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씨(영어영문학과 3)는 페이스북 이용자다. 페이스북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동기들의 근황을 살핀다. 하지만 가끔 친구들의 글과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내가 알고 있던 그 친구가 맞나’싶을 때가 있다. 김정훈씨는 “회사 선배들이 좋은 곳에서 밥을 사주면 글과 사진을 올려 마치 자신의 클래스가 높아진 것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식에서 돈가스를 같이 먹던 사인데……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나중에 나는 이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선희(사회학과 3)씨 역시 트위터를 사용하며 ‘지적 허세’에 혀를 찬다. 박선희씨는 “트위터에 어려운 어휘로 도배된 지적 허세 글이 많다”며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땐 쉬운 단어를 쓰지만 트위터에는 불필요할 정도로 어려운 어휘를 사용해 있어보이는 글을 올리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런 글을 볼 때마다 박선희씨는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어휘의 정확한 개념은 알까’싶다.
 

  우리는 소위 ‘허세’라고 불리는 자기 과시적 글과 사진을 SNS에서 종종 마주친다. 이는 자신을 과시하는 것, 나를 알리고 내가 주목받고 싶은 인간의 본능에 기인한 행동이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노출하면 ‘그래, 너 그런 사람이야’라고 인정받고 싶다. 다만 우리는 하루에 몇 번씩 본능에 ‘조금 더’ 충실한 이들을 마주하는 것이다.
 

  곽금주 교수(서울대 심리학과)는 본능에 조금 더 충실한 SNS사용자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본능과 동시에 ‘전달의 결핍’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 쏟아지는 연예인의 기사는 수 백개에 이르고, 연예인이 아니어도 SNS를 통해 듣는 주변인들의 정보는 수 천개다. 눈과 귀로 들어오는 타인의 정보에 비하면 나의 정보 전달은 턱없이 부족하다. 상대적으로 자신의 정보 전달이 미약하기 때문에 SNS를 통해 나를 알리고 내 정보를 확산시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열등의식에 의해 SNS 상에서 자신을 더욱 표출하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말처럼 남의 타임라인에 올라온 커피가 내 커피보다 더 감성적이고 더 그럴싸해 보이는 것이다. 곽금주 교수는 “무엇이든 소설화하고 영화화하면 멋있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나의 일상을 카메라로 찍고 객관화시켜 ‘있어보이게’ 만드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혹은 SNS를 통한 ‘자기 연출’로도 볼 수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을 SNS에서 확대 표현하는 것이다. 즉 자신이 원하는 자신을 아바타화 해 SNS에 드러낸다. 곽금주 교수는 “자신의 조그만 부분을 확대해 분신을 만들어 SNS를 이용하는 유형도 있다”며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분신화 해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SNS가 확대되고 다양한 사용자들이 나타나자 어느 순간부터 본능에 조금 더 충실한 사람들을 ‘노출증’혹은 ‘비정상’으로 일컫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SNS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노출증이란 자극적인 단어로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SNS에서 보이는 일반적인 ‘허세’와 ‘자기과시’는 노출의 영역이 아닌 인간 본성에 기인한 현상인 것이다.
 

  곽금주 교수는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모든 인간에게 있어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과거에는 본능적인 욕구를 발산하는 도구나 경로가 많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은 욕구를 해소하고 자극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고 말했다. 자기 자랑을 하고 싶은 인간의 지극히 정상적인 본능이 SNS를 통해 표출된 것이다.
 

  사람은 본능인 ‘소속의 욕구’에 의해 사람과의 만남을 선호한다. 가정에서만으로는 부족한 타인과의 관계를 사회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제는 손바닥 안에서 SNS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됐다.
김재휘 교수(심리학과)는 “소통을 갈구하는 시대에 SNS를 통해 우리는 위크타이(weak-tie, 약한 연결 고리)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남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본능이 있다. 때문에 넓은 관계를 맺고 있는 SNS속에서도 자기고양이 반영된다”고 전했다.
 

  밀물처럼 들이닥친 SNS 열풍 속에서 본능에 조금 더 충실한 이들은 ‘노출증’이라는 과장된 병명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SNS의 허세, 자기과시는 병이 아니다. 버스에 올라타서 한 번, 음식점에서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며 두 번 타임라인을 확인하는 우리 모두에게 있는 본능인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본능을 표출할 뿐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