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규, 입학처장 동행취재
  • 정미연 기자
  • 승인 2012.04.0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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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캐스팅 하겠습니다

▲ 이찬규 입학처장이 인터뷰에 응하며 웃고있다.


11: 00 아침부터 들려온 소식
“완전 전쟁을 하는구만. 허허. 참.” 지난 5일, 이찬규 입학처장(국어국문학과 교수)이 안국신 총장과의 회의를 끝내고 방으로 오자마자 한 통의 전화가 온다. 전화의 내용은 한 입시 사이트에서 우리학교 학생과 타 학교 학생 사이에 심한 비방전이 오갔다는 소식이다. 그만큼 대학 간 입시 순위 다툼이 치열함을 보여주는 일이다. 전화를 끊고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입시는 이런 거야”라고 말한다.


13:45 신중한 결정
  점심 먹고 시작된 회의. 따뜻한 날씨에 졸음이 올 법도 하다. 하지만 그를 찾는 손님들 때문에 졸 틈이 없다. 회의를 시작한 지 10분이 안돼서 손님 2명이 그를 기다린다. 회의는 미루고 일단 손님부터 맞이한다. 
겨우 회의는 재개된다. 안건은 2013학년도 과학인재전형 중 무엇을 평과 과목으로 선정할 것인가이다. 생물을 평가 과목에 넣느냐 마느냐 하는 논의가 오간다.
  그는 생물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직원이 과학인재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 학과는 생물 과목과 관련이 없어 평가 과목에 넣지 않아도 된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긴 논의 끝에 생물이 아닌 다른 과목을 넣기로 결정된다. 그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평과 과목 하나에도 입학 전형의 정체성과 목적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입학처는 몇 만 명의 지원자 속에서 옥석을 찾는 일을 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기준을 정할 때도 신경을 써야 한다. 생각하지 못한 변수는 없는지, 과정이 공정한지 등을 검열한 후에야 전형 하나가 완성된다. 그가 과목 하나를 결정하는 데도 공을 들이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15:30 문학박사 이찬규
  그가 금색 뿔테 안경을 벗는다. 찬찬히  중국인 여학생의 논문을 읽어 나간다. 학생은 조마조마한지 교수님의 표정과 논문을 번갈아 살핀다. 그가 마침내 입을 연다. 
  입학처장 “이걸 왜 연구해야 하지?”
  학생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입학처장 “그럼 근거를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해. 근거가 약해.”
  말을 하는 그의 표정이 진지하다. 순간 입학처장은 온데간데없고 ‘문학박사 이찬규’만 있을 뿐이다. 그는 입학처장 업무에 바빠 교수로서 학생 지도에 온전히 시간을 쏟지 못해 늘 아쉽다고 한다. 그 아쉬움 때문인지 그를 찾아온 학생에게 더 많은 내용을 알려주고 싶은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17:00 전투 채비 완료
  30분의 짧은 휴식 후 열린 회의가 길어졌다. 그가 급하게 짐을 꾸린다. 두 시간 뒤에 있을 입학 설명회에 가기 위해서다. 손잡이가 달린 서류 가방을 예상했지만 검은 등산 가방이 등장한다. 차려입은 정장에 등산 가방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내 쓸어 담듯이 서류를 넣어 빵빵해진 가방을 보자 이제야 등산 가방이 그에게 제격인 듯 하다. 그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일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전투하러 가는 거에요. 전투”라고 말했다.


18:30 허기는 아무도 못말려
  분당 디자인센터 앞.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하다. 6층에 도착하자 준비를 끝낸 직원들이 보인다.
  그는 인사 대신 “김밥 있어?”라고 묻는다. 허기진 배 앞에 장사는 없나보다. 김밥을 받은 그는 “그래도 오늘은 김밥 먹을 시간이 있네”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김밥을 ‘흡입’ 하는 그에게 식사를 더 권하자 “설명회 전에 많이 먹으면 안돼요. 말하는데 트림 나오면. 어휴. 허기 채울 정도로만 먹어야 해”라며 허허 웃는다. 


18:55 학부모의 마음
  설명회 시작 5분 전. 어머니들 사이로 넥타이를 맨 아버지도 컨벤션 홀 안으로 들어간다. 앳된 얼굴에 굵은 아이라인을 그린 여고생들도 떼를 지어 들어간다. 그는 홀 입구에서 사람들을 맞는다. 설명회를 앞두고 떨리지 않냐는 질문에 “진짜 떨리는 사람은 저 분들이지. 어느 대학을 갈까. 어느 과를 갈까. 얼마나 떨리고 고민하겠어”라며 가만히 사람들을 지켜본다.

▲ 설명회가 끝나고 학부모들이 추가 질문을 하기 위해 그에게 몰려들고 있다.

