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어요
  • 이영준 기자, 이설 기자
  • 승인 2011.11.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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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공부하고 밤에 일하는 대학생들

낮에 공부하고 밤에 아르바이트하는 주독야경(晝讀夜耕) 대학생들에게 성적장학금은 말 그대로 하늘에 별일 뿐이다. 이설 기자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라디오 방송국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01학번 B씨는 주위 친구들로부터 ‘알바왕’이라 불린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기 때문이다. 1학년을 마친 겨울방학에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손수레를 끌다가 시장 상인의 추천으로 꽁치잡이 배를 탄적도 있다. 페이는 높은 편이지만 고된 일을 계속할 수는 없어 한달 반 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B씨는 한번도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편찮으신 부모님의 병원비까지 보태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술비를 대기위해 대출받은 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 신세가 돼 학자금 대출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보니 자연히 학업성적이 좋을 수 없었고 장학금을 받기에는 택도 없었다. B씨는 “성적이 안좋아 장학금을 받을 수도 없고 일을 쉴 수도 없으니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결국 B씨는 돈을 벌기 위해 휴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휴학기간이 만료돼 재적위기에 놓인 줄도 몰랐다. 아직 고정적인 거주지도 없어 고시원과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고 있다.
 

“일하느라 학업 소홀
  장학금 못 받으니
  악순환 연속”

 

매주 월·수·금, 아침에 등교한 홍준영씨(정치외교학과 3)는 저녁이면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신입생 때부터 부천에 있는 한 보습학원에서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보조강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일하고, 말그대로 주독야경(晝讀夜耕)이다.
 

준영씨에게도 등록금과 생활비가 가장 큰 문제다. 고등학교 때부터 편의점, 카페에서부터 텔레마케팅까지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홀어머니의 수입만으론 가계를 꾸려나기 벅차 등록금과 생활비를 직접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녁시간을 늘 학원에서 보내다보니 학업과 과제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예습은 커녕 시험기간에도 제대로 공부할 수 없는 형편이다. 가르치는 학생들과 시험이 겹치면 자기 공부는 포기하고 보충수업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홍준영씨는 “시험기간이면 강의를 하고 학교로 돌아와 밤새 공부하고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약 80만원을 월급으로 받지만 생활비로 쓰고 나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 없다. 등록금은 중앙사랑 장학금과 방학 중 모아둔 돈으로 보태고 모자란 돈은 학자금 대출을 통해 해결한다. 홍준영씨는 “편하게 공부하고 스펙 쌓는 친구들이 부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학생회 활동과 사회참여에 열심인 문과대 K씨가 사는 곳은 월22만원짜리 고시원이다. 창문도 없고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으로 사용한다. 방학중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새벽에 편의점 일을 마치고 곧바로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갈 때는 ‘죽을 맛’이었다.
 

‘공부해서 장학금 타면 되지 않냐’는 말에 대해 K씨는 “일단 먹고 잘 곳이 있어야 공부해서 장학금을 타지”라고 답한다. 당장의 생활비가 시급한 사람에게 장학금은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김우식씨(사회학과 1)는 자급자족형 자취생이다. 기숙사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는 80만원을 모두 방값과 생활비로 쓰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세가 기울더니 지난 여름방학에 파산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평범한 남학생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계란후라이가 전부지만 밥값을 아끼기 위해 최대한 집에서 끼니를 때운다. 커피도 일절 마시지 않는다. 친구들과 카페에 가더라도 혼자 빈손으로 버틴다. 밥값과 맞먹는 커피, 한번 맛들리면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에는 당연히 소홀해졌다. 오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저녁시간에 복습하거나 과제를 할 짬이 없다. 김우식씨는 “공강시간이나 틈 날때마나 과제를 하지 않으면 마감 전날 밤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주에는 회계와사회 수업 과제를 하느라 아르바이트가 끝난 새벽 2시에서야 시작했다.
 

우식씨는 내년 입대를 고려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간간히 생활은 하겠지만 300만원이 넘는 등록금까지 감당할 순 없기 때문이다. 부모님도 입대를 권장하고 있다. 김우식씨는 “다음학기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면 입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밥 값 아끼려
  집에서 해먹고
  도시락도 싸 다녀”

 

“학관에서 밥 먹는 것조차 꿈도 못 꿨다.” 부모님의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아 생활비를 직접 벌어 쓰는 문과대 Y씨는 지난해 여름방학을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아침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하루 3시간씩 자고 일하며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가근로 아르바이트 한가지만 하고 있다. 돈을 버는 대신에 허리띠 졸라매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지난 학기부터는 외부장학금으로 등록금을 해결하고 있지만 여전히 허리띠를 풀 수 없다. Y씨는 국가근로를 통해 버는 수입과 방학 중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으로 생활하는데 방값과 생활비를 포함해 월 45만원에 해결하고 있다. 방값과 통신비를 제외하면 월 10만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다.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참는 것은 기본이다. 점심값 아끼려고 도시락도 싸서 다닌다. Y씨는 “일을 적게하고 대학생활을 즐기려면 쓰는 돈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학중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과 국가근로를 통해 버는 27만원으로 생활하는 김태환씨(철학과 4)도 적게 쓰는 방법을 택했다. 부모님께 손벌리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도 있지만 그의 생활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모아둔 돈이 떨어졌을 때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아쓴다. 대출을 하는 마음이 편할 리 없지만 대안이 없다. 졸업을 한학기 남겨둔 태환씨가 지금까지 학자금대출 받은 돈이 2500만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생활비 대출금까지 포함하면 끔찍하다. 김태환씨는 “미래에 대한 부담감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환씨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학사장교로 복무하며 대출금을 상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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