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산 국어국문학과 3학년
 

많아도 너무 많다. 올해 교양 수업을 들은 나의 첫 느낌이다. 넓지도 않은 강의실에 수십 명이 되는 학생들이 빼곡히 들어찬 모습을 보자면, 흡사 유명 입시학원의 대학설명회를 온 듯하다. 수업 15분 전에 도착해야 칠판 필기가 겨우 보이는 자리에 앉게 된다.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수업준비정신과 근면성실을 일깨워주고자 했다면, ‘대실패’ 라고 전하고 싶다.


‘대학’에서 이런 강의가 이뤄질 줄을 상상도 못했다. 2월 7일, 교양학부대학장이 올린 ‘교양교과과정 개편 과정 및 운영 현황 관련 안내’라는 글을 보자. 학교 측은 교양과정을 개편하면서 이런 변명을 하고 있다.
빽빽한 교양 수업에 대한 첫째 해명은 “선택교양 과목에 대한 수요가 많이 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는 것. 2012학번의 선택교양 인정학점수가 19학점 밖에 되지 않으니 이제 교양을 통폐합해도 된다는 얘기다. 좋다. 그런 예상이 맞는다고 치자. 수요 감소가 예상되면 예상에 맞게 강의 개수만 줄이면 된다. 그러나 강의를 줄이고 수강인원을 늘린 대책은 도대체 어떤 예상에서 나온 것인지 황당하다. 그리고 학교는 한번에 교양강좌 97개를 폐강시키며, 학생들의 불편과 강의의 다양성, 그리고 사고의 획일화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했나.


조금 더 황당한 둘째 해명은 “학생들에게 가장 유익한 교과목”을 개설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묻고 싶다. 어떤 것이 학생들에게 유익한 강의인지를. 취업에 도움이 되는 <글로벌세계경제>인가? 아니면 생활에 도움이 되는 <생활과건강>인가? 만약 유익하다는 기준이 취업률을 높이는 것과 관련 있다면 이미 필수교양인 <회계와사회>, <ENGLISH>, <글쓰기>, <논리와사고>만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양하고 재미있는 교양강의다.


마지막, 셋째 해명은 “전임교수진을 대폭 강화”하여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맞다. 앞으로도 전임교수를 늘려 교양과목의 수업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학교 측은 수업의 질이 단순히 강사 한 명의 역량에 좌지우지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좋은 강사라도, 70명 강의실에 70명 모두를 앉혀놓고 수업한다면 (게다가 마이크도 없다면) 과연 수업의 질이 높아질까? 절대 아닐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장수라도 싸울 수 있는 무기와 적당한 지형지물이 필요한 법이다.
우리가 빽빽한 강의실에서 땀을 뻘뻘 흘릴 동안,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핵심 인문사회과목 200개의 수강인원을 40명 이하로 제한했다.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어떡하나, 지금의 교양강의는 견딜 수가 없는 걸. 그러니까 수업의 질은 적정수강인원을 만족한 이후에 논하기를 바란다.


교양학부대학장은 “우리학교 구성원들의 고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학교가 생각하는 ‘우리학교 구성원’ 중에 학우들은 없는 것 같다. 재미없고 따분하고 빽빽한 교양강의를 듣는 게 나의 고견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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