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형 사범대 새터기획단장 24시 동행 취재

▲ 전재형 씨는 방학 중에도 새터 준비를 위해 학교에 나왔다.

  “유아교육과 한 명 못 온데요”란 소리에 전재형 사범대 새터기획단장(영어교육과 2)은 분주해진다. 한 명의 새내기를 못 본다는 아쉬움도 잠시, 계획서를 수정한다. 한 명이라도 인원이 변동되면 계획 수정을 걱정해야 한다. 방, 버스 그리고 준비해야 하는 물품까지 인원 수대로 재조정해야 한다.
- 갑자기 바빠졌다.
“인원이 변동되는 대로 방, 버스 그리고 물품까지 인원 수 대로 재조정해야한다. 손이 가는 부분이 많다.”
- 새내기를 위해서 두 달을 준비했는데 막상 안 오는 학생이 생기면 섭섭하지 않나
“섭섭하긴 하지만 그럴 겨를이 없다. 좀 더 거시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오기로 한 학생이 불참 의사를 밝히면 수정해야 할 일들이 먼저 생각난다.”
백여 명의 학생들을 이끌어야 하는 새터기획단장. 학생들이 참여할 행사를 진행하기까지 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새터에는 일정 조정 같은 큰 일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두 달 동안 학생회실을 제 집 같이 드나들며 준비했던 새터도 이제 단 이틀을 남겨두고 있다.


바쁘다 바빠
12시 반에 있을 회의를 준비하면서 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각 학과가 원하는 시간에 방을 배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원과 동선도 체크해야 한다. 신경 써야 할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머무를 방의 크기를 보면서 한 방에 모두 모이게 할 수 없을까 더 고민해본다. 요즘은 학과생들이 한데 어울린 기회는 좀처럼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
방을 배정하고 다시 생각에 빠진다. 같은 학과 사람들이 한데 모일 기회가 없는데 이왕이면 이번 기회에 한 방에 모이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데 어울리며 얼굴도 익히고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내게 하고 싶다. 하지만 그는 속마음을 조용히 털어놓는다. “사실 새터기획단들은 방을 돌아다니면서 의리주를 받곤 한다. 방이 줄어들면 마실 의리주도 조금 덜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크다”하며 멋쩍은 듯 웃었다.
기획단들이 모두 모이는 회의가 시작됐다. 회의 중반 쯤, 구성원들간 의견 마찰이 발생했다. 최대한 지원을 받고 싶은 학과와 지원해주고는 싶지만 예산이 부족해 마음껏 줄 수 없는 단과대 사이에 오해가 생긴 탓이다. 단과대 학생회장은 넉넉하지 않은 지원을 이해할 수 없어했다는 각 학과 학생회장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여기서 마찰을 중재하는 것 또한 그의 몫. 지원을 받고 싶은 학과와 적은 예산에서 살림을 꾸려야 하는 단대의 사정을 모두 이해하는 그가 중재를 맡는다.


