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감도는 게 개강임을 알리는 듯 하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간호대에서 방호원 근무를 하고 있는 윤주식이라고 합니다. 이제 일한지 1년 되네요. 재작년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다가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출근의 즐거움과 학생들과의 교감이 많이 그립더라구요. 중앙대에서 방호원을 뽑는다기에 바로 지원했구요.
 고마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라고 부탁이 왔는데 딱히 한명을 꼬집어서 말하기가 어렵네요. 제가 까먹고 얘기하지 않더라고 항상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매일 24시간 지내다보니 1년 동안 많은 추억이 쌓였어요. 도서관에는 새벽까지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많았어요. 간혹 가다가 50대 학생들도 보곤 했죠. 만나면 이야기도 나눴어요. 공부에 열정을 가진 대학생들은 정말 보기 좋았어요. 얼마나 흐뭇하던지요.
 중앙대에는 대견한 학생들이 많아요. 작년 축제였을 때에요. 약학대 여학생들이 영신관 앞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막걸리와 함께 팔고 있었어요. 저는 방호실에 있었는데 그 학생들이 음식을 가져왔어요. 근무 끝나고 마시라고 막걸리도 한 병 챙겨서요. 축제 즐기랴 주점 하랴 정신없을 텐데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축제 끝나고 기물을 회수 하는데 그 여학생들과 새벽까지 같이 정리를 했어요. 몸도 가냘픈데 적극적으로 책상을 옮기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그 모습이 얼마나 신선하고 아름답던지요. 초등학교 교편을 잡을 때 학생들과 야영 갔던 것이 생각나더라구요. 그때도 제자들과 맛있는 고기도 구워먹고 일정이 끝난 후에는 함께 도와가며 정리를 했어요. 맛있는 음식을 챙겨주고 추억도 떠올리게 해준 그 여학생들에게 고맙단 말을 하고 싶어요.
저는 방호원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별로 없었어요. 다시 출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고 무엇보다 학생들을 위해 일하는 거니까요. 그 중에서도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아주 사소한 데 있어요. 학생들이 제 얼굴을 기억하고 인사해줄 때요. 그리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 교감을 나누는 것 같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 지치지 않아요. 생각해보니 무엇보다 이분들에게 정말 고맙네요.
올해부터 간호대에서 일을 합니다. 아무래도 여학생들의 비중이 높겠죠. 그래서 말 할 때나 학생을 대할 때 좀 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할 것 같아요. 지나가면서 서로 인사도 하고 많은 이야기 나누도록 해요. 모두 고맙습니다.              

                                                             
2012년 2월 29일 방호원 윤주식 드림

(이 편지는 취재원 인터뷰를 바탕으로 김누리 기자가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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