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외면하는 대학문화…
학술지의 위태로운 행보

 

 
대학생의 목표가 취업이 된 지금, 교내 학술지 찾기가 쉽지 않다. 여전히 발행되는 몇몇 학술지가 있지만 이조차도 보기 힘들다. 학술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학술지 발행의 현주소와 위기의 배경, 대안을 취재했다. 

 사라진 학술지, 남은 건 단 7개= 중앙대학교 11개 단과대학 47개 학과 중 정기적으로 학술지를 발행하는 곳은 단 7곳뿐이었다. 공과대학 편집위·사회학과 학생회·역사학과 학술부·교육학과 학회·신방과 학회·유아교육과 학회·문예창작학과 학회가 그 곳이다. 학술지 명목으로 발행하지만 사실상 학과 소식지에 그치는 경우는 제외했다.

 학술지를 발행하는 단과대학은 공과대학뿐이었다. 『공학인의 갈증』은 2001년부터 발행을 시작했다. 지금은 5명의 편집위원들과 1명의 편집장이 운영하고 있다. 발행 초기에는 학기마다 한 번 발행했지만 예산 문제로 1년에 한 번만 축소 발행한다. 정석훈 편집장(기계공학부 4)은 “독자층들이 많지 않다보니 신입 편집위원을 모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학생회가 학술지를 발행하는 학과는 사회학과가 유일하다. 사회학과 학술지 『소시지』는 1년에 한 번 발행한다. 매년 사회학적 논의 주제를 선정해 교수들의 기고문이나 과 학회에서 논의되었던 학술적인 글이 실린다. 과 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의 경우 대부분이 학회원의 학문적 연구를 토대로 한 개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학과와 역사학과는 과 학회가 모여 학술지를 만든다. 교육학과는 4개 학회가 함께 매년 『교육연구』를 출판한다. 지금까지 출판된 『교육연구』는 30집에 이른다. 『교육연구』는 매년 주제를 선정하여 각 학회의 성격에 맞는 논문을 작성한다. 한 집당 실리는 논문은 보통 40편 정도이며 모든 논문이 학회에 소속된 지도교수들의 감수를 받아 게재된다. 한 번 발간할 때마다 50~60부를 인쇄해 학회나 과사에 배치한다. 역사학과도 9개의 학회가 모여 『청연』이라는 학술지를 1년에 한 번 출판한다. 『청연』에는 과 세미나에서 다뤘던 내용과 학회에서 토의한 내용들이 주로 실린다. 출판비용은 학과 지원 예산으로 충당한다. 

 일부 학회는 학술지가 아닌 발표자료들을 책으로 낸다. 그러나 외부용으로 출판되지는 않는다. 주로 학회나 과에서만 읽히기 때문이다. 물리학과 학회 DDM은 학술제가 끝날 때마다 발표자료들을 엮어 책으로 출판한다.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회도 세미나 때 참고했던 책들을 모아 제본해 학회 내에서 공유하고 있다. 문예창작학과는 학과 특성상 문집을 출판하는 경우가 많다. 양손잡이는 학회에서 합동평가되었던 소설과 인문학 관점의 발제문을 주로 게재하고 다른 학회인 작인은 회원이 지은 시를 문집에 싣는다.
 나머지 40개 학과들은 학술지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그 중 28개 학과는 언제 없어졌는지 알 수 없으며, 학술지가 있었는지도 파악이 안되는 경우도 많았다. 사회복지학과 김정목 학생회장(사회복지학과 3)은 “약 3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복지학과 학회지가 있던 것으로 안다”며 “없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학술지 위기는 무관심 때문= 학술지 발행이 힘든 가장 큰 이유는 학회 활동이 과거에 비해 활발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학술지를 발행하는 편집위는 이구동성으로 이러한 문제에 공감했다. 『교육연구』를 지도하는 강태중 교수(교육학과)는 “대학문화가 취업 위주로 바뀌면서 전공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학회의 체계적이지 않은 학회의 커리큘럼과 어려운 내용의 학술지가 학생들의 관심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학회를 담당하는 지도교수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찬규 교수(국어국문학과)는 “학회가 전문적인 학술을 다룬다는 특성상 학생들만으로 자생적인 운영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며 “과거에 비해 교수의 업무가 많아져 학회 참여가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발행중인 학술지 중에서도 담당 지도교수의 피드백을 받는 건 국어국문학과 학회 ‘현대문학회’와 교육학과 뿐이었다. 대부분의 학회는 자문을 구할 지도교수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고,  있더라도 기고문을 받거나 비공식적 자문을 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웹진, 대안이 될 수도= 강태중 교수는 “대학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학회지가 활성화 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회는 학술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신문방송학부 미맥스는 2010년부터 웹진에서 해답을 찾았다. 미맥스 회장 최승혁씨(신문방송학부 2)는 “웹진은 오프라인 발행보다 편집에서도 유리하고 구성이 자유롭기 때문에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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