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리. 그녀는 학생들에게 사랑과 연애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카운셀러이자 가족을 연구하고 보살피는 가족학자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라”고 외치는 그녀. 우리들의 큰언니이자 든든한 후원군, 김예리 교수를 만났다.  

 

▲ 자신을 먼저 알고 사랑하라고 말하는 김예리 교수. 사당동에 있는 그녀의 사무실에서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침 9시, 102관의 한 강의실. 이게, 만석이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조별활동에 열중이고, 일부 학생은 발표준비에 한창이다. 쪽잠을 청하는 학생들, 지각하는 학생들로 부산스러울 법도 한데 아침수업 치곤 정돈된 분위기다.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되는데도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마약과도 같은 이 수업의 매력을 알아버렸다. 그 중심에는 김예리 교수가 있다.


- 9년째 <결혼과 가족> 수업을 맡고 있다.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된건가
  <결혼과 가족>은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원래 있던 수업이었다. 내가 졸업한 학과에서 개설한 과목이었고 박사학위를 받고 있을 때 수업을 의뢰받아 시작했다.


- 수업 방식이 색다르다. 토론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학생들이 모두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만원의 데이트'라는 아이디어가 참 재미있는 것 같다   
  내가 지루한 걸 못 견딘다. 그래서 수업을 역동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학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데이트의 기원이나 종류를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만원을 주고 데이트를 시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요즘 대학생들의 데이트는 맛있는 거 먹고 영화보고 산책하는 게 끝이다. 그 정도는 중·고등학생도 한다. 3~4년을 사귀고 헤어진 전 파트너에 대한 기억이 ‘예뻤다, 착했다'같은 단편적인 인상으로만 그친다는 것이 아쉬웠다. 또 학생들이 취업준비는 열심히 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만원으로도 의미 있고 서로 알아가는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다. 수강신청할 때 경쟁률도 엄청나다고 들었다
  구전의 효과가 큰 것 같다(웃음). 전공이 아니고 교양 수업인데도 열심히 해주고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해줘서 학생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 실제로 수업에서 커플들이 많이 생긴다고 들었다. 결혼에 골인한 커플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과거에 내 별명이 뭐였는지 아나. ‘파탄의 전도사’였다(웃음). 내 수업을 같이 듣고 학기가 끝날 때까지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커플이 거의 없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연애에도 여러 가지 기술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헤어지는 것 같았다. 커플들이 하도 많이 헤어져서 1년 전부터 커플은 내 수업을 같이 못 듣게 하고 있다.


  조별 활동을 하면서 커플이 생기는 경우도 많고 결혼한 커플도 있다. 주례를 부탁받기도 했는데 거절했다. 내가 두 사람의 평생 멘토가 되어준다는 것인데 한 학기 강의를 한 걸 가지고 그 사람들의 평생 멘토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 학생들과 세대 차이는 느끼지 않나
  딸 아이가 대학교 4학년생이다. 한창 연애할 나이다. 옆에서 연애하는 모습, 헤어지는 과정을 다 지켜보고 있다. 세대 차이는 있을 수가 없다. 상담도 지속적으로 하고 학생들이 토론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요즘 트렌드,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다. 맞춰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 요즘 학생들이 연애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어떤가
  20대 대학생들은 연애경험 차가 심하다. 모태솔로부터 시작해서 세기적인 사랑을 하는 학생들까지 연애 스토리가 너무 다양하다. 가끔은 위험한 사상을 가진 학생들도 본다. 그럼 내가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내서 상담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 대학생들은 자신을 제대로 모르면서 좋은 상대만 선택하려고 한다. 외모에 집착하다 보니 성격차이가 심한데도 불구하고 끝이 보이는 연애를 한다. 또 요즘 연애 트렌드는 굉장히 빠르고 급하다. 연애도 서두르고 권태기도 빨리 찾아온다. 진중하게 사람을 지켜보고 알아가는 일이 귀하게 되어버렸다. 그런 점은 아쉽기도 하다.


