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생활비 실태조사 기획을 준비하면서 필자는 많은 사람을 귀찮게 했다. 설문조사를 하기 위해 후배기자 11명의 발을 귀찮게 해야 했고 설문에 응해준 1259명의 학우들을 귀찮게 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귀찮게 했던 사람은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던 9명의 학생들이다.

9명의 학생들은 집안사정이 어려워 스스로 생활비를 어렵게, 열심히 벌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얼굴을 보고 직접 자신의 사연을 듣고 싶다는 어려운 부탁에도 이들은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줬다. 이들의 사연은 다양했다. 3개 이상의 아르바이트를 학업과 병행해서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들은 음식점서빙, 텔레마케팅, 석면물질검사, 꽁치잡이 까지 다양한 직종의 아르바이트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기자가 되고 싶어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대 대신 중앙대에 입학했다는 학생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 학생의 부모님은 한 학기 등록금만 내줄테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했다. 이 학생은 결국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다. 학기 중에 입은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일주일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 둘 수 없어 계속 일을 해 다친 부위의 회복도 더뎌졌다. 성적장학금은 아르바이트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은 학생의 열정에 인터뷰 내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중앙대생 24%가 아르바이트로만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꿈이 아닌 아르바이트를 향해 달려가는 이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장학금도, 성적으로 제약을 두는 생활비 대출도 아니다. 이제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때다. 그리고 해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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