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취재원 인터뷰를 바탕으로 김누리 기자가 재구성한 것입니다.


 

명희야. 재현아. 사회복지학부 조교 이태정이야. 이렇게 신문에 부치지 못한 편지를 쓰게 되니 쑥스럽네. 누구에게 쓸까 고민하다 문득 너희 둘의 얼굴이 머릿속에 스쳤어. 내가 행정조교로서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친구들이 바로 너희였거든.
그래도 요즘은 너희 때문에 즐겁게 일해. 얼마 전 장애학생도우미사업 관련 업무가 들어왔었어. 사회복지학부에는 몸이 불편한 학생이 2명 있거든. 4학년은 학습도우미가, 이제 갓 입학한 1학년은 식사도우미가 필요했어. 하지만 도우미를 찾기가 쉽지 않았지. 많은 학생들에게 권유해봤지만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라서 그런지 다들 부담된다고 고민하더라구. 그래서 너희에게 연락을 했지. 학부생일 때 명희 너의 성격이나 행동을 보고 믿을만하다고 생각했거든. 재현이 너는 평소에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었잖아. 또 이번에 복학했으니 네가 적격이다 싶었지. 부담됐겠지만 오래 고민하지 않고 흔쾌히 응해줘서 정말 고마웠어.
너희가 후에 전화했었지? 이런 기회를 마련해줘서 고맙다고. 요즘엔 같이 밥도 먹고 공부도 한다면서.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 장애학생을 도와주는 일이 일이라고 생각 들지 않고 편하다고 했잖아. 너희가 진심으로 그 학생들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해서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고 오해를 했었는데 도우미를 하면서 그런 편견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을 땐 너희한테 연락하길 정말 잘했다 싶었어. 내가 계획한 사업은 아니지만 이런 기회를 마련해줘서 뿌듯하기도 했구. 요즘엔 스스로 교수님들과 상담도 하고 관련 책을 읽으면서까지 열심히 하려고 해서 대견하고 예뻐 보여. 물론 지금도 잘하지만 계속해서 책임감을 갖고 도와 줬으면 좋겠다.
나는 요즘 논문을 쓰면서 조교 일을 병행하고 있어. 조교 일이란 게 행정 업무의 전반적인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이 아니어도 해야 할 일이 많아. 하지만 이런 너희들 덕분에 이 일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아. 행정조교로서, 선배로서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들고. 너희도 분명 그 과정 속에서 소중한 것을 배울 거야. 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사무실에 들러. 오랜만에 너희와 차 한 잔 하고 싶다. 그럼 이만 줄일게. 고맙다 명희야, 재현아!
                                                                 
2012년 3월 19일 행정조교 이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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