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청년의 필수템
 

 

멋진 양장노트를 기대한 것과 달리 책상 위에 놓인 습작노트는 별게 아니다.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저렴한 공책이 습작노트의 전부다. 공책의 겉장만 넘겨도 완성되지 않은 문장들이 넘쳐 난다.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 전, 모든 과정을 습작이라 한다. 이는 사이즈가 큰 직소퍼즐을 하나씩 맞추는 것과 같다. 작은 단어나 사유에서 시작된 생각이 문학의 형태가 될 때까지의 기록이 습작노트에 담겨 있다. 어떤 이에게는 습작노트 자체가 징크스가 되기도 한다. 습작노트에다 초고부터 퇴고까지 작성해야만 진짜 내 글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노트 안에 특별한 목차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인의 기호에 따라 습작노트의 구성이 달라진다. 생각나는 시구와 떠오르는 상념을 메모를 하듯 적어 넣는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필사도 습작노트에다 하는 경우가 많다. 필사란 좋은 글이나 문학작품을 손으로 베껴 적으며 익히는 것을 말한다.
습작노트가 글쓰기 실력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나, 때로는 좋은 습작노트 하나가 내 문학의 지침서가 된다. 많은 양의 습작 노트들이 노트의 주인에게는 세계문학전집만큼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자산이 된다. 습작노트가 늘어날수록 작가 지망생은 작가와 더 가까워지고, 기성작가는 좀 더 문종과 가까워진다. 별거 아닌 습작노트는 작가에게 만큼은 별거다.


송민정 기자 minksong@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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