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체성 확립, 소통에 힘써야

김동성 정치국제학과 명예교수


저는 중앙대학교에서만 30년 교편생활을 했습니다. 이 30년을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로 나눠 보면 80년대, 90년대, 2000년대로 대충 3등분 됩니다. 그런데 이 각각의 10년 단위마다 우리의 국가수준에서는 심각한 정도의 국가체성의 위기를 경험합니다. 묘하게도 우리 중앙대학도 동시대적으로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겪습니다.  
1980년대의 대한민국은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로부터 민주주의 체제로의 이행이 역사적 필연으로 받아들여져야 했던 시대였습니다. 이때 당시 우리 학교의 구 재단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에 반하는 역주행을 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정치자금을 대다가 얻은 학교 부채와 대학 정체성의 와해, 이사장 개인의 몰락이었습니다. 이러한 중앙대학교의 위기상황에서 학교를 지켜낸 것은 평교수들의 학교에 대한 애정이었습니다. 1987년에, 현재 교수협의회의 모태라고 볼 수 있는 ‘평교수협의회’가 결성되어 중앙대학교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대학을 살리려 애를 썼던 일들이 기억납니다.
두 번째의 시기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라고 봅니다. ‘IMF 환란’과 DJ정부의 출범에 따른 보혁갈등의 심화로, 우리나라는 다시 국가정체성의 혼돈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때 중앙대학교도 당연히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중앙의 정체성을 확립해야만 했었던 것은 당연합니다. 중앙대학교의 구성원들은 대체로 학교에 대한 애정과 긍지를 갖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밖에 나가면 일류인데 학교 정문에만 들어서면 삼류가 되고 만다”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결과는 결국 구 재단법인의 학교포기요 신 재단의 등장으로 귀착됐습니다. 저는 이 시절을 회상할 때마다, 이 모든 책임이 내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2000년대 말에서 현재에 이르는 현 법인하의 중앙대학교의 실상은 어떻다고 평가되어야 하겠습니까. 누군가가 우리 중앙인에게 중앙대학교의 정체성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과연 우리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법인은 어떠한 자세를 갖춰야 하겠습니까. 제게 묻는다면, 저는 감히 이렇게 제의하고 싶습니다. “우선 인류의 역사 속에서 대학은 왜 기업이나 일반 사회단체와 다른 대학만의 존재이유를 인정받아 왔는가에 대한 철학적 인식부터 명료하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 교수들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저는 무엇보다 우선 중앙대학교의 정체성 확립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인 나름의 뜨거운 공동체의식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 교수님들은 그만 냉소적 태도를 버리시고, 소통에 힘쓰셔야 합니다. 학교를 떠나가는 마당에서 저는 저 나름의 죄책감을 갖고 있기에 이렇게 감히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학교를 떠납니다. 저는 더글라스 멕아더 장군이 퇴역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라는 말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저도 한마디 하고 떠나가고 싶습니다. “노 교수들은 죽지 않는다. 다만 학교에서 사라져갈 뿐이다”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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