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라벌홀(203관) 814호에서 147번째 게르마니아가 열렸다. 이번 게르마니아는 ‘현대 매체이론의 지형’의 두번째 강연으로 김성재 교수(조선대)가 강연자로 초청됐다. 김성재 교수는 마샬 맥루한의 저서 『구텐베르크 은하계』를 통해 인간과 매체의 역사적 관계를 조명했다.

  김성재 교수는 마샬 맥루한에 대한 소개로 강연을 열었다. 맥루한은 20세기의 매체 철학자로 매체가 인간 커뮤니케이션에 끼친 영향을 연구한 학자이다. 맥루한은 기본적으로 매체 기술의 발달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거 일방적인 매체가 수용자를 고립시켰다면 후에 나타난 쌍방향 매체는 수용자를 매체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맥루한은 매체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다. 인쇄매체의 시대와 전자매체의 시대가 그것이다. 맥루한은 『구텐베르크 은하계』를 통해 인쇄매체 시대가 전자매체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전한다. 특히 시대를 대표하는 매체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감각기관에 초점을 맞춘다.

  구텐베르크, 인쇄시대를 열다= 먼저 인쇄매체의 시대는 15세기에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하는데서 시작된다. 인쇄 시대는 19세기까지 지속됐다. 여기서 왜 그의 책제목이 『구텐베르크 은하계』인지 엿볼 수 있다. 인쇄시대에는 책이 가장 대표적인 매체였다. 책은 인간의 감각 중 시각을 독점한다. 맥루한은 매체에 의해 감각기관이 확장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감각기관의 확장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 방식을 변화시킨다. 즉, 인간은 매체의 본질을 결정하는 주체가 아니라 매체에 의해 결정되는 객체라는 것이다. 

  전기시대에서 비로소 인간이 되다= 한편, 전자매체의 시대에서 전기는 인간이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맥루한은 20세기를 전기시대로 본다. 전기는 TV, 전화 등을 가능케 했다. 인쇄시대가 인간의 시각만을 요구했다면, 전기시대는 시각과 더불어 청각을 필요로 한 것이다. 매체 변화가 인간 감각의 확장을 야기한 것이다. 비인간적인 인쇄시대와 달리 전기시대에서 인간은 인간답게 변했다. 덧붙여, 맥루한은 인쇄시대와 전자시대를 각각 선형코드와 평면코드로 분류하기도 한다. 책은 1차원의 매체로 보고, TV 영상물은 2차원의 매체로 본 것이다. 맥루한은 활자 언어로 인해 인간이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소통의 어려움은 소외된 근대인과 배제된 근대문화를 낳았다고 평가한다.

 톡톡튀는 매체 철학자= 맥루한은 인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미디어 사상가다. 김성재 교수는 맥루한의 매체관에서 그 흔적을 찾았다. 김성재 교수는 “맥루한은 매체를 뜨거운 매체(Hot medium)와 차가운 매체(Cold medium)로 구분하기도 한다”며 “매체를 감각기관의 확장으로 여긴 동시에 특히 촉각으로 보충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뜨거운 매체란 책, 라디오, 사진, 강연 등의 일방적인 매체를 가리킨다. 뜨거운 매체라고 불리는 이유는 매체 자체만으로 이미 텍스트 전달의 기능을 다한 ‘뜨거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뜨거운 매체에는 수용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수용자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TV, 전화, 세미나 등의 차가운 매체는 쌍방향적인 매체로 수용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차가운’ 상태이다. 차가운 매체는 수용자의 감각으로 보충될 수 있다. 

   김성재 교수는 “만약 마샬 맥루한이 인터넷 시대를 보았더라면 그의 매체 이론은 더욱 흥미로웠을지 모른다”며 “매체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 감각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커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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