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부록
새내기 연애조작단
  3월이 설레는 건 새학기라서가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9월보다 3월에 3배는 더 들뜨게 되지 않나요? 설렘의 진짜 이유는 ‘새내기와의 만남’입니다. 눈치챘겠지만 전쟁은 이미 오래전 시작됐습니다. 새내기 모임에서 따뜻한 선배의 얼굴을 하고 앉아있던 이들 중엔 사랑에 굶주린 외로운 청춘 남녀가 숨어있었습니다. 2월의 전초전, 이날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입대를 앞둔 동기 녀석도, 몇 달 전 복학한 선배도 살벌하게 큐피트의 화살을 날려댔습니다. 그리고 그 중 몇몇은 개강도 하기 전에 씨씨탄생의 위대한 승리를 이뤄냈습니다. 씨씨탄생 소식에 부러움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당신, 아직 혼자입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전쟁의 본격적 시작은 3월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사랑이 가득한 당신의 봄을 위해, 새내기와의 씨씨프로젝트를 돕겠습니다. 앞서 전투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선배들의 조언을 모았으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새내기 특집 작업의 정석, 별책부록이 알려드립니다. 
 

 

 

 

선수가 전하는 작업의 정석

아무도 모르게 통(通)하라

  3월의 캠퍼스는 정글이다. 수많은 선배들이 순진한 새내기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작년엔 바람막이만 입고 다니던 11학번 후배 녀석이 이번주 내내 셔츠에 자켓 차림이다. 공들여 왁스까지 발랐다. 2월에 막 전역한 동기 하나는 매일 카드를 긁고 다닌다. 군대에 있는 동안 모아둔 월급을 후배 밥 사주는 데 탈탈 털 생각인가보다. “야, 쟤는 내가 찜했다” 하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나라고 질 수는 없다. 씨씨에 성공한 능력자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기필코 연애에 성공하고야 말겠다!

 

  자주 연락하라. 단, 부담스럽지 않게.
  남녀 사이에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꾸준한 연락이다. 하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자주 연락하거나 할 말도 없으면서 무작정 연락하는 건 절대 금물이다. 여자들은 ‘이 선배가 날 꼬시는 거구나’ 눈치 채면 상대를 멀리하게 된다. 대화할 거리를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연락하는 게 중요하다.
  내 친구 L군도 그랬다. 입학 전부터 한 후배에게만 ‘내일 건강검진이라며?’ ‘영어시험은 잘 준비 돼가?’ ‘내일 행사 참석할거지?’ 하는 식으로 꾸준히 연락하더니 결국 4월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이렇게 챙겨주다 보면 실패하더라도 자상한 선배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같은 관심사로 공감대 형성.
  과행사, 과제 이야기도 한 두 번이지. 계속 연락하고 만나려면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게 최고다. 후배 K양도 지금은 헤어진 구남친과 유독 잘 통했다. 좋아하는 스포츠가 같아 급속도로 친해졌고 결국 사귀기까지 했다.
  여자들은 ‘이 남자와 통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남자들은 다 ‘통하려고 노력하는’ 거다. Y선배는 여자친구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다 다운받아서 공부했다. 사랑을 얻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후배를 같은 학회나 동아리, 집부로 끌어들이는 것도 좋다. 학생회 소속이던 I군은 학생회 활동을 핑계로 기회를 만들었다. 굳이 좋아하는 후배에게 일을 맡겨서 자주 만난다든지 MT나 뒷풀이 자리를 만들어 친밀감을 형성한 것이 그의 작업 노하우다.

 

  선배 효과를 활용하라.
  선배이기에 해줄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과제를 도와주거나 족보를 건네줄 수도 있고, 학교생활에 대한 팁을 줄 수도 있다. 시험공부를 도와주며 도서관 데이트를 즐기는 경우도 많다.
  새내기들도 선배에 대한 로망이 있다. S양도 그랬다. 새내기 때 선배들이 학과 행사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며 “아, 저런 게 대학생이구나”하고 감탄했다. 동기들은 남자로 보이지도 않았다. 남자 동기들은 다 주인공이 아닌 게스트 같았다.
  ‘분위기 좋은 곳’을 잘 안다는 것도 선배들만의 장점이다. 갓 성인이 된 새내기들은 파스타나 칵테일 같은 음식에도 쉽게 들뜬다. 우리 과 C선배도 “원래 3월에는 선배가 후배 밥 사주는 게 전통이야”라며 여자 후배들에게만 밥을 사주곤 했다. 유독 한 후배에게 자주 밥을 사주고 심지어 칵테일까지 사준다 했더니 4월이 되자마자 씨씨 선언을 했다.

 

  비밀 유지가 생명이다.
  같은 남자가 봐도 꼴보기 싫은 경우가 ‘나 쟤 좋아한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남자다. 자기 딴에는 친구들이 도와주면 성공 확률이 높아질 줄 알고, 혹은 경쟁자들을 떨궈내려고 찜콩하는 모양이지만 결과는 늘 처참하다. 분위기에 떠밀려 억지 러브샷을 할 때 여후배의 표정이 썩어가는 걸 나는 봤다.
  후배 K양도 “뒤에서 떠벌리고 다니는 남자가 최악”이라고 했다. 자기 과에도 ‘얘 내가 찜했다’고 떠들고 다니는 선배가 하나 있었는데 ‘진상’ 소리만 듣고 끝났다고.
  이런 심리를 잘 알고 있었던 C선배는 과 사람들 앞에선 절대 자기 마음을 티내지 않았다. 좋아하는 여자이기 이전에 좋아하는 후배니까 새내기로서의 생활을 맘껏 즐길 수 있게 해줬다고 한다. 데이트도 사람들 눈길을 피해 숭실대 입구까지 가서 했다.
  대신 둘만 있을 땐 진지하고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밤에 전화를 걸거나 학교 가기 전에 모닝콜을 걸어 ‘난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표현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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