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공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제 나이가 되었으니 술도 마시고 연애도 하겠지만 어쨌든 대학생은 공부에 집중해야 하니 금전적 독립은 불가능하다, 고 말하는 것은 유치한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학교를 벗어나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사회생활을 간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아르바이트는 추천할 만한 경험이다. 
 
  문제는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일하는 생활이 아니다. 아무리 일을 해도 생활비나 학자금을 충당할 수 없고 어디서도 이러한 악순환의 끝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주독야경의 문제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다양한 사회 구조적 문제들을 동반한다. 문제를 깊숙이 파고 들어가 보니 결국엔 일한 만큼 제대로 그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게 하는 최저임금제가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 때문에 이런 실태들을 보도할 때 그 생활고의 배경을 단지 어려운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파산으로 고정시켜버리는 것은 위험하다.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연민은 쉽사리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까지 증명해 주는 알리바이가 된다고 말한다. 누군가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업을 이어가는 생활의 근저엔 병든 어머니나 파산한 가정이 있었다는 보도는 그것은 안 된 일이지만 개인의 불행이며 우리가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식의 거리두기와 책임 회피를 유도할 수도 있다. 
 
  1259명에게 설문 조사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앙대생 1259명 중 절반은 아르바이트로 먹고 살더라’라는 결론은 문제의 심각성이나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할 수 있는 진단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의 고백은 사적이었지만 그 사적인 고백을 우리 모두, 즉 사회 전체의 문제로 연결시켜 해석하는 것은 결국 기자의 몫이 될 것이다.
 
김보람 동문(국어국문학과 05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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