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다이어리


제 남자친구가 이상해요. 얼마 전부터 남자친구와 관계를 가지기 시작했어요. 몇 번 관계를 가지더니 어느 날 남자친구가 비디오를 찍자고 하더군요. 처음엔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섹스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보면 흥분이 더 잘 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기록으로 남긴다는 게 뭔가 께름칙합니다. 남자친구가 저 몰래 찍고 있을까봐 걱정도 되요. 남자친구 말로는 비디오를 보면 흥분을 받고 피드백도 할 수 있다는 군요. 어른들은 이런 것에 쿨하나요? 남자친구의 이해할 수 없는 요구, 이해하고 받아주어야 하나요?
 -사회대 L양

L양이 이해를 못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덧붙여 남자친구 역시 이상한 건 아니지요. 자신이 섹스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욕망 자체는 문제될 건 없어요. 야동을 보며 그런 욕망을 키웠든, 과도한 나르시즘에서 비롯한 것이든 섹스를 조금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면 시도해볼만한 일이지요. 서로 동의만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L양의 남자친구가 이상하진 않더라도 멍청하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관계를 가진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촬영을 강요하는 건 여자 친구를 존중하기보단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권태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제안을 했다면 이해를 하겠습니다. 그러나 실물의 여자 친구와 섹스를 하는 순간이 아니라 찍은 걸 다시 볼 때 흥분이 더 잘된다고 말하다니, 그 이유를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잘못된 야동 습관이 현실 감각을 잃게 만든 것일까요?
남자친구가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걸 해 보고 싶은 거라고 백보 양보해봅시다. 그렇다면 L양인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어야죠. 섹스의 장면을 남기는 것은 앞으로의 삶에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기에 L양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L양의 입장에서 작동법이 익숙한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컴퓨터에 다운 받지 않고, 기계 안에서만 재생한 뒤 함께 있는 자리에서 삭제하자라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비디오를 찍는 것 자체보다는 그 동영상 파일을 관리하는 일이 두려워서 망설였을지도 모르죠. 이런 철저한 룰을 듣고 납득했다면 주저하던 마음에 용기를 줄지도 모르죠. 섹스를 촬영하길 원하는 남자친구의 핑계가 설득력이 없어도 너무나 없으니 L양은 이상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겠죠.
덧붙여 섹스를 모니터링 한다는 측면에서 촬영을 한다고 말했지만, 끝난 섹스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봐야 무얼 하나요? 섹스를 하는 그 순간에 바로바로 요구하고 서로가 맞춰 나가는 게 섹스의 묘미가 아닌가요. 이 역시 납득이 되지 않으니 주저할 수밖에 없죠.
이 글을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께름칙하고 원하지 않다면 그 주관을 뚜렷하게 유지하세요. 사랑하니까 받아주고 이해한다? 남자의 욕구만 존중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요. L양을 존중하지 않고 억지로 강요하고 계속 요구한다면 헤어짐도 불사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른이라고 이런 문제에 쿨하게 ‘촬영해’라고 동의하지는 않는답니다. 어른에게도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문제랍니다.

김현정 칼럼니스트

연애, 사랑, 성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듣습니다. 중앙인 누구든지 상담할 수 있습니다. Sdiary@cauon.net
김현정 칼럼니스트: 현재 <일간스포츠>에 고정 칼럼을 기고 중이다.
자신의 블로그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
http://desirable-h.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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