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내실있는 캠퍼스

 서대문역 4번 출구 바로 옆에 위치한 평동캠퍼스의 첫 인상은 ‘작다’였다. 평동캠퍼스는 지상 7층 지하 4층으로 구성된 본관과 학생회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별관으로 이뤄져있다. ‘캠퍼스’라는 말에 넓은 정원과 큼지막한 건물들이 자리잡은 여타 대학들의 캠퍼스를 떠올렸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캠퍼스 탐방에 동행한 평동캠퍼스 우병록 실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캠퍼스가 작다고 느낄 수 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건물안으로 들어선 이후엔 ‘작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2004년 4년제 대학으로의 전환을 위해 새롭게 지어졌다는 본관은 최신식 시설을 자랑한다. 캠퍼스 탐방 중 만난 한 학생은 “실습실을 비롯한 학교의 시설은 재학생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5층에 위치한 ‘통합간호실습센터’는 평동캠퍼스가 자랑하는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실습센터에 들어선 기자가 가장 처음 마주친 것은 실제 사람 크기의 인형들이었다. 실습 중 ‘아프다’고 외치는 성인 남성과 출산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산모 등 각종 실습 인형들이 센터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에 학생들의 실습 과정을 그대로 녹화할 수 있는 영상장비까지 갖춰져 있었다. 실습센터의 한 관계자는 “간호학은 실습이 매우 중요한 학문분야라 최신 실습 장비를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개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인형부터 수십억 규모의 영상장비까지 우리 학교가 갖추고 있는 장비는 전국 최고수준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공간 배치도 눈에 띄었다. 3층에 위치한 행정실은 벽 전체를 유리로 만들어 학생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행정실을 1층에 배치하는 다른 대학과 달리 도서관을 1층에 배치해 학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띄었다. 우병록 실장은 “평동캠퍼스의 모든 공간배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7층 규모의 건물에서 수백명의 학생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건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평동캠퍼스에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게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정밀하게 짜여진 스케줄에 따라 실습실과 강의실을 오가며 수업을 듣는다. 현재 평동캠퍼스는 강의실 활용률이 120%에 달할 정도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 중이다.
 
점차 비어가는 평동
 
 이날은 2012학년도 총학생회 ‘시밀레’가 출범식을 가지는 날이었다. 이인숙 주임은 “학생 수가 줄어 예년에 비해 작은 규모로 행사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출범식을 지켜보는 이들의 얼굴엔 한해를 시작하는 기쁨과 몇 년 후면 캠퍼스를 떠나야 한다는 씁쓸함이 동시에 비춰졌다. 
 
 신입생 모집이 중단된 평동캠퍼스엔 현재 600여명의 학생들이 재학중이다. 최신식 설비와 효율적인 공간활용을 자랑하는 평동캠퍼스도 2014년까지만 학생들을 품게 된다. 모든 학생이 떠난 이후엔 본부의 활용 방안에 따라 간호사 양성이 아닌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학생 수가 줄어감에 따라 평동캠퍼스의 각종 기관들도 서서히 제 기능을 줄여가고 있다. 학생들의 민원을 처리하던 원스톱 서비스센터는 일부 행정직원이 흑석캠퍼스로 옮겨감에 따라 작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지게 됐다. 꾸준히 활동하던 학보사 역시 통합 이후 활동을 중단했다. 동아리 및 학생자치기구들의 활동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신입생이 사라진 공간에선 현재 중앙대 사회교육처 국제교류원이 주관하는 영어학습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적십자간호대학 김준혁 학생회장은 “작은 캠퍼스에서 모든 학생들이 친밀하게 생활하는 분위기였는데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신입생이 줄어들고 학교 곳곳에 낯선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생소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세 시간에 걸친 취재과정에서 만난 평동캠퍼스 구성원들은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기자를 맞아줬다. 통합 과정에서의 마찰로 인해 안 좋은 소리를 듣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한 행정실 직원의 “우리 학교만큼 친절하고 인사 잘하는 학생들도 없다”는 말이 공것은 아니었다. 취재를 마치고 정문을 나서는 기자가 본 마지막 모습은 방호원과 환담을 나누는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사람은 점차 줄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친절함은 날이 갈수록 풍성해지는 듯 했다.
 
이현규 기자 HGyu@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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