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문래동을 찾은 적이 있었다. 문래동 철공 단지에 생긴 예술가 마을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예술가들과 인터뷰를 마치고 철공소 사장님들을 취재하러 갔다. 한 사장님과의 대화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사장님들에게 ‘철공소 사장님’이라고 부르면 싫어한다는 말이었다. 대신 ‘엔지니어’라고 불러주길 바란다고 하셨다. ‘철공소’라는 단어는 다소 퇴색된 직업처럼 들리고 ‘엔지니어’라는 말이 더 세련되게 들린다는 이유에서였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내가 직접 눈으로 본 그들은 전혀 ‘철공소 사장님’라는 자신들의 직업을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는 분들이었다. 


 경기도 소재의 대형 철제 공장이 생기기 전, 문래동 철공단지는1960~70년대 제조 산업의 선봉장에 있었다. 많은 물량을 소화하며 대한민국 제조업 부흥을 이끌었다. 지금의 철공소 사장님들은 그때부터 자리를 지키며 진정한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분들이었다.


 누가 그들을 위축시켰을까. 현재 문래동은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됐다. 문래동 일대를 더욱 ‘경제적인’ 공간으로 재편하기 위해서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철제 단지는 철거되고 주거·상업 기능을 가진 복합단지가 조성된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문래동 철공소는 철거대상으로 지목됐다. 그들은 철을 주무르며 평생을 살았지만 결국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현재 중앙대는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다. 대규모 학과 구조조정, 가정교육과 폐과 등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 그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를 외면한 채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문래동 사장님들이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학생들이 학교로부터 받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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