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에 빠지면
걸어갈 때, 차타고 갈 때, 밥 먹을 때, 어떨 때는 자면서도 고민합니다. “
 
 
노벨상에 근접한 학자들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에서 선정한 열 명의 국가석학. 사립대학 중 국가석학 교수를 보유한 학교는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세종대 뿐이었다. 이제 중앙대도 국가석학 교수를 한 명 보유하게 됐다. 12월 1일, 국가석학 채동호 교수가 성균관대에서 중앙대로 부임했다.
 
- 성균관대에서 중앙대로 이직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단 집이 여기서 가까워요.(웃음) 또 성대 수학과보다는 중대 수학과가 분위기도 좋죠. 전적 학교는 수원이다보니 단조로웠고 약간 침체된 느낌이 있었어요. 여기는 분위기도 밝고 생기 넘치는 학생들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중앙대에 재직중이신 교수님들의 연구분야가 제 전공과 비슷한 분이 많아요. 인간적으로나 외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제 마음을 끌었습니다. 금전적 차이는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 총장님과 이사장님이 개인적으로도 교수님 영입을 위해 노력했다고 들었습니다
총장님과 이사장님이 굉장히 의욕적으로 나오신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가 오고싶더라도 학교측이 시큰둥했으면 안 왔을텐데 적극적으로 섭외하시려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죠.
- 연구를 하시는 데 있어서 중앙대에서 제공하는 지원은 충분하신지요
수학자에게는 그저 조용한 연구 공간과 시간을 많이 주면 그게 제일 큰 지원이죠. 연구에 몰입할 수 있게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듯해요. 보세요. 연구 공간도 넓잖아요.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정도로 넓죠(웃음)(인터뷰 당시 연구실은 아직 기자재가 들어오지 않아 책상과 칠판, 자전거뿐이었다)
 
채동호 교수가 22년 간 발표한 100여 편의 논문은 대부분 SCI(과학논문인용색인)급이다. 또한 『Advances in Mathematics』 지에 게재한 논문은 5년간 피인용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최정상급 수학자라는 타이틀은 이런 수치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채동호 교수는 ‘모든 순간이 연구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런 대석학이 처음부터 수학을 전공했던 것은 아니다. 학사, 석사까지 물리학을 전공한 채동호 교수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수학으로 진로를 틀었다.
 
- 학사와 석사까지 물리학을 전공하다 수학자가 되신 계기가 뭔가요
대학교 들어갈 때는 물리학과가 인기있어서 휩쓸려서 물리학과로 가게 됐는데(웃음) 나중에 공부하다보니 수학을 해야 공부다운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내가 수학을 하는 것은 중요해서가 아니라 내가 수학을 좋아해섭니다. 남들이 수학을 어렵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 개인에게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어려워서 매력있었던 건가요
그런 이유도 있었을 듯하네요.(웃음) 농담이고요. 물리학을 하다가 대학원 때 바꿔야겠다 생각했죠. 더 이상 재미가 없다고 여겨졌죠. 그 때 생물학도 생각했었고 수학도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전공을 바꿨다가는 나중에 자리잡기도 어렵고 여러 가지로 불리한 점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던 중 미국 유학 중에 수학과 교수에게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분이 마침 내 임시 어드바이저였는데 나더러 수학을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결심한 것이 수학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 왜 물리학과에 가셨던 건가요
어렸을때 공상과학 소설이나 아인슈타인 책을 보면서 물리학자의 꿈을 많이 키웠죠. 사실 대학 입시에 휩쓸려서 갔다기보다는 솔직히 말하면 어렸을 때부터 물리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당시에는 물리학과가 이과에서 제일 인기있는 과였어요(웃음).
- 그럼 전공을 바꾼 것을 후회할 때는 없으셨나요
전공을 바꾼 것은 잘한 일이었어요. 지금 수학을 하면서 느끼는 좋은 느낌들을 물리학에서 얻을는 수 없었을 겁니다. 물리학을 계속 하는 동기들을 보면 내가 지금 수학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감들을 물리학이 가져다주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연구하는 시간이 전체 생활 중 얼마나 차지하시는지요
수학자들은 사실 어떤 문제에 빠지면 오피스에 있는 시간 말고도 걸어갈 때나 차 타고 갈 때나 심지어 밥 먹고 있을 때에도 어떨 때는 자면서도 고민합니다. 문제가 잘 안풀리다가 딱 한번 모멘텀이 잡히는 순간에는 하루 열 시간 이상 전념할 때도 있습니다. 한번 문제가 조금 진행이 잘 순조롭게 되면, 거의 그냥 24시간까지도. 자다가 두 세시에도 깨서 연구하고 그렇습니다.
- 연구시간 외에는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별로 하는 것은 없고, 자전거를 좋아해서 공부가 잘 안될 때나 일요일에 자전거 탑니다. 자전거가 제 여가네요.(웃음)
- 교수님의 연구 하신 것들 중 교수님께 가장 특별했던 연구는 어떤 것이었나요
2000년도에 나온 논문이 천-사이몬-힉스 방정식이라는 난제를 푼 것입니다. 또 어드밴스 학술지에 나온 캠브릿지 대학교 모펫이라는 교수가 새천년 유체역학 문제를 냈는데 그 중 한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 두 논문이 인용횟수도 가장 높았죠.
- 기초학문인 수학의 중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수학이나 다른 기초학문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금융수학 같은 경우에는 증권 투자 정도에 당장 써먹을 수 있겠죠. 그러나 대부분의 수학은 응용되기 힘듭니다. 그 대신 오랜 세월이 지나면 너무나 중요하게 쓰이는 때가 옵니다. 가장 쉬운 예로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순수기하학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모든 건축이니 공학이니 안 쓰는 곳이 없죠.
- 요즘 관심있게 연구하시는 분야는 어떤 것인가요
오일러 방정식이라는 유체방정식에 관심이 갑니다. 250년전에 오일러라는 수학자가 모형화시킨 방정식인데 그 방정식을 아무도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방정식인데 이해를 못하고 있으니, 그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 큰 목표입니다.
- 끝으로 중앙대 구성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중앙대에서 내 연구인생의 마지막을 보낼 것 같은데, 여기서 남은 힘을 다 쏟아내고 싶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취직같이 눈 앞에 보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것에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자세를 권하고 싶습니다.
 
 
채동호 교수
 
학 력
1989 프린스턴대학교 대학원 응용수학 박사
1983 서울대학교 대학원 물리학 석사
1981 서울대학교 물리학 학사
 
경 력
2011.12 현재 중앙대학교 수학과 교수
2004~2011.11 성균관대학교 수학과 교수
2006 국가 10대 석학 선정
2004 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2004 대통령(과학기술부, 한국과학재단) 한국 과학상
2003.10~2004.02 서울대학교 수학과 교수
1998.10~2003.09 서울대학교 수학과 부교수
1998.09~1999.06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방문 조교수
1996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1991.07~1994.08 포항공과대학교 수학과 조교수
1990.08~1991.06 미국 브라운대학교 수학연구 조교수
1989.08~1990.07 인디애나대학교 박사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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