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문을 열어 작업실을 공개하고 작품을 공유하기도 한다. 오픈 작업실의 개념이 생소했을 때 ‘아뜰리에 프로젝트’는 문을 열었다. 신선한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부암동에 있는 'flat 274'는 최근 추세에 맞춰 작업실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두 공간을 살펴보고 이런 추세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작가의 작업실은 비밀스럽다. 창작을 위해 작가는 고독한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낸다. 작업실에서 풍기는 아우라 때문에 외부인이 그 공간에 다가가기는 힘들다. 하지만 여기 조금 다른 방법으로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들의 작업실이 있다.

 

 공간 1. ‘flat274’

flat 274를 가기 위해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는 시내에서 벗어나 힘겹게 언덕을 올랐다. 언덕을 넘으면 어느새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서울 시내를 밑에 둔 부암동은 도심 속 정자 같다.

 예술가의 작업실로 가는 길

부암동에 위치한 flat 274는 편안한 쉼터다. 작가의 작업실이 있지만 다가가기 어렵지 않았다. 거창하지 않은 갤러리 또한 부담이 없었다. 평평하고 고르다는 ‘flat’의 의미처럼 flat 274 또한 손님 맞는 문턱이 낮았다.

flat 274에는 일러스트레이터 홍시야씨의 작업실이 있었다. 작업실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유리문으로 되어 있어 작업 과정과 미완성 작품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늘 갤러리의 하얀 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경직됐던 작품들이 자유롭게 어질러 있는 모습은 신선했다. 아직 완성되지 못한 작품이 다음 주에는 어느 정도 채워져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붓을 들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작가를 보고 있으면 작업 과정을 공유하는 시간이 특별한 순간이었다.

flat 274는 일러스트레이터 홍시야씨와 그래픽 디자이너 김효주씨가 만든 공간이다. 홍시야씨의 상상력을 김효주씨가 현실적으로 구현해 가능한 일이었다. 친자매인 두 작가의 합작품인 셈이다. 그들에게 오픈된 작업실은 사람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놀이터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자극제이기도 하다.

      ▲ flat 274에는 벽을 사이에 두고 작가와 손님이 마주하고 있다.

월세 3만원, 입주하세요

‘flat’은 평평하다는 의미 외에 다른 뜻도 가진다. ‘같은 층에 있는 여러 방을 한 가족이 살 수 있도록 꾸민 집’. 유럽 쪽에서는 ‘apartment’라는 말 대신 ‘flat’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flat 274에는 ‘부암 274 단지’라는 아파트가 있다. 이곳에는 40대의 가구가 있다. 매달 임대료 3만원만 낸다면 누구든 세입자가 될 수 있다. 세입자들은 40cm×40cm의 공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들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판매도 했다. 악세서리는 5000원에서 18000원, 엽서는 1000원의 가격으로 판매됐다. 단 하나 뿐인 물건이라는 매력은 손님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신진작가를 위한 공간 ‘274g Gallery’

‘같은 음을 반쯤 내려 새로운 소리를 낸다’. ‘flat’의 음악적 의미다. 이처럼 flat 274에는 한 공간에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카페, 작업실, 갤러리, 작품 판매, 워크숍과 파티, 프리마켓이 한 공간에 있다. 274g Gallery는 인사동이나 신사동의 갤러리의 비싼 대관료를 감당하기 힘든 신인 작가들을 위한 공간이다. 소소한 공간이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작가들에게는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 flat 274에는 벽을 사이에 두고 작가와 손님이 마주하고 있다.

 

 

 

공간 2. ‘아뜰리에 앤 프로젝트’

성북동의 시간은 느리다. 북악산 성곽 밑에 붙어있는 기와집 형태의 주택을 보면 성북동의 속도는 다소 느리게 느껴진다. 성북동만의 시간은 이 동네만의 편안한 느낌을 자아낸다.

▲ 아뜰리에 앤 프로젝트의 안쪽에는 백오연씨의 부엌이 있다.
 

환영합니다

아뜰리에 앤 프로젝트(아뜰리에)를 성북동에 자리 잡게 한 아트 디렉터 김지은씨는 이런 성북동의 매력에 끌렸다. 성북동에서라면 좀 더 여유롭고 작업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또한 함께 동거동락한 작가들과도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도 컸다.

아트 디렉터 김지은, 패션 큐레이터 박지영, 디저트 작가 백오연은 오래전부터 했던 약속이 있었다. 그들은 누구든 부담 없이 들러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꿨다. 그들은 아뜰리에를 만들면서 오래된 약속을 지켰다. 가감 없이 문을 연 공간에는 늘 사람들이 모였고 작가들의 예술적 영감이 넘쳐흘렀다.

 꽃가게 ‘플라블룸’

아뜰리에에 들어서자 마자 ‘플라블룸’이 눈에 띄었다. 플라블룸은 아뜰리에 플로리스트 3명이 가꾸는 꽃가게다. 플로리스트 윤혜경씨가 마침 돌잔치에 쓰일 꽃을 다듬고 있었다. “플로리스트라고 해서 일이 부드러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꽃을 만질 때만 좋아 보이지 그 뒷일은 막노동 수준이에요”

꽃을 다루는 일이 은근히 어렵다고 토로하며 그녀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아뜰리에에서 플라워 클래스를 열면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힘들지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라워 클래스가 재미있다는 윤혜경씨. 그녀는 자신의 작업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꽃을 가꾸는 즐거움을 다양한 사람들과 나누고 있었다.

 수제품 전시관

플라블룸에서 시선을 돌리자 아트 디렉터 김지은씨와 박소현씨의 손길이 닿은 소품들이 보였다. 아트 디렉터는 광고나 뮤직비디오의 세트를 디자인하는 미술감독이다. 미술감독은 장소 섭외부터 작은 소품 까지 공간에 대한 이해와 소품 활용에 대한 눈썰미가 필요하다.

2명의 아트 디렉터가 꾸민 아뜰리에의 인테리어는 그들의 센스가 돋보였다. 그들은 물건을 직접 만들어 팔기도 했다. 손지갑이나 키홀더 등 아뜰리에만의 감성이 묻어난 물건들은 손님들에게 인기만점이었다. 이외 아뜰리에는 다른 작가들의 전시, 판매 공간이기도 했다.

아트디렉서 박소현씨는 “저희와 스타일이 맞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하고 판매도 한다. 작품 소개와 판매 까지 한번에 이뤄지는 공간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맛있는 아뜰리에

소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주방에 닿는다. 디저트 작가 백오연씨가 운영하는 ‘105‘s kitchen’이다. 오픈된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요리는 맛에 대한 피드백이 중요하거든요.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니까 더 좋아요”라며 쾌활하게 대답한다.

매주 쿠킹 클래스를 여는 백오연씨는 수강생들과 친한 언니동생으로 지낸다. 그녀는 단순히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데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을 통해 새로운 작업의 영감을 얻고 그 즐거움을 나누는데 푹 빠져 있었다.

아뜰리에는 6명의 작가가 공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손님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라면 작가 개개인들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다.

정미연 기자 MIYONI@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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