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부록>
  봄날

  느껴지세요? 봄이 왔습니다. 따뜻한 봄바람이 붑니다. 회색 아스팔트 위에 노란색, 초록색, 분홍색의 것들이 어렴풋이 보일락 말락 합니다. 과제에 팀플에 영어공부에 바쁘시다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봄인데 나들이 한번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이 아름다운 계절에 방안에만 박혀 있는 것은 청춘에 대한 배신입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됩니다. 봄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중앙대 근처에서 봄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소개합니다.

 

▲ 일러스트 정미연기자

 

후문에서 출발하는 동작충효길

꾸벅꾸벅 졸지 말고 봄나들이 갑시다


  봄에는 1교시 수업보다 힘든 게 5교시 수업이다. 날은 따뜻하고 점심도 먹었겠다, 춘곤증이  밀려와 죽을 맛이다. 몸도 찌뿌둥해 수업만 아니면 당장에라도 산책을 나가고 싶다. 대운동장의 텁텁한 흙먼지 말고 나무 냄새를 맡으며 산길을 걷고 싶다면 ‘동작충효길’을 추천한다.
  동작충효길은 7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근린공원, 노량진 수산시장, 보라매공원, 까치산 등 동작구의 명소들을 연결한 둘레길이다. 그 중에서도 중앙대 근처를 지나는 코스는 1,2코스다. 1코스를 선택하면 노들역부터 상도동을 거쳐 사당출입문까지, 2코스의 경우 상도동부터 현충원을 거쳐 동작역까지 걷게 된다. 꼭 정해진 코스대로 걸을 필요는 없다. 입맛에 맞게 짬뽕시켜도 좋다. 어떤 코스가 좋을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기자가 직접 걸어봤다. 기자는 1코스 중 중앙대 후문부터 현충원까지 가는 코스를 택했다.
  길을 떠나기 전 점검해야 할 게 있다. 혹시 지금 구두를 신고 있다면 다음을 기약하자. 서달산을 따라 걷는 코스기 때문에 운동화는 필수다. 음료수도 한 병 챙기는 게 좋다. 준비가 끝났다면 중앙대 후문으로 나간다. 5511번 버스 정류장이 있는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동작충효길 1코스’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 옆의 계단을 오르면 서달산 산책로가 시작된다.
  서달산 산책로의 초입엔 잣나무 길이 있다. 흙길 양 옆을 잣나무가 빽빽하게 메우고 있는데 이 길의 또다른 이름은 피톤치드 길이다. 잣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덕분에 숲 속 특유의 상쾌하고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아 고요하다. 갈림길 없이 쭉 뻗은 길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보자. 그렇게 0.6km 쯤 걸으면 자연학습장을 만날 수 있다. 딱정벌레 모양 의자에 앉아 잠시 동심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다.
  자연학습장을 지나면 갈림길과 오르막길이 많아진다. 잣나무 길이 산책 코스였다면 지금부터는 가벼운 등산이 시작된다. 갈림길이 많다고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초행자들도 길을 잃지 않도록 친절한 표지판이 곳곳에 서있다. 표지판에 쓰여진 ‘현충원 상도출입문’ 방향으로 계속 걸으면 동작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동작대는 서달산 동작봉 정상에 있는 2층짜리 전망대로 경관이 뛰어나다. 이 위에 서면 한강, 63빌딩, 남산과 관악산이 다 보인다.
  경치를 충분히 즐겼다면 다시 출발해보자. 동작대를 오른쪽으로 두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좁은 흙길이 나온다. 두 명이 걸으면 어깨가 스칠 정도의 너비다. 두 개의 돌탑을 지나고 계단을 내려와 쭉 걷다보면 현충원 개방문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개방문 안으로 들어가면 현충원 둘레길을 걸을 수 있다.
  현충원 둘레길 중간에는 호국지장사라는 절이 있다. 절 특유의 향내와 은은하게 울리는 인경 소리가 매력적인 곳이다. 입구에 있는 약수터에서 약수를 한 잔 떠 마시고 밖으로 나와 걷던 방향으로 다시 걸어 내려가자. 보호수로 지정된 300살짜리 느티나무를 지나쳐 계속 걷는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수많은 묘소와 흐드러진 벚꽃이 보인다. 바로 중앙대-현충원 코스의 종착지, 현충원이다.
  봄날의 나른함을 이겨내고 활기를 되찾고 싶다면 일단 걸어보자. 가까운 곳에 당신을 위한 숲길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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