 생활하시면서 늘 자상하게 학생들을 진정으로 보살펴주셨던 수녀님의 포근한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겉만 요란하고 형식에 치우친 백 마디의 무의미한 말보다는 평범하지만 가슴 속 진심에서 우러나는 한 마디의 따뜻한 말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영원히 감동을 줄 수가 있는 것 같다.

  월요일 강의시간에 가끔씩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보면 “월요일은 일주일에 한 번 뿐입니다. 자 힘차게 시작합시다”라고 이야기 하면서 케임브리지에서의 이야기를 잠시 들려주곤 한다. 시간이 제법 지났지만 지금도 평범한 진리의 위대한 울림을 잔잔히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반복되는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긴 터널 속에 있다고 느껴진다면 꿋꿋하게 계속해서 전진해보자. 그러면 결국에는 터널의 끝이 보일 것이다. 마치 월요일이 일주일에 한 번인 것처럼 터널의 시작이 있으면 터널의 끝도 있는 것이다.  

박환영 아시아문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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