다다익선
다행히 아까 연락받은 유아교육과 한 명의 불참이 버스나 방의 개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일이 늘지 않아 한시름 놓는다. 허나 통장을 보니 다시 걱정이 된다. 반으로 줄어든 예산으로 살림을 꾸리느라 기획단의 통장은 마이너스를 찍었다. 궁여지책으로 기획단의 사비로 새터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체에 돈을 지불해 놓은 상태에서 새내기 한 명이 오지 않는다면 거두는 돈이 적어 그만큼 손해를 받는다. 새내기 한명의 불참이 그렇게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예산이 부족해 힘들겠다.
“거의 모든 고민의 원인이 예산이라고 봐도 된다. 원래 새터기획단도 희망자 모집으로 꾸릴려고 했다. 일하는 사람들이 돈을 더 내고 일을 해야 할 상황이 되자 모집도 취소했다. 사범대 학생회에서 더 수고하기로 결정했다.”
- 각 과 학생회장들이나 다른 기획단들이 물품을 더 달라고 할 때 돈이 모자라면 어떻게 하나.
적자가 나도 주려고 한다. 최대한 새내기들에게는 그런 고민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들이 오뎅탕을 먹은 이유
 그가 장을 보는데 동행했다. 장을 보는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이 물건이 정말 필요한지 다른 기획단들에게 묻고 더 저렴한 것은 없는지 꼼꼼히 가격을 따진다. 연일 치솟는 물가는 뉴스에서나 듣던 말이지만 장을 보며 몸으로 체감한다.
“예전에는 제육볶음이 6kg에 8만원이었는데 지금은 2kg에 8만원이다. 작년에 비해서 물가가 올라 더욱 힘든 것 같다.”
-음식 값이 이렇게 올랐는데 그럼 안주는 뭘로 결정했나.
“닭강정과 오뎅탕으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안주를 먹어보고 가장 맛있었던 소시지 야채볶음을 선택하려 했다. 하지만 물가가 올라 소세지 야채볶음은 엄두가 나질 않았다. 차선책으로 나온 메뉴가 오뎅탕이다. 다들 오뎅탕에 이런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고 먹었을 거다.”


미션! 새내기를 웃겨라
일정을 재점검하는 그의 모니터를 훑어보니 예전 새터와는 다른 점이 보였다.
- 이번에 중앙동아리 공연 일정이 없다. 대부분 외부 공연을 부르지 않나?
“예산 때문이다. 외부 공연을 부르면 우리야 편하고 좋지만 공연팀의 숙박비, 식비, 공연료를 지불해야 한다. 차라리 섭외 비용으로 생기는 지출을 줄이고 새내기들을 배불리 먹이자라는 취지에서 부르지 않았다.”
- 그럼 그 시간은 어떻게 메꾸나?
“우리가 발로 뛰어한다. 각 과에서도 따로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이젠 각 과 동아리도 명맥이 끊겨서 기획단에서 준비를 많이 했다. 이따 춤 연습 하는데 보러 가자.”
그가 안내한 곳은 체육관의 에어로빅실. 몇몇 기획단들이 먼저 와서 연습하고 있었다. 그는 외부인에게 보여주기가 아직은 부끄러워했지만 음악을 틀자 이내 연습한대로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새내기들에게 깜짝으로 보여줄 무대는 두 달 동안 기획단들이 준비했다.
새내기를 즐겁게 하기 위한 선배들의 고군분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획단장과 행사 MC를 맡은 학생들과의 회의에서 신선한 아이템을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재미있을까?”, “더 핫한 아이템 생각해봐”, “긴장감을 조성해야지” 부푼 기대를 가지고 앉아 있을 새내기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1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에 드디어 “머리를 맞대니까 이제야 풀리네!”란 말이 들리고 어느새 그의 표정도 밝아진다.


새내기를 맞는 기대감
새내기를 위해 두 달 동안 새터를 준비했지만 정작 그는 신입생을 한 번 밖에 보지 못했다.
- 기획단장은 뒤에서 일하느라 학생들이 많이 못 알아봐 줄 수 있는데.
“학생대표들은 누가 알아봐주길 원해서 일을 하진 않는다. 누구든 봉사하고 싶은 마음에서 한다. 누가 알아봐주길 원하는 마음에서 한다면 내가 더 괴로울 것 같다.”
- 기획단장을 맡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좀 더 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 새내기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받기만 했는데 다 선배들이 열심히 준비한 것이란 걸 알았다.”
- 새내기들을 보니 어땠나
“마냥 애기같더라. 사실 새내기들이 재밌어 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일이 완성되어 가고 새내기 얼굴도 보니 이제야 기대감이 생긴다.”

▲ 한 달 동안 연습한 Roly-Poly.
▲ 새터 가기 전 마지막 회의.
▲ 빠진 부분은 없는지 재점검은 필수.
▲ 물품을 꼼꼼히 구매하는 전재형씨.


정미연 기자 MIYONI@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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