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수, 장애학생 동행취재
  • 정미연 기자
  • 승인 2012.03.19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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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불편한 승수의 이야기

 

 
                               10시 30분
승수에게 필요한 10분
교양학관 앞, 수업이 끝난 후 풋풋한 신입생들이 구름떼처럼 지나간다. 10분 후, 학생들이 한바탕 휩쓸고 간 조용한 건물에서 이승수씨(생명과학부 1)가 내려온다. 목발을 짚으며 계단을 내려오는 승수의 모습은 위험한 곡예를 보는 것 같다. 아슬아슬하게 한 발씩 내딛어 겨우 1층에 도착했다. 승수는 숨이 가쁜지 한 숨 돌린 후 다시 목발을 움직인다. 5층부터 1층까지 내려온 승수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기운마저 감돈다. 교양학관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승수가 수업을 듣는 건물 중 ‘난이도 상’에 속하는 코스다.
일반사람들에게 건물 내 엘리베이터는 선택사항일 뿐이다. 하지만 승수에게 엘리베이터는 필수사항이다. 교양학관에서 수업을 듣는 월요일과 수요일 아침, 승수는 이렇게 계단과의 사투를 벌어야 한다. “다음 시간은 1층이라 다행이죠”라며 웃는 승수에게 쉬는 시간 10분은 누구에게보다 소중하다.

12시 30분
그들만의 암묵적인 약속
‘독서와 토론’수업을 마친 승수는 동기들과 102관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이때 승수의 발걸음이 멈췄다. 승수의 걸음을 멈추게 한 건 102관 1층 정문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계단 앞에서 머뭇거리는 승수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등장한다. 승수 옆에 있던 두 친구는 약속이나 한 듯 자연스레 승수의 팔을 잡는다. 한 계단 한 계단 발걸음을 맞춰 내려가 승수의 다리는 한결 가볍게 보인다. 계단에서 다 내려오자 친구들은 승수의 느린 보폭에 맞춰 걷는다.
‘한솥도시락’으로 들어가자 인파 때문에 승수를 놓치고 말았다. 사람들 틈에서 힘들게 찾은 승수는 자리를 맡고 친구들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같이 온 친구들은 승수 것도 함께 시켜 음식을 들고 간다.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불편한 승수를 위해 친구들과 승수는 서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분담한 것이다. 사인도 주고받지 않았는데 일어난 일이다.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걸음을 부축해주고 보폭을 맞춰주네요.
“애들이 착해서 그래요.”
-친구들이 ‘승수는 도와줘야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스럽진 않나요?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은 고마운데 너무 부담은 안 가졌으면 좋겠어요. 조금 불편할 뿐 모든 걸 할 수 없는 건 아니니까.”

12시 55분
남보다 더 가져야 할 용기
다음 수업을 위해 102관으로 향했다. 102관에는 수업을 듣기 위해 모인 학생들로 가득했다. 강의실에 가려면 한 층만 올라가면 되지만 승수는 엘리베이터를 찾는다. 엘리베이터 안은 사람들로 만원 직전이었다. 조용한 엘리베이터 안, “내릴게요!”하는 승수의 우렁찬 목소리가 정적을 깬다. 승수의 큰 목소리에 옆 여학생이 깜짝 놀란 눈치다. 큰 목소리를 낸 것이 부끄러울 새도 없이 승수는 인파 속 틈새를 찾는다. 나가기 위해선 5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헤집고 나가야 한다. 승수는 불편한 자신의 다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용기를 내는 것이 몸에 자연스레 베어 있었다.

▲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이승수씨.
▲ 팔이 아프지 않게 붕대로 두껍게 감싼 목발.

