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버전이란, 정식버전을 릴리즈하기 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류나 결점을 찾고자 일반 사용자에게 시험 사용을 해보도록 배포하는 소프트웨어 버전이다. 유저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유용한 기능을 갖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기회를 얻고, 개발자들은 미리 사용해 본 유저들의 경험이나 의견을 종합하여 제품의 디자인, 성능 등에 관하여 좀 더 완성도 높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좋은 이점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인생은 베타버전이 없다고 말한다. 인생은 말 그대로 연습을 해볼 수도 없는, 누가 대신 살아줄 수도 없는, 실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결정이든지 진지하고 진중하게 해야 하며 되돌아갈 수도 없기에 후회할 것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 그것 또한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캠퍼스 안의 나는 조금 다른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새 학기의 낯설음이 조금 무뎌질 지금 시점이 오면 두 명, 세 명씩 연구실로 학생들이 찾아온다. 학생들의 상담 내용 90%는 진로, 취업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작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갈피를 못 잡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 학생들에게 꼭 되묻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게 뭐예요?”, “그럼, 잘하는 것은 뭐예요?” 그리 질문하면 머뭇머뭇 하고 자신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내리지 못한다. 아마 우리 문화속의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할 것이다. 과정보다는 결과로 판단 받았기에 실패의 두려움을 무의식적으로 심어주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사회로 넘어가기도 전에 미래에 대해 겁부터 먹게 되어 나의 역량과 자질에 대한 분석보다 좌절감, 무기력함을 먼저 맛보게 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첫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하여 갖고 있는 역량의 강점·약점, 외부 환경에 대한 기회·위협(SWOT분석)을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말이다. 기업의 경영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경영 역시 환경 분석, 즉 나 자신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밑받침이다.
 

  학생들은 아직 베타버전이다. 베타 버전에서는 어떠한 실수나 결점이 있더라도 질타를 하거나 책임을 묻지 않는다. 수정 사항을 하나씩 고쳐나갈수록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거듭날 것이고, 문제점들을 하나씩 보완해 나갈 때마다 자신감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사회에 첫 발을 내민다면 실패라는 단어의 두려움보다 업그레이드의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세상이 원하는 인재는 다 갖추어진 환경의 엄친아가 아니다. 많은 도전과 실패를 통해 스스로 다져지고, 다져진 흙더미에서 외부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여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도전 속에 실패와 성공을 맛보고 그 결과로 발전을 얻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정은 산업교육원 게임학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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