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도 

강의서 활용도 낮아
학생들 “괜히 샀다”

내용 

이론 위주로 서술돼
학생들 흥미잃기 쉬워

피드백 

학생들 의견 반영할
체계적인 시스템 없어

 

2011학년도 2학기 ‘글쓰기’과목을 수강한 A씨는 한 학기 동안 교재를 펴 본 횟수를 손에 꼽는다. A씨가 수강한 강의의 담당 교수는 글쓰기 과목에 배정된 교재 대신 자신이 별도로 준비한 자료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다.
교재를 다 활용하지 못한 것은 윤지나씨(신문방송학부 2)가 수강한 ‘회계와사회’도 마찬가지다. 회계와사회의 주 교재는 총 14장으로 이뤄져 있다. 14개 장 중 실제 강의를 통해 배운 것은 총 9장뿐이다. 윤지나씨는 “책은 두꺼운데 커리큘럼에 맞춰 수업이 진행되다보니 생략된 부분이 많다”며 “다른 분반도 비슷하게 진행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공통교양 교재 표준화 비율 확대 예정
2012학년도 1학기 중앙대 교양강의에서 사용되고 있는 교재는 총 61종이다. 이 중 중앙대 출판부에서 출판된 교재는 「글쓰기1」, 「생각과 글쓰기」, 「대학생을 위한 생활속의 회계」 등 5종으로 작년 한 해 동안 총 9,069부가 판매돼 약 1억 3천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교재들은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공통교양에 사용되는 교재다.


공통교양 과목 중 학생들이 일률적으로 교재를 구입해야 하는 과목은 ‘글쓰기’와 ‘회계와사회’다. 나머지 과목들은 미리 정해진 커리큘럼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교강사들이 자율적으로 교재를 선택할 수 있다. ‘논리와사고’를 담당하고 있는 박영선 교수(교양학부)는 “과목별로 미리 정해진 강의 방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교강사 나름대로 교재를 선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교양학부는 점차 공통교양 과목의 교재사용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이는 지난 몇년 동안 교양학부에서 추진해왔던 교양과목 표준화 방안의 연장이다. 조숙희 교양학부대학장(영어영문학과 교수)은 “현재 교재가 준비되지 않은 과목들도 점차 교재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 배우지 못하고 재미도 없어
교양학부에서 추진 중인 교양과목 표준화에 따라 공통교양 과목 교재의 표준화도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공통교양에서 사용되고 있는 「글쓰기1」과 「대학생을 위한 생활속의 회계」는 전부 가르치지 않거나 내용이 어려워 학생들의 흥미가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계속될 공통교양 교재 사용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통교양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교재가 별로 쓰이지 않는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회계와사회’의 경우 대부분의 수업들이 교재에 실린 내용을 전부 배우지 못하고 학기를 마쳤다. 수업 진행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교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필수교양 주임교수들과 교양학부는 ‘괜찮다’는 입장이다.


‘회계와사회’의 주임교수인 정도진 교수(경영학부)는 “학생들이 교재를 한 학기만에 전부 배울수 있다고 생각하기 보단 훗날 필요할 때마다 참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회계를 완벽하게 습득하는 것이 아닌 기본적 상식을 갖추게 하는 것이 교양회계의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조숙희 교양학부대학장 역시 “교재를 전부 사용하지 않더라도 미리 정해진 교안과 교수님의 강의에 따라 충분히 교양수준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재를 다 사용하지 않는 것은 대학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말했다.


하지만 교재를 다 배우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가지는 학생들도 있다. 지난학기 ‘회계와사회’를 수강한 B씨는 “반절 정도 교재를 배웠더니 학기가 끝났다”며 “필수교양인 만큼 교재가 간소화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범기씨(경영학부 2)는 “책에서 배우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다”며 “앞으론 꼭 필요한 부분만 책에 담겨져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교재 구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A씨는 “글쓰기 교재를 통해 인터넷에서의 글쓰기 방법에 대해 배웠는데 솔직히 왜 배운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지나씨(사회학과 2)는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은 별로 없었다. 교재 내용이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강의 교재에 대한 모든 수강생들의 구체적인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체계적 피드백 시스템 갖춰지지 않아
교재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하지만 교양교재 집필과정엔 학생들의 의견이 체계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 공통교양 교재는 각 과목을 담당하는 주임교수를 중심으로 몇 명의 교수들이 모여 교재편집위원회를 구성해 교재 내용을 나눠 각자 맡은 부분을 집필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개정판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회계와사회’의 경우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학생들에게 교재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 정도진 교수는 “강의에 나서는 교수님들에게 학생들과의 면담을 통한 교재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이에 따라 매 학기별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등 개정판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쓰기’ 역시 교강사들에게 학생들의 반응을 묻는 방식으로 교재 피드백이 진행되고 있다. ‘글쓰기’ 과목의 주임교수인 임영봉 교수(교양학부)는 “강단에 서는 교강사분들에게 물어 교재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과의 면담이나 교강사들의 의견을 통해 학생들의 반응을 듣는 방법으론 제대로 된 피드백을 구하기 어렵다. 교수와의 면담이 피상적으로 진행되거나 일부 학생들의 의견만 듣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모든 학생들에게 직접 교재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매 학기 말 중앙대 포탈을 통해 진행되는 강의평가가 전부다. 하지만 강의평가 항목 중 교재와 관련된 문항은 ‘강의에 활용된 교재와 자료는 적절하였으며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습니까’ 뿐이다.


이현규 기자 HGyu@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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