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다이어리


총각딱지 좀 떼라는 소리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듣고 있는 27살, 평범한 공대생입니다. 남자와 혼전순결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가요? 저는 게이도, 성불구자도 아닙니다. 주변 친구들은 언제나 저를 별종으로 몰고 갑니다. 여자친구가 있는 지금도 혼전순결의 대한 생각은 같습니다. 여자친구와는 스킨십 정돈 하지만 그 이상의 진도는 나가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혼전순결을 지키는 남자를 오히려 여자들이 부담스러워 할 거라 합니다. 여자가 혼전순결을 주장하면 순결하다 생각하면서 남자는 왜 그렇지 못할까요? 제가 막연히 성관계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입니다.
 -공대 L군

혼전순결을 지키는 건 개인의 신념이고 선택이지요. 그런데 공대군에게 먼저 질문을 하고 싶군요. 순결은 대체 무엇인가요? 혼전순결을 주장하면 순결한 것인가요? 그렇다면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계속 조르고 졸라서 섹스를 한, 결혼 전에 섹스를 경험한 여자는 순결하지 못한 건가요? 남자에게 순결하다는 수식어를 쓸 수 없는 걸까요? 사회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성에 대한 차별적인 단어를 스스로 내제화하면서 혼전순결을 지키고 있으니 혼란스러운 거겠죠. 아집과 편견으로 가득 찬 신념이 아니라면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흔들리지 않아야죠.
위의 내용만으로는 공대군의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워 추가 질문을 보냈는데 답변을 보니 또 질문이 하고 싶어지더군요. 잘 생각해보세요. 아직 처녀예요. 한번도 삽입 섹스를 해본 적이 없어요. 일반적인 개념에서 판단한다면 아주 아주 순결한 여자지요. 하지만 조건이 좋은 세 명의 남자를 만나며 탐색전을 펼치고 있어요. 욕정을 참지 못한 남자가 한 번만 하자고 조르니 여자는 손이나 입으로 해줍니다. 그런 식으로 세 남자와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처녀를 지키고 있지요. 아직도 그 여자가 여전히 순결한가요?   
혼전순결주의자인 여자 친구와 애무도 하고, 사정하기 위해 그녀의 손이나 입을 빌리기도 하면서도 삽입은 하지 않았으니까 우리는 순결하다 말할 수 있는 건가요? 솔직히 하고 싶은 욕구를 억지로 참고 있으니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겠지요. 둘 다 몸이 주는 즐거움을 이미 알고 즐기고 있으면서 혼전순결을 핑계 삼아 끝까지 가지 않는 거라면 차라리 섹스를 하세요. 철저하게 피임을 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섹스를 하는 게 이율배반적이지 않는 태도가 아닐까요? 욕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여자 친구랑 플라토닉한 사랑만 나누고 있는 것도 아닌데 삽입만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공대군에게 얻어지는 만족감은 무엇인가요?
섹스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를 쏟아내는 걸 남자다운 줄 아는 천박하게 굴던 친구들과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겠죠. 그들이 여자 친구와의 섹스를 떠벌리는 모습을 보면서 섹스라는 행위를 더럽다고 인식한 것은 아닐까요? 섹스를 하더라도 함부로 입을 놀리는 몹쓸 남자가 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섹스 자체까지 하지 않겠다 결정한 것은 오히려 지나친 면이 없지 않나 싶네요. 남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높은 자존감과 성에 대한 보수적인 생각이 스스로를 억압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군요. 섹스는 더럽거나 나쁜 게 아니랍니다. 섹스를 하는 사람의 태도가 문제가 될 뿐이죠.

김현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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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칼럼니스트: 현재 <일간스포츠>에 고정 칼럼을 기고 중이다. 자신의 블로그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
http://desirable-h.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트위터@f_cking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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