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찾아서
  • 중대신문
  • 승인 2012.03.1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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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신입생들이 북적이며 교정에 에너지가 넘친다. 그러고 보면 많은 학생들이 밀집한 공대의 에너지 밀도는 가히 최고가 아닐까 한다. 지난 가을 우연히도 입학 관련 일들을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있었기에 이러한 신입생들이 내뿜는 에너지에 더욱 감회가 큰 것일 수도 있다. 강단에서 에너지와 불을 다루는 연소공학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는 필자의 관점에서 신입생들이 뿜어 내는 에너지의 근원으로 그들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열정의 불꽃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저 신입생들의 열정의 불꽃이 졸업 후에도 아니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계속 타오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강의실에서 만났던 그간의 학생들을 돌이켜 보면 많은 학생들이 길지 않은 대학 생활 동안 가슴속의 불씨를 잃어 버리고 차갑게 식어 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저 신입생들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을 수 있을까? 불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호기심이 발동한다. 돌이켜 보면 불을 사용하는 것이 인간의 고유 능력으로 인식될 정도로 불은 인간의 오래된 동반자다. 강의 시간에 불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가끔 장-자크 아노  감독의 ‘불을 찾아서’라는 영화를 언급한다. 이 영화는 수만년 전의 원시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에 영화가 끝날 때까지 대사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줄거리는 원시인들이 불씨를 소중히 보존하다가 우연히 불씨를 잃어 버리고 생사의 모험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학생들도 지금껏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전달 받은 불씨를 간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이제 막 성인이 되어 동굴 밖으로 나섰다가 한 순간 몰아친 비바람에 불씨를 잃어 버리고 어둠과 추위에 떨며 야생에 버려져 좌절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두려워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저 가련한 원시인은 험난한 모험 끝에 직접 불을 만들 수 있는 문명을 접하면서 더욱 진화된 인간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다. 학생들 가슴속 열정의 불꽃도 다시 점화하면 된다. 자동차와 선박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의 경우에도 지속적인 점화를 통해 동력을 발생시키고 있다. 다만 불씨를 다시 피우는 방법을 직접 가르쳐주기는 어려울 것 같아 아쉽다. 학생들 각각의 환경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학적으로도 점화 과정에는 연료의 특성, 충격파, 플라즈마, 난류뿐만 아니라 수백개의 화학 반응 등이 관여하고 있어서 예측이 매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우리 학생들 모두는 각기 다른 재능의 연료와 그것을 태우기에 충분한 젊음의 산소를 가지고 있어서 충분한 노력만 있다면 반드시 다시 점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스스로 실험하고 도전하여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점화 방법을 깨우치기만 하면 될 것이다. 가슴속 열정의 불꽃을 언제나 스스로 다시 점화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꿈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추진력이 되지 않을까.

김남일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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