19:40 배꼽 빠지는 입학설명회
  본격적인 입학 전형에 대한 설명이 시작된다. 그는 “정시라는 것과 수시라는 것으로 나뉩니다”라고 운을 뗀다. 입시가 생소한 학부모들의 눈높이를 고려하기 위해서다. 그가 오늘 해야 할 일은 복잡한 입학 전형을 써놓은 입시 자료를 학부모들에게 이해시키는 일이다. 그는 압축적인 자료를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한다. 그러다보니 설명회의 분위기가 다소 느슨해진다. 그때 그가 화제를 돌린다. 
  입학처장 “여러분. 중앙대가 서울대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 손들어 주세요.”
  사람들 (…)
  입학처장 “정말 한 분도 없으십니까… 안타깝네요. 손을 드는 분은 제가 이 자리에서 바로 합격시켜 드리려고 했는데!”
(몇몇 사람들이 급하게 손을 든다.)
  입학처장 “다른 설명회에서 손 들면 원하는 학과에 합격 도장 찍어드립니다.”
그의 유머에 분위기는 한층 달아오른다.

 

21:00 까다로운 질문도 OK
“오늘 처장님 삘 받으신 것 같아요.” 한 교직원이 말한다. 1시간으로 예정된 설명회는 2시간 동안 진행된다. 설명회가 끝나고 질문 시간이 주어진다. 한 남학생이 격양된 목소리로 “추천서는 담임선생님의 글 능력에 따라 학생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앙대는 이를 보강할 방법이 있습니까?”라고 말한다. 따지듯 묻는 학생에게 그는 “저희가 설마 그런 것도 대비하지 않았겠습니까. 착하다. 잘한다. 성실하다. 단어만 나열해도 우리는 다 받습니다. 걱정 붙들어 매셔도 됩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재치 있는 답변에 질문한 학생도 웃음이 터지고 만다. 


21:30 최고의 답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가 무대에서 내려오자 학부모들이 그를 에워싸고 질문을 한다. 한 학부모가 그에게 말을 꺼낸다. 이때부터 한 아이의 신상은 낱낱이 공개되기 시작한다. 학부모는 아이의 성적부터 성격, 사춘기를 겪는 심리상태 등을 말한다. 전형에 대한 질문은 점점 고민 상담으로 바뀐다.
  하지만 그는 학부모의 말을 끊는 법이 없다. 20분 동안 이야기를 풀어놓던 학부모는 “아휴. 제가 말이 너무 길었죠”라고 말하자 “아닙니다. 굉장히 잘하시는 겁니다”라며 따뜻한 말을 잊지 않는다. 말을 끊을 법도 한데 왜 그러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최고의 답변은 다 들어주는 거에요. 무슨 말이 소용이 없죠. 학부모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 답이예요”라고 말한다.


22:00 긍정은 나의 힘
  안전벨트를 매며 그는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한다. 긴장이 풀리자 피곤함이 몰려온다. “학회에 보낼 문서를 작성해야 오늘 제 모든 일정이 끝나지요. 아직 끝이 아니랍니다”라며 안경을 벗어 눈을 마사지 한다. 덧붙여 “이 일은 힘들다고 생각하면 절대 못 할 일이에요. 내가 하는 노력이 학교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해야해요. 긍정이 힘이죠”라고 말한다.
 

 이찬규 교수(국어국문학과 교수)

  이찬규 교수는 문학박사이자 ‘입시박사’다. 그의 입에선 복잡다양한 입시 정보가 술술 나온다. 1년 동안 공부한 덕이다. 입학처장을 맡고 얼마 되지 않아 참석한 회의에서 그는 한 마디도 못하고 나왔다고 한다. 당시 그는 입학에 관한 지식은 문외한이었다. 그 회의 이후 그는 꾸준히 입시 정보를 공부한 끝에 그는 입시박사로 불리는 지금에 이르렀다.
  그의 성실함은 입학처에 있는 화이트보드에도 드러난다. 보드엔 직원들의 스케줄이 포스트잇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의 스케줄은 노란색 포스트잇으로 표시된다. 빡빡한 그의 일정 때문에 ‘옐로우 보드’가 되기 일쑤다. 그는 지방으로 직접 설명회를 다닐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까지 찾아간다. 힘든 일정이지만 그는 입학에 관한 일이라면 빠질 수 없다 생각한다.
  입학처는 매년 입시 결과로 평가받는 곳이다. 매년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결과는 그 학교의 경쟁력을 알아 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그는 “입학처는 학교의 위상을 대표하는 선봉대에 선 곳이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입학처장을 맡게 된 그는 이 자리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전체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긍정적으로 일에 임했다. 어느새 1년이 지난 지금, 상승된 입시 결과가 그의 성실함을 여실 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늘 ‘문학박사’라는 연구직도 잊지 않는다. 하루 일과의 끝을 연구로 맺는다. 작년에만 3편의 논문을 내는 열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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