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하반기, 안팎에서 수많은 바람이 우리 시대를 할퀴고 지나갔다. 가교과 폐지와 본분교 통합, 102관 완공, 부총장제 실시, 또 박원순 열풍과 안철수 바람, 나꼼수 신드롬, FTA 비준을 여느 때보다 처절하게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감수성이 참으로 예민해졌다. 주변에서 정치·사회적 변화들이 개개인의 삶의 변화와 밀착해 있음을 자각하자 모두가 보다 기민하고 과감하게 행동하고 있다. 김어준의 말대로, 정치는 우리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우리는 민감해지고 있다.

 

  예민해진 감수성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암약하던 반 운동권 정서는 중앙인 모 유저의 행동으로 실체적이고 적극적인 양상을 보였다. 지지율 1퍼센트짜리 후보였던 박원순 후보는 정치계의 거물 나경원 후보를 상대로 압승하며 서울시의 수장이 됐다.

 

  일련의 사건들은 시대변화의 징후를 알리는 신호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결국 광폭한 태풍이 아닌 지치고 소외된 자들을 보듬는 봄바람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찰나의 분노가 아니라 거대한 부조리에 분노하는 깊은 사유다.

 

  부조리에 대한 분노는 직관에서 비롯된다. 직관은 여러 사건을 구슬꿰듯 이어붙이며 개연성을 부여하고 이를 관통하는 의미를 발견한다. 개별 사건 뒤에 숨은 부조리하고 추상적인 힘을 읽어야 한다. 이것이 흔히들 ‘냄비근성’이라 지칭되는 단발적인 사건으로 마무리되는 분노를 변화의 기점으로 발전시키는 힘일 것이다.

 

  직관은 사건의 끄트머리에서 한 발을 내딛을 때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 사건을 모두 파악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주관으로 분석한 뒤 그 맥락에 숨은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한 사건을 취재하고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쳐 이러한 과정은 생략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거대한 사건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작게는 개인의 사건들에 국한될 수 있을 것이고, 내가 속한 조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꿰어보는 것도 좋은 시도다. 그것으로써 세상이 변하고 있음은 이미 충분히 증명되고 있지 않은가. 시류에 이끌려가는 것보다는 내 자신의 사유로 세상의 변화를 앞지르는 사람이 되는 것은 개인에게 큰 경쟁력일 것이다.

 

  필자는 이제 신문사 임기를 모두 마쳤다. 이제 학생으로 공부하고 시장의 평가를 받을 날이 올 것이다. 직관은 신문사 임기 동안 고민한 개인의 특별한 경쟁력이 될 유니크한 무기다. 그것을 여기에 풀어놓는 것이 아무래도 임기 동안의 단편적인 소회보다는 나을 성 싶었다. 내 신문사 후배분들도, 중앙대의 학우분들도 자신만의 무기가 있을테지만, 일상 속의 작은 노력으로 가질 수 있는 이 좋은 무기를 소개해드리고 싶었다. 이제 곧 기말고사 기간이다. 모두들 자신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기간이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학점도 좋지만 중앙대생 모두 당신만의 무기를 갖췄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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