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ROTC 후보생 4인 인터뷰
  • 이현규 기자
  • 승인 2012.03.19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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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자만 군대 가야 돼?

캠퍼스 내에 힘차게 울려퍼지는 “충! 성!” 소리는 더 이상 남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자 ROTC(학생군사교육단) 모집이 시작된 지 2년 만에 중앙대에서 4명의 여학생들이 후보생 생활을 시작했다. 첫 여자 후보생이라는 부담과 각종 사회적 편견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엔 힘찬 기상이 가득했다.

 

▲ 왼쪽부터 서유진, 엄혜영, 정다운, 우승혜
   

- 왜 ROTC에 지원하게 됐나

 
우승혜 어릴 때부터 사관학교 진학을 희망했었는데 개인사정 때문에 지원하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엔 학사장교를 지원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던 중 여자 후보생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하게 됐다.
엄혜영 현재 공대에 다니고 있다. 원래 비행기조종사가 꿈이라 비행기 관련 일을 하고 싶어 공대에 왔다. 상대적으로 여성이 적은 곳에서 남성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싶으면 같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다운 어릴적부터 보고 자란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같다. 해군 출신인 아버지께서 평소 언제든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나라를 위해 일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서유진 동아리 선배 중 입버릇처럼 도전을 강조하고 다니는 선배가 있었다. 많은 실패를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선배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어느 날 그 선배가 여군을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이자 스스로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지원하게 됐다.
 
- 합격 이후의 주변 반응은 어떤가
 
승혜 주변 사람들에게 ‘부모님이 허락 안하시지 않아?’라는 걱정섞인 질문을 많이 듣긴 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부모님이 먼저 권해주셨다.
 
혜영 원래 사관학교를 지원하려고 했던 걸 잘 아는 가족들은 많이 응원해주셨다. 여자친구들도 적극적으로 찬성해줬다. 오히려 남자인 친구들이 ‘왜 사서 고생하냐’는 말을 많이 했다.
 
- 다운씨와 유진씨는 남자친구가 있다고 들었다
 
유진 동아리에서 만났다. 합격 이후엔 동아리 선배들이 남자친구에게 ‘왜 안말렸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도 남자친구 아버지께서 군인이라 잘 이해해주는 것 같다. 오히려 훈련에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려준다.
 
다운 군필자인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다. 남성 중심적인 군대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여자가 군 생활을 한다는 점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합격 이후엔 밀어주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의견차이가 있다. 단복을 입고 다니다 보면 “여자가 군복 입고 있어”라며 뒤에서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때마다 남자친구가 왜 사서 고생을 하냐며 핀잔을 준다. 그래도 이내 “니가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해준다 (웃음).
 
훈련 과정을 묻는 기자에게 이들은 ‘잠만 따로 잘 뿐 다를게 없다’고 설명했다. 여자가 아닌 군인이 되기 위해 차별없는 훈련과정을 이겨내고 후보생이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여자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 남자 후보생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다운 모든 훈련과정을 남자 후보생들과 함께 하면서 남자에 비해 근력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은 했다.
혜영 추가로 합격해 겨울방학 때 남자 후보생들과 같이 훈련을 받았다. 여자 후보생들이 더 나은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경쟁률이 높다보니 의지도 강한 것 같고. 사격은 오히려 남학생들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승혜 기초훈련과정에서 만난 51기 숙명여대 선배님들이 “우리도 했다. 너희도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덕분에 여자라서 못한다는 비겁한 생각은 잊어버리게 됐다.
 
- 후보생이 가지는 제약이 많아 어려울 것 같은데
 
승혜 힘들다. 하지만 그만 둘 생각은 전혀 없다.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어도 단 한번도 후회는 해본 적 없다. 대대장 선배님께서 자유롭지 못한 생활은 장교 후보생으로써 누리는 특권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규제가 당연하다고 말씀하셨다. 
 
다운 덧붙이자면, 병사들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 소대장이 될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규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적용되는 규제들이 병사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여자 선배가 없어서 힘든 점은 없나
유진 복장이 남자 후보생들과 달라서 남자 선배들에게 물어보기 어렵다. 그럴 땐 다른 학교의 여자 후보생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는 편이다. 
 
혜영 동계훈련 당시 남자 소대장님과 함께 훈련을 받았다. 남자 후보생들의 경우 소대장님과 친해진 후 같이 사진도 찍고 생활관에서 이야기도 하곤 했는데 여자 후보생들을 대할 땐 조금 조심스러워 하시더라.
승혜 궁금한게 생겼을 때 남자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면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하신다. 그래도 가끔 어려워하시는 게 느껴질 때도 있다.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남자들과 차이를 둘 수도 없고.
 
-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다운 여자 후보생이 신기하고 단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게 어색하게 보인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다만 뒤에서 ‘어 여자가 왜 군인을 해?’라는 말은 안했으면 좋겠다.
 
승혜 나도 마찬가지다. 궁금해 하는 건 상관없는데, 여자가 군대를 왜 가냐며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뒤에서 수군거리는것도 신경쓰일때가 많다. 차라리 앞에서 대놓고 물어봤으면 좋겠다.
 
혜영 훈련도 대우도 전부 똑같이 받는데 아직도 그런 편견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 
 
- ‘스펙 쌓는게 아니냐’는 안좋은 시선도 많다
 
유진 한마디로 말하자면 전부 오해다.
 
다운 면접장에서 대놓고 스펙 쌓으러 왔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전부 탈락했더라.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여자 후보생들은 군대를 과정이 아닌 목표로 삼고 있다. 
 
승혜 여자 후보생에 대한 편견을 언론에서 부풀리는 것 같기도 하다. 훈련과정을 취재하러 나온 방송국 기자가 자꾸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더라. 다리가 접질려 잠깐 쉬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훈련받는데 왜 쉬냐고 하고. 여자 후보생의 입을 통해 ‘힘들다’는 말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다운 여자도 군대를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 있는 네 명 다 같은 생각이다. 군대 안에서 여자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성의 군입대가 군대 문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승혜 여성과 남성이 가진 신체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그 차이에 순응하느냐 넘기 위해 노력하느냐에 따라 여자 후보생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 같다.
 
- 후보생들에 대해 궁금해 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혜영 학교생활은 더욱이나 남자 후보생들과 다를게 없다. 장교에 꿈이 있는 학생들은 단복입고 다니는 후보생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좋다. 갑자기 붙잡고 이것 저것 물어봐도 이상하게 쳐다볼 후보생은 없다.
유진 3월 내내 홍보기간이다. 이달 말일까지 학교 곳곳에서 홍보데스크를 운영중이다. 언제든 찾아와 물어보면 된다.    
 
 
 이현규 기자 hgyu@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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