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학고재에서는 ‘소장품전’이 전시되고 있다.

 

 

 

 

 

 

 

 

 

 

▲ 국제갤러리에서는 ‘잠시 동안의 드로잉’이란 전시가 진행 중이다.우순옥 작가가 자신의 전시를 설명 하고 있다.

 

내겐 너무 먼 미술관

미술관. 아, 듣자마자 부담스럽다. 그림 보는 안목은 없고 그렇다고 평생 미술관과 담쌓기엔 교양인이 아닌 것 같다. 고급스러운 아우라에 눌려 미술관 문 앞만 기웃거린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이제껏 느꼈던 부담을 덜어내 보자. 초보자들이 즐기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갤러리와 미술관을 소개하고 이들이 미술관을 즐길 수 있는 팁을 제공한다.

 

초보입문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은 덕수궁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2호선 시청역에서 내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건물이 보인다.

모든 미술관엔 입장료가 있으나 서울시립미술관은 다르다. 천원의 저렴한 입장료도 작년 9월 조례가 바뀐 이후 무료로 바뀌었다. 따라서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특별전을 제외한 모든 전시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아시아현대미술프로젝트’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태국 등 4개국에서 일어난 정치적 재앙, 환경적 재앙을 보여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전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현대미술이라 해서 지레 겁먹는 관람객들을 위해 전시 입구부터 상세한 설명을 적어 놓았다. 미술관은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 사회적 기관으로 대중에게 친절하다. 전시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갤러리가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것과 달리 미술관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서울미술관은 좀 더 친절하다. ‘도슨트프로그램’을 도입해 평일엔 2시와 5시, 주말엔 2시와 4시 총 하루에 두 번 작품을 설명해준다. 시간을 맞추지 못해 도슨트프로그램을 놓치고 말았다면 오디오가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소리를 들으며 영상을 감상하는 작품의 경우 의미가 함축돼 있기 때문에 오디오가이드를 이용하면 작품을 한층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친절한 설명에도 작품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가 있다면 해결방법이 있다. 그냥 지나치라는 것. ‘아시아현대미술프로젝트’에서 한국의 재앙을 보여주는 한 영상물은 창살에 갇힌 개와 파리가 꼬인 배설물, 그리고 파도치는 바다를 담았다. 영상은 이내 끝나버리고 도대체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감을 잡을 수조차 없던 순간. 이나경 교수(서양화학과)는 “이해되지 않는 작품은 여운으로 남겨두라”고 전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관람객들이 긴 줄을 만드는 경우가 흔하다. 유명한 작가의 전시에 몰리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다른 전시들 또한 상세한 설명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다양한 전시를 접해보는 것도 좋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월요일은 휴무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은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고전과 현대의 혼합 ‘학고재’

학고재는 갤러리가 밀집해 있는 사간동에 있다.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경복궁을 왼쪽에 두고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수많은 갤러리들이 있는데,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 사이에 전통가옥의 중후함을 뽐내는 학고재는 특히나 눈에 띤다.

학고재에서는 현재 상설전이 열리고 있다. 상설전은 갤러리의 성향을 알 수 있는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상설전이란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던 작품들을 전시하기 때문이다. 학고재에서는 고전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폭넓은 장르의 작품들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을 구경한 지 일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당황스러움이 찾아온다. 학고재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엔 설명이 없다. 이는 관람객들을 위함이다. 공간의 미를 살리고자한 의도와 더불어 온전히 자신만의 관점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작품을 감상한 후, 설명이 필요하다면 입구에 놓인 책자를 참고하면 된다. 작품의 위치와 이름, 그리고 작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어떤 작품부터 봐야 하는지 헷갈려 찾아오는 당황스러움도 갤러리에서 해결해준다. 갤러리에서 정해준 동선대로 이동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학고재에서는 각 작품마다 번호를 달아 순서를 정해 놓았다. 이를 따라 이동하면 된다. 그러나 사실, 마음대로 순서를 정해 관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학고재에 전시돼 있는 작품들 중에서 반가운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서양화학과의 이종구 교수와 사진학과 출신의 이명호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간헐암’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종구 교수의 작품은 학고재의 별채에 위치해 있다. 본관 뒤편에 위치한 별채에 들어가면 1층과 지하에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명호 작가의 작품은 지하에 전시돼 있으니 본관 뒤의 별채도 잊지 말고 방문해보자.

학고재에는 본관과 별채에 각각 큐레이터가 상주하고 있다. 작품에 대해 더욱 세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큐레이터에게 문의를 하면 된다. 큐레이터가 불친절 할 것이란 선입견은 여기서 잠깐 접어두자. 그들은 오히려 말을 걸어오길 기다리고 있다. 관람 도중 이해하기 힘든 작품을 만났다면 주저 없이 큐레이터에게 다가가길 바란다. 맹정한씨는(학고재 큐레이터) “관람객들이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며 큐레이터를 낯설게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현대미술 역사를 담은 ‘국제갤러리’

 

‘학고재’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열 걸음만 옮기면 현대식 건물의 미를 자랑하는 ‘국제갤러리’가 눈에 띤다. 국제갤러리는 1982년 개관한 이래 꾸준히 ‘현대미술갤러리’의 성격을 보여준다.

다른 갤러리와 달리 국제갤러리는 작가전속제로 운영된다. 샘 프란시스, 프랭크 스텔라 등의 외국 작가들을 비롯해 김홍주, 정연두 등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까지 소속돼 있다. 50명 가량의 전속작가들 덕택에 국제갤러리에서는 신선한 기획전시가 자주 열린다. 한 작가가 어떠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시를 국제갤러리에서는 상설전시 못지않게 즐길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열흘 전부터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우순옥 작가의 기획전시전이 <잠시 동안의 드로잉>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었다.

국제갤러리 문턱을 넘으면 ‘우리는 모두 여행자’라는 문구에 시선을 빼앗긴다. 첫번째 코스부터 현대미술의 난해함에 현기증을 느낄 수도 있으나 발길을 돌릴 필요는 없다. 우선, 문구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안고 전시 관람을 시작해도 좋다.

국제갤러리 본관 안쪽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전시가 시작된다. 8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작은 텔레비전들과 부드러운 들꽃이 한데 설치돼 있다. 작가의 의중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골머리를 앓는다면 좋은 현상이다. 우순옥 작가는 “작가가 의도한 바를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결국 자기 자신을 보게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감상법이 마냥 틀린 것은 아니란 뜻이다. 지금부터는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며 작품을 관람하면 된다.

갤러리는 미술관보다 불친절하다. 상업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미술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품의 이름, 심지어 설명조차 보기 힘들다. 게다가 누구나 어렵게 여기는 현대미술까지 복합된 국제갤러리. 하지만 부담스러워 하지 않아도 된다. 국제갤러리는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에 대한 정보도 안내하고 있으니 미리 참고하면 좋다.

국제갤러리는 기획전시와 상설전시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국제갤러리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매달 색다른 기획전시 일정을 얻을 수 있다. 국제갤러리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오후 6시 사이에 관람이 가능하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정미연 기자 MIYONI@cauon.net

송은지 기자 ilnrv@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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