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디자이너의 필수템

▲ 왼쪽부터 큰 재단가위, 작은 재단가위, 핑킹가위, 일반가위, 쪽가위.

 패션디자이너에게 가위의 첫인상은 참하다. 날렵한 날과 길게 뻗은 외모와 달리 가위는 속 깊은 구석이 있다.
 가격에 있어 만원부터 80만원까지 패션디자이너의 지갑 사정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한다. 날이 예사롭지 않은 일본과 독일제 가위가 유혹하지만 가난한 학생들에게는 단연 국산 잠자리표 가위가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가격만 착한 것이 아니다. 디자이너에게 맞춤가위가 되기 위한 노력도 가상하다. 22센티부터 30센티까지 다양한 길이를 선보인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손 크기에 맞게 가위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손에 들어온 순간 이는 내숭이었단 사실을 깨닫는다. 가위는 디자이너를 귀찮게 하기 시작한다.
 날카로운 날을 가진 가위는 천을 원단으로 만들기도 하며 한낱 천 조각으로 망처버리곤 한다. 잠시 한 눈을 팔다간 천을 망치기 십상이다.
 재단가위, 쪽가위, 드레이핑가위, 일반가위, 핑킹가위 등 여러 가위가 있지만 가장 까다롭게 하는 가위는 재단가위다. 재단가위는 까탈스러워 천이 아닌 종이를 자르면 날이 망가지곤 한다. 게다가 2~3년 주기로 동대문이나 광장시장으로 가 날을 갈아주어야 한다.
 쪽가위와 드레이핑 가위도 만만치 않다. 쪽가위는 줄에 매달려 늘 디자이너의 오른손에 따라다닌다. 이도 모자라 드레이핑 가위는 디자이너의 목에 걸려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간지’라 부르는 패션디자이너에게 가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은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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