15시 10분
들어는 봤나, 승수 루트
학교에는 ‘승수 루트’가 있다. 이 루트의 매력은 모든 지형을 평지로 만든다는 거다. 흑석캠퍼스는 계단을 빼놓고 걸어 다닐 수가 없는데, 계단에 한없이 약한 승수에게 그야말로 구세주인 셈이다. 승수 루트로 가기 위해선 3, 4, 6만 기억하면 된다. 승수 루트의 모든 길은 엘리베이터로 통하는데 수림과학관에서 3층, 의학관에서 4층, 법학관 6층에서 내리면 된다.
승수 루트에는 조건이 있다. 이 루트는 오직 보도블럭으로만 갈 수 있다. 목발을 짚고 걸을 때 달려오는 차를 빠르게 피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승수는 고집스럽게 보도블럭으로만 걷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승수는 도우미 김경환씨(생명공학부 1)와 승수 루트를 이용해 기숙사로 향했다. 의학관까지 목발로 유유히 걷던 승수는 봅스트홀 언덕길이 시작되자 잠시 고민한다. 오늘은 경환이와 함께 가니까 법학관 길을 포기하고 봅스트홀 언덕길을 걸어가기로 한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봅스트홀 언덕길은 최고 난코스답게 승수를 힘들게 했다. 승수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목발을 짚는다. 승수가 목발로 겨우 걸어갈 새에 사람들은 승수를 유유히 앞질러 간다. 이에 아랑곳 않고 승수는 열심히 목발을 움직이는데 힘을 쏟는다.
예전에 목발로 걷다 언덕길에서 넘어져 다친 적이 있는 승수는 언덕길을 갈 때 심혈을 기울인다. 경환이와의 대화도 끊겼다. 겨우 봅스트홀에 도착해 한숨 돌리고 있을 때 마침 셔틀버스가 지나갔다. ‘저거다!’ 경환이와 승수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경환이는 일단 손부터 흔들고 본다. 구조요청을 바라는 사람처럼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애타는 마음을 알 리 없는 아저씨는 둘을 지나쳤다. 승수가 포기하려는 찰나 경환이가 냅다 뛰기 시작했다. 무작정 버스 옆으로가 손을 흔들었다. 경환이의 손을 본 아저씨가 버스를 멈췄다. 바로 이때 콤비플레이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이제부턴 승수 몫이다. 승수는 거의 날라다니다시피 목발을 짚어 앞으로 나아갔다. 놀라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버스 앞까지 간 승수. 승수와 경환이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버스에 올라탔다. 둘의 궁합이 예술이다.
하지만 웃는 것도 잠시. 교내 셔틀버스는 기숙사 앞에서 정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말할 타이밍도 놓쳐 버스는 유유히 기숙사를 지나쳤다. 버스는 굽이굽이 길을 돌아 후문에서 정차했다. 
경환: 오르막길보다 낫잖아. 그냥 걸어.
승수: 그래, 오르막길보다 이게 나아. 그런데 나 5키로 빠졌어.
경환: 정말? 학교 다니는게 중노동이구만.
승수: 오토바이 있으면 좋겠다.
경환: 원동기 면허도 없으면서.
승수: 그럼 순간이동 능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경환: 그럼 내가 있을 필요가 없잖아.

17시
내성없는 약 개발하고 싶어요
실험 수업시간. 실험수업은 승수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수업 전 실험실 뒤 서랍장에 가지런히 놓인 실험도구들을 구경했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난 눈치다.
방학이면 늘 병원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았던 승수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환자들을 많이 봐왔다. 그들은 너무나 고통스러운데도 진통제에 내성이 생겨 고스란히 고통을 참아야 한다.
승수 또한 예외는 아니기에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승수에게는 꿈이 있다. 내성이 없는 약을 개발하는 것. 승수는 그의 앞에 놓인 실험기구들이 그의 꿈을 실현해 줄 거라 믿는다. 조금 불편한 다리지만 전혀 거침없는 그의 꿈은 이 실험실에서 더욱 커질 것이다.


이승수(생명과학부 1)

백만불짜리 다리를 가진 학생. 8살에 교통사고 난 뒤부터 다리가 불편했다. 수술을 받았지만 근육이 굳어가는 희귀병이라는 말과 지체장애 3급이란 판명을 받았다. 당시 한창 클 나이였던 승수는 그 때문인지 다리 길이가 조금 다르다. 더 긴 다리에 힘을 주다보니 양쪽 다리에 관절염이 생겨 오래 걸으면 남보다 많이 지쳐한다.
남들보다 약한 다리를 가졌지만 학교생활을 즐기고 싶은 열정은 누구보다 강하다. 공강 시간엔 친구들과 내기 당구를 즐기고 개강총회에 참석해 동기들과 친해지려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게다가 학부 내 밴드부를 지원해 앞으로도 승수의 학교생활은 더욱 알차게 꾸며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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