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모임 날짜를 위해 문자를 보내왔다. 강의와 연구만 하다가 학교 보직도 맡고 여러 정부위원회를 기웃거리다 보니 모임 시간이 잘 맞질 않았다. “너 목적은 있으면서 바쁜거냐?” 친구의 질문이 핵심을 찔러왔다.

  우리는 자주 “전략(戰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 회사의 성공적 경영을 위해 또한 인생의 성공을 위해서도 전략이 필요하다. 원하는 목적이 정해지면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경영학에서 전략 추진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83년 시작한 삼성의 반도체진입 전략을 들곤 한다.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 사내의 전문가들도 회사의 존폐가 염려되어 전부 반대할 때, 최고경영자는 초기 상당 기간의 적자를 예상하고도 투자하였고 지금 우리가 그 결과를 보고 있다. 두산그룹이 주력 업종을 중공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추진한 전략도 이 같은 성공 사례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전략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추진하는 주체의 의지이다. 차별화된 전략은 종종 다수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며 이때 확고한 추진 의지가 없으면 남다른 성공을 얻기는 어렵다. 이 점은 우리 대학이나 각 학생들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과연 전략은 있으며 추진 주체의 의지가 확고한 것인가?

  학생 개인의 전략은 어떻게 정할까? 전략은 내가 진심으로 뭘 원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은 그냥 정해지지 않는다. 산악인 박영석은 등반에 실패하려면 완벽하고 철저하게 실패하여야 한다고 말하였다. 무엇이 부족해 정상에 오르지 못했는지 알고 하산해야 다음에 부족한 점을 보완해 재도전할 수 있다.

  완벽한 인생의 전략을 처음부터 정할 수는 없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전략을 전력으로 추진하다 보면, 본인의 전략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알 기회가 온다. 전략이 틀렸음을 아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생각하는 전략도 없고, 의지로 추진하지도 않고 있다면 그것은 확실한 실패일 것이다.
 

  전략은 본인의 미래이다. 우리는 매일 급한 일, 중요한 일과 마주치며 주로 급한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급한 일이지만 더 뒤로 미루고 중요한 일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전략이며, 본인의 미래에 다가서는 방법이다.

  내 미래의 성공은 외부 환경의 변화로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내부 역량을 내가 갖추었을 때 이루어진다. 즉, 다독(多讀) 등으로 미래 사회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상식을 갖추어야 하며,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갖추기 위해 깊이 있는 전문 지식도 갖추어야 한다.

  친구에게 답신 문자를 보냈다. “목적을 정해보려고 바쁜거지.” 핸드폰 진동이 다시 울렸다. “말 되네.”     

백훈 국제관계학과 교수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