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부터 대학본부가 야외 음향기기 사용을 제한해 공연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당황하고 있다. 지난 학기 학습권 침해 요구가 거세지자 관련 규정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공지한 이후 별다른 협의없이 노천극장 음향기기 이용이 중지된 것이다. 이번 주에 공연을 준비 중이던 동아리마저 중대신문이 취재를 시작할 때까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좁은 부지에 건물이 밀집된 서울 캠퍼스의 공간 구조는 학습권과 문화행사를 양립할 수 없게 만들었다. 노천극장에서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본 공연 시간뿐만 아니라 리허설과 홍보를 이유로 하루종일 소음이 발생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 단위별 주점이 열리는 날이면 주변 건물의 저녁 수업은 물 건너갔다. 최근 면학분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문화행사를 위해 학습권을 양보해왔던 암묵적 합의는 깨지고 있다.


이제 학습권과 문화행사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해묵은 논란을 반복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특정 기간을 제외하곤 야외 음향기기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대학본부의 구상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다수를 이룬다. 그러나 여론이 각종 야외 문화행사에 따가운 눈총을 보낸다는 이유로 야외 문화행사를 줄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선 곤란하다.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아야한다는 전제 하에 문화행사를 활성화시킬 방안마련에 고민의 지점이 모아져야 한다. 학습권이 문화행사보다 더 중요성을 띄는 것일 뿐 문화행사 없는 대학을 상상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 관련 규정 제정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점은 반갑다. 학생들을 설득해 공연일자를 조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문화행사를 장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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