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6대 간호대 학생회장의 임기가 다 끝나간다. 정말이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 해였다. 11월은 대부분의 학생회장들이 원했던 사업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짊어지고 있던 부담감을 내려놓는 달이다. 반면 나에게 이번 11월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달이었다.
 
  지난 15일에 진행하였던 ‘전체간호학생대회’를 통하여 많은 중앙인들이 간호대의 새로운 출발을 접했으리라 생각한다. 적십자간호대학과의 통폐합 과정에서 여러 진통이 있었으며 중앙대 간호학과 학우들은 여전히 적십자간호대학의 교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상당한 반감을 지니고 있다. 어떤 이들은 큰 것을 얻기 위해 내어주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그러나 이름은 절대로 단순한 것이 아니다. 중앙대학교 간호대학의 근본이며 뿌리다.  
 
  우리 간호대 학우들은 모두 간호대의 발전을 기원하고 있다. 1994년,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간호학과 학생회가 간호대학 학생회로 인준을 받고 중앙운영위원회의 성원이 되었지만 여전히 행정상 간호학과는 의과대학에 속해 있었다. 이에 많은 현실적 제약이 있었고 오랜 기간 간호대학으로의 승격을 준비해왔다. 우리 학우들은 간호대학으로의 승격과 장기적인 발전을 위하여 통폐합으로 인한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표면적인 발전을 위하여 이름을 내어주는 것은 우리의 본질과 역사 그리고 정신을 모두 내어주는 것과 같다. 아무리 발전을 한다고 한들 우리의 전통을 잃어버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본부는 대학에게 신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강조하였고 이에 우리 학우들은 중앙대의 신의를 지켜주기 위해 적절한 시기를 오랫동안 참고 기다렸다. 그 결과 본부는 간호학과 학우들의 뜻은 저버린 채 다른 대학과의 신의를 우선시하는 실수를 범했다.
 
  간호대는 내년부터 현재 4개 학년을 모두 합친 학생 수보다 더 많은 신입생을 받게 된다. 학생들의 기본적인 학습권과 생활 그리고 복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이 다시 재정비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이 순간, 우리는 너무나 소중하게 지켜오던 의혈중앙 민중간호의 이름을 빼앗겨버렸다. 
11월. 많은 학생회장들이 진부하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 없는 ‘시원섭섭’을 주제어로 삼는 달. 그러나 나는 너무 큰 상처를 남겨 아픔만 남았다. 그러나 좌절하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지는 않았다.
 
   지금부터가 정말 새로운 시작이다. 어떤 이는 간호대가 여학우가 많은 탓에 추진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올 한해 보여준 우리 간호대 학우들의 모습 속에도 무서운 단결과 추진력을 보았다. 이에 중앙인들에게 간호대의 이름을 되찾을 때까지 적십자간호가 아닌 민중간호로 기억해달라 부탁하고 싶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금 이때를 떠올릴 때, 우리가 이름을 되찾고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면 분명 통폐합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소영 간호대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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