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인생은
상실의 연속이 아닐까요”

- 추천인 : 박종혁씨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낸 책이라고 생각해요.”

  이 책을 추천한 박종혁씨(교육학과 3)는 『상실의 시대』에 대해서 이렇게 입을 열었다. 박종혁씨는 현재 교육학과의 교육학회 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실의 시대』는 1960년대에 정치·사회적으로 격동의 시간을 겪은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그 속에서 갓 20살이 된 주인공 와타나베는 두 여자를 사랑하지만 뚜렷하게 행동하는 것 없이 현실 속에서 부유한다.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인물들은 무언가 ‘상실’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랑하는 애인을 잃거나, 부모를 잃거나, 평범한 삶을 잃었다. 하나같이 방황하는 태도를 보이는 인물들은 정신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위태로운 인물과 배경을 통해 당시 혼란스러웠던 세계를 담아내고자 했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기도 한 1960년대에는 사회의 보수적인 질서에 저항하는 68혁명이 전세계에서 일어났다. 노동운동, 여성해방, 교육운동 등으로 발전했고 그 파급효과는 일본·미국·독일 등으로 퍼져나갔다. 문학평론가 이정현씨는 “당시 일본에서는 사회저항이 소설과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일어났다”며 “특히 소설의 중심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루키의 이런 의도는 시대적으로 큰 공감을 얻었다. 『상실의 시대』는 일본에서만 6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고 2010년에는 영화로도 개봉했다.

  『상실의 시대』는 90년대 초 우리나라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는 작품의 배경이 당시 한국 사회와 절묘하게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문학평론가 이정현씨는 “우리나라 사회는 90년대 초가 되어서야 비교적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며 “책에서 청춘의 아픔과 애매모호함이 각광받은 것은 이런 시대적 흐름을 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문체로도 표현하고자 했다. 하루키는 불안정한 현실을 표현하기 위해 모호하고 애매한 문체를 사용하면서 오히려 현실성을 획득했다. 한편 무라카미 하루키는 주변 상황에 대해 지극히 섬세한 묘사를 하기도 한다. 박종혁씨는 하루키의 이런 문체에 크게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종혁씨는 “인물의 감정은 물론 주변 환경에 대한 자세한 묘사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 쉽게 동했다”고 말했다.
 
  『상실의 시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국어판 서문에 부친 말에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쓰여 있다. 『상실의 시대』가 연애소설이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하다. 박종혁씨도 이 점에 공감했다. 그는 “흔히 연애소설은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리는데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며 “소설 속 주인공이 한번에 여러 명의 여인을 사랑하기도 하고 순식간에 사랑이 식기도 하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종혁씨의 다른 도서 보기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베른하르트 슐링크 저)
『상실의 시대』에서 인물들 간에 복잡하게 얽힌 사랑을 제시했다면 이 책에서는 평생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순애보적인 애틋함을 그렸다. 이 작품 역시 영화화됐으며 큰 흥행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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