- 9년 전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와 지금 학생들의 연애 관념이나 인식을 비교해보면 어떤가
  많이 변했다. 수업시간에 동거 찬반토론을 한다. 과거에는 찬성자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60% 학생들이 찬성 쪽이다. 관념적으로 동거를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동거할 수 있는가’하는 현실적인 질문에 대해 여학생들이 동거를 찬성하는 여론을 주도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또 과거에는 성관계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많이 오픈되었다. 피임에 대해 설명할 때 성관계 후 먹는 사후 피임약 정보를 알려준다. 의사 처방이 필요하기 때문에 샘플만 보여주는데 수업이 끝나고 직접 찾아와서 달라고 요구하는 친구들도 많다.


- 중대신문에 ‘김예리의 연애시대’라는 고정 칼럼을 쓰신 적이 있다. 아주 재밌게 읽었다.
  상담하기는 말로는 편한데 글로 쓰는 건 어렵더라. 그때 애 많이 먹었다. 다시는 안 할 생각이다(웃음).


- 사랑과 연애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이 많았다. 연애 경험이 많을 것 같은데 교수님의 학창시절이 궁금하다
  나도 사실 CC였다. 그래서 캠퍼스 커플들의 어려움 잘 안다(웃음). 지금은 내가 가족이나 결혼에 대해 전문적으로 잘 알고 있지만 당시엔 나도 안목이 없었다. 다행히도 좋은 사람을 만났고 졸업하고 2년 뒤에 바로 결혼했다.


- 남편 분과는 어떻게 만났나
  학교 다닐 때 나는 가정대학 학생회장이었고 남편은 총학생회 총무 부장이었다. 임기를 마치고 학생대표들의 모임에서 만났다. 학창시절 서로의 삶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공유하고 있는 부분도 많아서 가까워지게 됐다. 남편과는 나이가 7살이나 차이난다. 지금은 7살 차이가 평범하지만 과거에는 굉장히 컸다. ‘아저씨, 아저씨’하고 불렀다. 우리 남편은 횡재한 거다(웃음).


- 실제 가정에서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내가 하는 일이 가족에 대해 가르치는 일이다. 내 가족이 엉망인데 남들 앞에서 이율배반적인 말은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가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살게 되는 것 같다.


- 사랑이나 연애 말고도 가족과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다. 현재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사무국장으로 계시면서 실질적인 업무를 돕고 있는데 언제부터 그런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인가
  내가 배운 학문이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요즘 가족 사이에는 갈등도 많고 의사소통도 잘 안된다. 가족이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인데 이것이 흔들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내가 배운 학문적인 요소를 현장에 접목시키는 실천 학문을 하게 됐다.


  내 지도 교수님이 2005년에 건강가정기본법을 만드셨다. 법이 생기고 난 뒤, 시군구에 건강가정지원센터가 하나씩 설립됐고 동작구와 중앙대가 위탁체계를 맺어서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열게 됐다. 나는 사무국장이기 때문에 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고 동작구 특성에 맞는 비전 설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앞으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가
일반 가정들의 역량강화에 관심이 많다. 평범한 가정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예방 차원의 가족 복지 서비스를 펼쳐나가고 싶다.


-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해보기나 해봤어?” 정주영 회장의 유명한 어록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는 뜻이다. 새롭게 접근하고 도전하는 데에서 오는 행복감이 생각보다 크다. 또 학생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미안한 말이지만 요즘 학생들의 자존감은 굉장히 낮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최선을 다하되 겸손한 마음으로 나눌 줄 알고 베풀 줄 알고 여유를 가지는 학생들이 되길 바란다.


정소윤 기자 abc@cauon.net


김예리

학 력
1986 중앙대 가정관리학 학사
2002 중앙대 가정학석사 졸업
2009 중앙대 가족복지전공 이학박사

경 력 
2005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사무국장 
2006   동작구여성위원회 위원
2008   동작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무국장
2008   동작구 아동·여성보호 지역연대 위원
2009   동작구 보육정책위원회 위원
2011   중앙대학교 문과대학 사회복지학부 겸임교수

수상경력
2005 우수강사표창 (중앙대)
2006 우수강사표창 (중앙대)
2007 우수강사표창 (중앙대)
2007 대한민국 우수강사선정 (코리안타임즈)
2008 국무총리상수상 (제146178호) : 다양한 가족지원에 대한

표 창
2011 서울시 여성상 수상(건강가정부문)
2011 동작구청장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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