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서만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예술가들은 더이상 자신의 예술세계에만 빠져 자아도취 하거나 창작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술을 벗으로 삼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세상과 소통하기를 원했다.
 최근 자신의 작업실을 공개하는 오픈스튜디오, 더 나아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작업은 작업실에서, 전시는 갤러리에서, 판매는 경매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공간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소통하고 싶어요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일을 해요” 아뜰리에 앤 프로젝트의 김혜윤씨가 말했다. 아뜰레에 앤 프로젝트의 작가들은 투잡, 심지어는 쓰리잡을 뛴다. 주말엔 결혼식과 카페 등을 꽃으로 장식해주는 일을 하는 반면 평일엔 꽃꽂이 강습을 한다. 이렇게 모은 돈의 일부는 아뜰리에 앤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허나 아뜰리에 앤 프로젝트는 수익사업으로 큰 이윤을 얻지는 못한다. 평소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성북동에서 개성이 강한 소품을 사는 소비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아닌 다른 이유가 그들을 아뜰리에 앤 프로젝트로 이끌었다. 김혜윤씨는 “작업실과 가게의 경계를 없앰으로써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소통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친구들과 같이 카페 하나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 봤을 것이다. 게다가 그 친구들의 취향이 같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오케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만나 공간을 만들고 매번 색다른 시도를 한다. 무엇보다 그들의 작업을 보고 즐거워하는 고객이 있다. 그 자체가 그들 삶의 활력소인 것이다.
 전문가들 또한 이에 동의했다. 허양희 교수(예술경영학과)는 “요즘 예술계에서는 작가와 관객의 소통을 강조하는 것이 트렌드다. 새로운 트렌드는 모든 사물과 상황을 다른 각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예술가들이 관객의 입장에서 관객과 대화하면서 작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말했다.

예술가 상업과 손을 잡다
예술가는 가난하다. 예술가들이 대학 졸업 후 타과 졸업생들처럼 사대보험이 보장되는 기업에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거나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자신의 작품을 판매할 기회 또는 기업과 같이 일할 기회를 얻기란 만만찮다.
 그래서 찾은 돌파구가 바로 작업실을 공개하는 것이다. 작업실과 카페, 전시공간을 병행하는 것은 예술가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된다. 박양우 교수(예술경영학과)는 이를 ‘유통 통로의 다양화’라고 보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작가들이 작업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방식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또 다른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 평소 작업에만 치중하느라 상업에 어두운 작가들은 상업에 능숙한 전문가와 만난다. 이 둘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다. 예술가는 수익성을 높힐 수 있어 좋고 전문가는 창의력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
‘컨버전스 시대’, ‘퓨전’, ‘멀티 플레이어’, ‘콜라보레이션’.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이 말들은 한가지 의미를 관통하고 있다.  바로 ‘융합’이다. 융합은 스마트 폰을 만드는 IT 업계에서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들이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지 않을 리 없다. 박양우 교수(예술경영학과)는 “예전엔 작업실을 신성한 곳이라고 여겨 숨겼다면 지금은 자유롭게 공개하는 등 흥미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뜰리에 앤 프로젝트에서는 플로리스트, 아트디렉터, 패션큐레이터, 푸드작가가 만나고 플랫274에서는 그래픽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났다. 그들이 만난 것 자체가 융합이다.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또 다른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그들의 직업을 나누고 하는 일을 구분 짓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봤을 때 작업과 전시, 판매가 만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다.

아직까진 초기단계
이종구 교수(미술학부)는 “작가들이 작업실을 공개하고 직접 관객들과 소통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 작업실이 공개됨으로써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뺏긴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분명히 아직까지도 작업은 작업실에서 전시는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카페나 음식점에 그림을 전시하는 경우는 비교적 많지만 작가가 직접 작업실을 공개하고 전시와 판매를 같이 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물꼬를 텄다는데 의의가 있다. 박양우 교수는 “작업실을 공개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이다. 앞으로 4~5년 뒤 귀추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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