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를 보고 있었다. “물가가 계속해서 오른다고요? 걱정하지 말아요. 선거철이 되면 국회의원들이 모두 다 물가를 잡겠다고 약속할거에요.” 이런 대사에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이 씁쓸한 것이 내가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었다. 국회의원들이 내세우는 공약들이 많은 경우 그저 공약으로만 남게 될 뿐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공감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 개그의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단순히 정부나 국회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총학생회를 지켜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공약의 구체적인 실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이 축적되고 축적되어 공약의 미지근함이 우리에게 일반론적 사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대 학생들에게 2011년은 다사다난했다. 본·분교 통합, 학과 구조조정이나 등록금 , 학생 징계 등 많은 부분이 갈등의 장이 되었다. 학내에서 실질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안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얼마 전 우리는 총학생회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54대 총학생회로 출범하게 된 카우V 선본은 단계적인 등록금 인하 추진을 비롯하여 제2기숙사 건립 촉구 중앙대 상권 할인 등과 같은 학생 복지를 위한 공약들을 주로 내세웠다. 카우V 선본의 당선은 그들의 공약이 학생들의 실질적인 생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요구 또는 문제의식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몇 년 간의 총학생회 선거를 지켜보면 올해의 선거 과정에서 중요하게 내세우는 공약들이 과거의 것과 많이 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등록금 문제나 학생들의 주거환경과 학습여건 개선, 학내의 자유로운 의사소통 등은 지난 몇 년간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정책으로 이행되어 뚜렷한 성과를 낸 적은 없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총학생회와 우리 학생 일반이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문제들은 더 이상 뒤로 미뤄둘 수 없는 성격의 것들로 그 이행의 현실적 어려움과 동시에 그것의 중요성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 출범할 새로운 총학생회에게 우리가 현실적으로 바라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그들이 내세우는 공약의 이행이다. 공약은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와 그것에의 해결 표현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선거과정의 담론의 장을 넘어서 실천적 행동을 통해 정책으로 실현 되어야만 그것은 진정한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그러므로 공약의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우리 스스로가 온전하고도 가감 없이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파악을 통해 구체적인 활동 전략과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선거의 공약은 미진한 이행으로 인한 씁쓸한 개그 소재 이상의 것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씁쓸하게 웃기보다는, 실현된 공약으로 인해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초롱 역사학과 4학년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