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김한준 작가가 개인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김한준 작가의 작업실 풍경.

 

 

 

 

 

 

 

 

 

 

사진 병기처럼 정석적인 사진 찍던 작가 감성 작가 되기 까지

 자유를 추구하는 사진작가 다양한 경험이 예술적 영감의 원천

 

김한준 사진작가의 작업실에 들어가자마자 반겨준 것은 카메라도 플래시도 아니었다. ‘동자’였다. 곱슬곱슬한 털을 가진 이 강아지는 낯가림 없이 처음 보는 사람을 열렬히 환영했다. 한참 주위를 맴돌더니 장난감 공을 쫓아 온 작업실을 뛰어다녔다. 강아지를 따라 시선을 이동해보니 자전거가 눈에 띄었다. 작업실 입구에는 걸려 있는 자전거는 언제든지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늘 그 곳에 자리한다. ‘playground’란 간판처럼 그의 작업실은 놀이터인지 일터인지 정체성이 모호했다. 뭐라 정의내릴 수 없는 작업실은 자유로운 상상력의 원천이었다.

그는 자유롭다. 일을 끝내고 어디론가 훌쩍 떠난다. 햇살이 좋은 날엔 교실에서 벗어나 학생들과 야외수업을 즐긴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그에게 무언가를 규정짓는 것은 곧 한계를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예술가라면 더더욱 규정된 정답에 가로막혀서는 안되기에 그의 작업실은 자유롭다.

그의 작업실 이름이 ‘playground’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의 작업실은 강남의 한 동네 중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다. ‘playground’라는 간판이 걸린 그의 작업실에 들어가 보면 2층에는 어시스턴트들이, 4층에는 그만의 공간이 있다.

커머셜 사진가답게 컴퓨터엔 다음 달 잡지에 실릴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그는 상품 사진뿐만 아니라 패션과 뷰티 사진을 찍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그의 능력은 풍부한 감성에서 나온다. 사진작가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교수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는 그만의 방법으로 감성을 채운다. 그것은 ‘방랑벽’이다. 일상에 지쳐 딱딱하게 굳은 마음을 이유 없는 방랑을 통해 푼다. 그는 “지난주에도 석모도에 다녀왔다. 일을 끝내고 즉흥적으로 떠나 자전거를 타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출중한 실력을 자랑하는 그가 처음부터 사진작가를 꿈꾼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 뭐든지 만드는 것을 좋아한 그는 미술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손재주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사진기라는 기계로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사진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렇기 고등학교 때부터 사진을 배우기 시작해 중앙대 사진학과에 입학한 그는 홀연히 유학을 떠나 4년을 공부했다. 정석적인 공부를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한 것이다.

탄탄한 기본기는 오히려 그에게 독이 됐다. 일을 시작한지 꽤 됐지만 그는 한계에 부딪혔다. 탄탄히 다져진 기본기는 기술적인 사진밖에 찍어내지 못했다. 기술을 갖췄으나 감성을 담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는 그때의 자신을 ‘사진 병기’라고 표현했다. 사진병기에서 지금의 그가 되기까지 다시 10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진기에 감성을 불어넣은 것이다.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술도 진탕 마셔보며 자신을 좀 더 자유롭게 풀었다. 정확한 초점, 알맞은 노출을 고수했던 그는 이제 자신만의 사진을 찍고 있다. 그만의 사진을 찍기 위해 다녔던 여행의 흔적은 작업실에서 볼 수 있다. 작업실 한쪽의 선반 위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 있다. 여행을 다니며 수집한 소품들은 어느새 선반을 빼곡히 차지하고 있다.

여행을 통해 쌓은 실력으로 그는 최근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2’의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탄 김한준 작가는 그때의 경험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모델과 함께 하는 작업이 그에겐 스트레스였다. 그러나 그는 도전을 하는 모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곤 마음을 돌렸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에는 화도 많이 냈지만 입장을 바꿔보니 화를 내는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못하면 못할수록 더욱 친절하게 대했다”고 말했다.

커머셜 사진이 아닌 일상 사진도 많이 찍는다는 그에게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작업실에서 단 한 대의 카메라도 찾지 못했다. 카메라들은 금고 속에 꽁꽁 숨겨져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소중한 물건이기 때문에 금고 안에 보관해 뒀다. 하지만 그는 카메라보다 필름이 소중하다고 한다. 그의 역사가 담긴 필름은 돈 주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나간 과거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는 사진병기에서 변신한 10년차 ‘감성 사진가’다.

글·사진 정미연 기자 MIYONI@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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